(여수뉴스타임지 인문학 산책)/2022/07/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이민숙(시인 샘뿔인문학연구소장)
연꽃의 꽃말은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순결' '신성' '청정'이라고 합니다. 연꽃 한 송이에는 우주가 있습니다. 연꽃 한 송이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연꽃 한 송이에는 그리움이 있습니다. 연꽃 한 송이에는 억겁의 인연이 있습니다. 결코 소리내어 웃지 않는 웃음이 있습니다. 염화미소는 연꽃의 연민이요 빛이요 고통이며 이 세상에 태어나 짊어지게 된 업보로부터의 깨달음입니다.
'가섭과 세존'의 신화 속에는 그 둘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우정이 존재합니다. 오래토록 만났지만 한 순간의 오해로 깨지는 우정이 있는 반면 지금 이 순간 만나서 영혼의 화통을 느끼며 서로의 존재를 일치시키는 마음, 일체유심조, 이심전심으로 하나가 되는 존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체유심조가 무엇인가요, 한 순간에 금가는 우정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 아닙니까. 마음이니까요. 당신과 나는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존재니까요.
환한 꽃이 있습니다. 연꽃은 그러나 환하지만은 않습니다. 귀한 꽃입니다. 연꽃은 그러나 귀한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깊은 연못은 진창이며 목숨들이 피었다 져버린 뒷골목 두려움이나 상처, 존재의 원형적 역설이 끝없이 추락하며 비밀스러운 생명을 잉태시키는 곳입니다. 아...그 열망의 핏빛 절망들을 피워내는 연지(蓮池)는 얼마나 긴 긴 시간의 환생(還生) 터란 말입니까. 도저히 건져 올릴 수 없는 불가능의 운명 속에서 연꽃은 피어납니다. 어쩌면 바리데기가 저승길의 무한 역경을 헤치고 돌아와 부모를 살려내는 그 순간처럼, 연꽃은 인간의 의지 바깥에서 인간의 의식 속으로 들어와 무한절망까지도 품어 안도록 하는 신화 아닐까요. 부처의 염화미소는 왜 연꽃 속으로 인간을 끌어당겼을까요.
연꽃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삶이 하찮아집니다, 뭐라구요? 하하 아닙니다. 그렇다가도 내 목숨이 일순 대단해집니다. 이 꽃을 보려고 나는 태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해마다 7월이면 연꽃의 절정을 알리는 절친의 메시지를 받습니다. 꽃이면서 꽃으로 해석할 수 없는 그 어떤 무위의 순간들이 연꽃을 만나는 숨막히는 감동의 순간입니다. '절정'과 '절친'은 낱말도 닮았습니다. 절박한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그의 초대장 덕택에 칠월의 마음은 피고지고 피고지는 영원의 연밭입니다.
칠월 첫 날, 아침 연꽃을 만나고 분홍빛 웃음을 머금고 돌아오는 길인데
눈에 적개심이 가득한 고양이가 내 앞에 딱 버티고 서 있다
실오라기만한 적개심조차 없는 나는 고양이가 자세를 풀 때까지 기다려줄 마음이다
나는 분홍빛 웃음을 지어 보인다 고양이는 웃음을 받아줄 마음이 없는지 쌩 하니 어디론가 가버린다
고양이가 사라진 허공을 향해 나는 한 번 더 웃음을 지어준다 더할 수 없는 애정을 담아서
칠월의 신부가 내게 그랬듯이
--<칠월의 신부> /안준철/ 카페 다음/ [사람의 깊이]
칠월의 신부는 핑크빛 연꽃의 바다에서 만난 그녀입니다. 신부의 순결과 사랑이 가득한 아침에 함께 만난 적개심의 고양이, 그러나... ... 더할 수 없는 애정을 담아서 웃어줍니다. 칠월의 신부는 그 어떤 궂은 얼굴에도 웃음을 보냅니다. 험한 적개심의 먹구름에게도 웃음을 보냅니다. 부처는 그 얼굴의 웃음을 알아챕니다. 염화미소, 칠월의 신부와 신랑은 그 웃음으로 만나 천생연분의 사랑을 풀어갑니다. 세상이 고통으로부터 풀어져 연꽃의 강물을 이룹니다.
사랑이란 다가가는 것 아침 연지의 한 송이 연꽃 앞에 한 발짝 한 뼘 더 다가가 네 숨결과 맥박 그 심장의 울림 온 존재 기울여 그리 또렷이 듣는 것 몸이 멀다면 마음으로 더 오롯이
--<애련일지 16, 사랑이란> /이병철/페이스북/
온 마음, 온몸, 심장의 울림과 숨결과 맥박으로 다가가는 것, 아침 연지의 한 송이 연꽃 앞에 또렷이 온존재 기울여 듣는 것... ...사랑! 그런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연꽃으로 핀 당신의 마음이 오롯이 제게로 와서 환합니다. 이 거친 세상의 한밤을 지새운 저의 영혼은 이 아침 설렘으로 두근거립니다. 당신이 들어주는 고통의 하루하루가 이젠 더 이상 고통이 아닐 것을 믿습니다. 연꽃의 7월은 이제 7월을 넘어 삶의 끝 벼랑까지 가슴의 사랑을 견인해 줄 우리의 본성 속 부처로 환생할 것입니다. '본성을 바로 보면 부처가 된다(견성성불 見性成佛)' 오늘은 우리 서로 부처가 되는 날! 내 안의 연꽃에게 한 뼘 더 다가가는 날! |
첫댓글 덕진연못 연화정 도서관에서 민숙씨 글 다시 읽으면서 미소를 지어보네요. 염화미소는 잘 모르겠고 염소미소를 요.~♥
ㅎㅎ 그 고요 청정한 도서관에...달려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