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목사가 이용수 할머니께 올린 글
이용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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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도움 받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라 겁나 감사한 겁니다.
무려 30년 동안이나 그 거리에서 곁을 지켜준 분들에게
할머니가 더 요구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같이 고생해야 직성이 풀리시렵니까?
윤미향씨 계속 곁에 붙어 있는다고 일본이 변합니까?
윤미향씨 떠난다고 정의연대가 문 닫습니까?
그만큼 날을 세워서 자기 권리를 인정받겠다고 사셨으면
이제 윤미향씨나 활동가들의 권리도 챙겨주고 그분들의 삶도 신뢰하고 존중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어른답지 않게 왜 이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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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회가 NGO 활동가들을 만만하게 대하지요?
그 박봉으로 명예, 자부심, 자존심, 가치, 명분
뭐 그런 거 아니면 버틸 수 없는 자리 아닌가요?
순백의 정결함과 끝까지의 희생과 헌신을 감히 요구할 권리,
이용수 할머니에게 눈꼽만큼 없습니다.
후원자들에게도 없습니다.
(기자들 느그들은 아예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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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하는 나보다 더 거지 같이 살아야 한다고 여깁니까?
후원하는 나도 못 보내는 자녀 유학을 후원받는 활동가는 보내면 큰일 납니까?
나는 시민단체의 가치에 후원한 것이지 활동가들을 고용한 게 아닙니다.
고작 그런 후원금으로 갑질을 하는 게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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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없고 얼굴 없던 할머니들 지금껏 뒷바라지했습니다.
그런데 도움 받는 세월 길어지니
이제는 자기들 때문에
활동가들이 밥 먹고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가 봅니다.
이런 걸 "어처구니없는 갑질"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자신이 윤미향 씨를 국회의원 만들어준 것으로 착각해요.
오늘 털고 떠나도 그간 고마웠다고 해야지
어디 감히 떠나느냐고 그럽니까?
정의연대가 자선단체도 아닌데
왜 돈을 자기들한테 썼느냐 마느냐 합니까?
할머니들만큼이나 일본놈들한테 당하고도
보상 못 받은 사람들 수도 없이 많습니다.
우리 조상들도 그래요.
사과도 없어요.
그런데 할머니들의 고통이 이만큼 조명되는 건
활동가들과 시민들의 헌신과 호응 때문입니다.
아주 예외적인 정의요 혜택입니다.
기대하는 해결까지는 아주 길이 멀지만
그래도 기적 같은 이 현상에 감사해야 하지 않습니까?
시위만으로 안 되니 국회에 들어가서 뭔가 해보기도
해야 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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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이제 그만 이용당하세요.
이렇게 가다가는 자신은 후손에게 아무것도 못 남겨주고 떠날 것 같은데
같이 고생한 윤미향 씨는 호의호식한다고 여기시는 겁니까?
윤미향 씨는 일본놈들에게 피해 입은 분이 아닙니다.
자기 인생이 있습니다.
돈이 아쉬우면 사과니 정의니 하는 주장 하지 말고
일본이 내민 돈 받으시면 됩니다.
할머니 없어도 정의연대 활동은 계속되니까요.
그 돈 받으셔도 할머니 비난할 사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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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활동하는 분들에게 들으니,
활동가들을 향한 공무원들 고압적인 태도는 다반사고
도움을 받는 분들이 '받아주니 고마워 해라'는 식의 태도 역시
만연하여 있는 것 같습니다.
순수한 자원봉사 아니면 인정 안 해주겠다는 식으로
증빙을 요구하는 행정 때문에 남아 날 활동가 없을 것 같습니다.
자기 돈 내주는 것도 아니면서 자기가 주인 노릇하는 건방진 것들 앞에서
활동가들이 인내하는 거 보고 있습니다.
다들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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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활동가 여러분들 힘내십시오.
그대들이 무한존경을 받고,
그렇게 애써 활동하면서도 자식도 잘 키우고, 유학도 보내고, 집도 장만하는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거, 돈 준다고 해도 못할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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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사태
시민단체의 투명성이 이슈가 아니라
윤미향씨 국회 가는 거 불편하게 여긴 아베파의 준동이 본질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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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하느라 바쁜데 맘이 심란해서 그냥 막 쏟아놓았습니다.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