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달은 그림책보다는 동화책을 더 즐겨 읽었답니다. 그런데 솔직히 좀 속상한 5월이기도 했답니다.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재미있는 책들을 인터넷과 도서관을 뒤져서 구해오는데 정작 도은이는 책을 읽을 시간도, 마음도 없는 듯 합니다.
제 욕심일까요? 그래서 좀 많이 기운이 빠져 있는 상태랍니다.
우리집 차세대 주자 용채가 있긴 하지만요.
이원수 외 작사, 홍난파 외 작곡, 장홍을 그림, 길벗어린이
아이들 잠재울 때 주로 어떤 자장가 들려주시나요? 저는 주로 섬집아기, 잘 자라 우리아가 앞뜰과 뒷동산에(브라암스의 자장가 맞나요?), 자장자장 우리아가 멍멍개야 짖지 마라, 노을, 등대...이 정도인데요.
도은이 키우면서 아쉬웠던 게 제 입맛에 딱 맞는 그런 자장노래 모음책이 없다는 거였어요.
우리 어렸을 적 즐겨 불렀던 동요를 잠자리에서 들려주고 싶은데 가사가 영 떠오르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직접 만들어 볼 생각도 했었죠.
그런데 이제야 이 책을 발견했네요. 어쩌면 이렇게 우리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어했던 노래만 실려있는지 정말 반가웠답니다.
CD를 틀어 놓고 그림책 첫 페이지를 탁 펴는 순간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답니다. 조용한 반주에 이어 흘러 나오는 애잔한 목소리의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놀라운 건 용채의 반응이었어요. 갑자기 눈이 동그래지면서 저에게 기대오는 거예요.
그렇게 노래 한 곡이 다 끝날 때까지 저에게 안겨 있었답니다.
모두 19곡이 실려 있는데요.
고향의 봄, 우산, 무지개, 섬집 아기, 과수원 길, 모래성, 꽃밭에서, 구슬비, 여름 냇가, 나뭇잎 배, 둥근 달, 노을, 따오기, 반달, 가을, 눈꽃송이, 구두 발자국, 꼬마 눈사람, 겨울 나무.
제목만 들어도 반갑지 않나요?
류일윤 글, 노은정 그림, 글뿌리
엄마 : 너는 누구니?
도은 : 나? 곽도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간 소중이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문 앞에 줄 서 있는 걸 보게 됩니다.
그 문은 바로 하나님이 내는 수수께끼를 풀면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문이었죠.
하나님이 내는 수수께끼는 바로 "너는 누구냐" 라는 거였어요.
하나님의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을 나타내는 좋은 말들을 늘어놓았죠.
소중이 차례가 되자, 소중이는 말합니다.
"나는 나입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나는 병들어 아프고, 머리도 다 빠지고, 학교에도 못 가고 병상에 누워 지냈지만 그래도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 라고요.
소중이는 그 문을 통과해서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온답니다.
엄마 : 너는 누구니?
도은 : 나는 나입니다.
엄마 : 왜 너는 너야?
도은 :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요.
미야가와 히로 글, 오승민 그림, 김정화 옮김, 웅진주니어
스승의 날 아침, 학교도 안 가고 해서 아침에 이불속에서 늑장 부려가며 여유롭게 읽은, 꽤 두꺼운 동화책입니다.
아이들 사이에 '사탕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인기 만점 사토 선생님 반에는 조금 '특별한'아이 '아키코'가 있었어요.
아키코는 신경아종이라는 불치병에 맞서 싸우고 있었죠.
아프지만 천사같은 아이 아키코를 중심으로 1학년 2반 스물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고, 우정을 키워가는 과정을 그린 동화입니다.
아키코는 끝내 하늘나라로 갔지만 같은 반 친구들은 매년 아키코의 생일 파티를 연답니다.
<내 짝꿍 최영대>에 이어 우리 모녀의 눈물샘을 다시 한번 자극시킨 책이었답니다.
이 동화책을 읽은 후 갑자기 <너는 누구니?>가 생각났답니다.
그래서 도은이한테 아키코도 하나님 앞에 가서 '나는 나입니다' 하고 대답하면 다시 엄마, 아빠한테로 돌아올 수 있겠지 ? 하고 말했더니,
도은이가 <너는 누구니?>를 다시 읽어 달라고 하네요.
주인공 이름 '소중이'를 '아키코'로 바꿔서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아키코를 다시 살려냈답니다. 다행이죠?
이가을 글, 곽영권 그림, 사계절
삽사리(삽살개)는 진돗개, 풍산개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토종개입니다.
보통때는 순하고 점잖으면서도 한번 싸움이 붙으면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고 합니다.
온 몸이 긴 털로 뒤덮인 모습에 귀신조차 도망간다고 하여 '귀신쫓는 개'로도 알려져 있지요.
중국의 역사 자료에 스님이 삽사리를 데리고 다니며, 벼농사 짓는 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어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민 것입니다.
다른 동물 잡아먹기를 괴로워하다가 스님을 따라 구도의 길을 걸으며 마음의 욕심을 버린 사자가 변해 삽사리가 되었다는 이야기지요.
언젠가 TV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라는 속담을 실제로 실험을 하는 거였어요.
대부분의 하룻강아지들이 범을 무서워 하는데 우리의 토종개는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리면서 덤비더라구요.
역시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재클린 윌슨 글,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매일 매일 조금씩 약 2주에 걸쳐 읽은 책입니다.
아빠와 헤어진 엄마는 아이들 돌보는 일을 하며 집안을 꾸려 갑니다. 고만고만한 남의 아이 3명에 본인의 아이 2명까지.
어느 날 엄마는 심한 독감에 걸리게 됩니다. 아홉 살 난 새디는 다른 집 아이들은 물론이고 엄마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죠.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는 월요일부터 완쾌되는 일요일까지의 일주일간의 새디의 '엄마놀이'.
영국의 인기 작가 재클린 윌슨은 심각할 수도 있는 주제를 언제나 밝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솜씨로 유명하답니다.
<엄마 돌보기>에도 어디에도 '이혼' 이라는 단어가 안 나옵니다.
단지 아빠가 주말에도 우리를 보러 오지 않는다거나, 여자들끼리 힘을 합쳐서 서로 도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반면 이제 9살인데 너무나 애어른이 되어버린 새디가 약간 측은하기도 했답니다.
도은이는 만약에 엄마, 아빠가 헤어진다면 자기는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더라구요.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했더니 용채는 엄마랑, 자기는 아빠랑 이라고 하네요.
이유인즉, 남자 여자가 같이 있어야 한데요. 그래서 용채는 커서 엄마랑 결혼하고, 자기는 커서 아빠랑 결혼하면 된다는 군요.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우리딸의 정신세계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방정환 글, 김세현 그림, 길벗어린이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쓰신 글이라고 했더니 도은이가 많이 놀랐답니다.
지금과는 꽤 다른 시대적 배경이어서 어떤 느낌이 있을까 싶었는데 우리 도은이를 또 눈물짓게 만들었답니다.
저는 솔직히 창남이의 대사에서 6,70년대 계몽주의 소설 혹은 영화가 떠올라서 조금 웃음이 나왔답니다. 죄송합니다. 방정환선생님
게턴 도레뮤스 글·그림, 강효숙 옮김, 해솔
<만년샤쓰>에 이어 <내가 어른이 되면 말이야> 를 연이어 읽었답니다.
어른이 되고 싶은 꼬마 구스타브는 학교 가는 길에 보이는 거리풍경에서 '내가 어른이 되면 말이야...'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오리와 이야기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든다거나, 어린이들만 다닐 수 있는 지하길을 만든다거나, 지붕 위로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든다거나 (이건 저도 해보고 싶네요) 하면서요.
그래서 도은이한테 물어봤답니다. 네가 어른이 되면 무엇이 하고 싶은지를요.
도은이는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앞 못보는 사림들의 눈을 고칠 수 있는 그런 기계를 만들거라고 하네요.
<만년샤쓰>의 창남이 어머니가 도은이 가슴속에 아직도 계속 남아 있나봅니다.
첫댓글 밀린 숙제가 이거였군요. 늦은 밤까지 좋은 글 올려 주셔서 잘 봤습니다.
열흘을 훌쩍 넘기고서야 올렸네요. 많은 분들이 보고 계신다는 생각에 솔직히 많이 조심스럽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흥얼거리며 하던 노래가 기억이 날 듯 말 듯 ....... 엄마가 초등학교 다닐 때 부르던 노래야 하고 들려주는 노래는 '나뭇잎 배' '섬집 아이' 지요. 그리고 학교를 오가며 부르던 노래가 있는데 정말 생각이 안나네요.
언제 한번 꼭 들어보세요. 그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답니다. 정말로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나 늙나봐요....
이그~~도은이랑 같은과예요. 저도 창남이 생각만 하면 눈물 나거든요.. <만년샤쓰 >그림책 버스에서 가끔 읽을 때마다 울어요..흑흑~
그랬군요... 도은이한테 전해 줄께요. 그럼 저 경은씨한테도 죄송해야 하는거죠?
노래 노래 부르며 는 당장 구입하고 싶은 책이네요. 감사~~~ 좋은 책 정보 고마워요..
은주씨! 왔군요. 뭐라고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몰라 답글도 못 올렸답니다. 괜찮으시죠? 다음에 얼굴 좀 보여줘요...
매달 책을 열심히 읽어주기는 하는데, 기록하지는 쉽지가 않아요. 추천해 주신 책들 메모해 두었다가 꼭 읽어볼께요~ 참, 지난번에 <소시지 소시지>읽었는데, 넘 재미있더라구요~~
여기에 글 남기는게 저한테는 하나의 '역사'더라구요. 저도 기록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가 한 재미있는 말 정도는 기록해 둘려고 노력한답니다. 책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만년샤쓰 정말 감동이었답니다. 물론 내 욕심 내는 것에만 흘렸던, 귀한 눈물 한방울과.... 우리 시원이가 창남이처럼 씩씩하게 컸으면.....했어요....어떤 모습의로 자라 있을까? 물음표 한점입니다.
아! 그 생각까진 못해봤네요. 이래서 내가 여러분들을 좋아한다니까요. 정말 배울게 많은 우리 그림책버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