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세대의 특징을 검출하는 작업은 매우 유익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그 세대의 성격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세대론에서 지적되는 문제점은 많은 이들이 '대체로 그럴 것'이라고 반응하면서, 그 세대에 속하는 어느 누구도 '다만 나는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일반론의 지니는 일종의 함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향이나 흐름은 인정할 수 있지만 모든 조건에 맞는 특정인을 찾기 함들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실제로 대규모의 모집단을 중심으로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해서, 그 결과로 추출되는 일반론은 지극히 추상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90년생의 뇌구조.문화 트렌드'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1992년생으로서, 스스로를 '90년생의 이야기를 전하고는 있지만 사실 나는 90년대를 대표하지는 못한다'라고 단언한다. 실상 특정 세대에 속해있지만, 자신이 그 세대를 대표한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없는 것과 동일한 의미라고 이해된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그 내용을 '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정확도는 약 70%'이며, '특정인을 대상으로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세대에 속하는 독자들 역시 20대의 경향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로서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 책만 읽고 지금 20대들의 삶의 방식을 다 이해했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강의실에서 주로 대하는 20대들의 특징과 성격들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여겨졌다. 지금 20대들의 경우 취업이나 결혼 등에서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기에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고, 미세한 차이로 결과가 갈리기 때문에 '공정성'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한 그들에게 선배 세대로서의 경험과 지식으로 무언가를 가르치려 한다면, 공감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꼰대 이미지'로 각인되기가 쉬울 것이다. 때문에 그들과 대화를 할 때,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대 사이의 갈등과 불화는 항상 존재했지만, 이제 누군가를 가르치기보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할 줄 아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흔히 세대를 규정하는 용어에 영어 알파벳이 사용된 것은 아마도 'X세대'가 처음이 아닐까 한다. 소설의 제목에서 취했다는 'X세대'는 주로 1970년대생을 일컬으니, 그 이전의 '86세대'와 구별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이 책에서 제목으로 거론된 'MZ세대'는 새로운 세기인 21세기에 즈음해서 살아가는 1981부터 1995년생까지인 밀레니얼세대(M세대), 그리고 20세기의 마지막에 태어난 세대라는 의미에서 1996년생 이후 'Z세대'를 아우르는 표현이다. 이들과의 동질성을 고려해서 대체로 2010년생까지를 'Z세대'로 보고 있으며, 2011년생 이후를 '알파(α)세대'로 지칭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중에서, 주로 1990년대에 태어나 20대인 이들에 성향과 특징을 설명하는 일종의 세대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포함된 그 세대의 특징을 이전 세대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하여 '90년생의 정체'라는 첫 번째 항목에서는, 그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과 '나 홀로 문화'가 폭넓게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 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20대의 취업률이 낮은 이유를 기성세대들은 그들의 눈높이가 높다는 것에서 찾고 있지만, 저자는 기업에서 '힘든 일을 할 만큼의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눈을 낮춰 취업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즉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눈을 낮춰 취업을 할 수 있지만, 현재의 직장 문화는 기성세대들이 겪었듯이 희생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90년생의 뇌구조'라는 제목의 두 번째 항목에서는 이미 우리의 사회 구조가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특히 '불공정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언론에서 조장하는 '남혐'과 '여혐'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기성세대들의 훈계 위주의 강요에 대해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주체적인 판단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90년생이 일하는 방식'도 이전 세대와는 뚜렷하게 구별되고, 그들이 물건을 사는 법과 파는 법도 개성적인 측면이 도드라진다고 서술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하지만 전적으로 유행에 추종하기보다는 개성을 존중하기에 유행의 주기도 짧으며, 평소에 아끼면서 생활하지만 자기만족을 위해 아낀 돈으로 '명품' 하나쯤은 가지는 것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이러한 그들의 개성적인 특징으로 인해서 이른바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을 내뱉는 이른바 '꼰대'에 대해서 비판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희생이나 착취'가 아닌 정당한 보상에는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90년생은 세대를 특정해서 어떻다고 하는 글들에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천천히 90년생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이러한 측면이 세대론이 지닌 유용한 점이기도 하지만, 또한 어느 누구도 그 전형적인 특징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문제점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평소 강의실에서 그들과 주로 만나는 나로서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독자들 가운데 이미 기성세대가 되었다면, 자신의 경험과 관점이 아닌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20대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