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시인들이 펴낸 시집에 대한 발문과 시인들의 작품론을 함께 엮어 만든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책의 제목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시의 눈’이란 표현은 이해하겠는데, ‘벌레의 눈’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저자는 이 표현을 환경운동을 하는 김종철 선생의 말에서 가져왔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잠시 인용해 본다.
“땅 파며 하늘 보며 ‘필요한 것은 하늘을 나는 새의 눈이 아니라 땅을 기는 벌레의 눈’이라는 김종철 선생의 말이 자주 생각납니다. 오다 마코토의 발언을 인용하며 그는 ‘폭탄 세례를 맞은 지상의 광경은 조종사의 눈에는 화려한 불꽃놀이로 보이겠지만, 실상은 아비규환의 지옥일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우리가 양심적인 인간이고자 한다면, 필요한 것은 하늘을 나는 새의 눈이 아니라 땅을 기는 벌레의 눈’일 거라는 말씀이 흙에 새겨진 경전 같습니다.”(182면)
이 내용은 저자가 지도하여 <콩이나 쪼매 심고 놀자며>라는 시집을 낸 ‘칠곡 할매들’의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이다. 사람들의 눈에는 하찮게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주변의 미세한 사물과 현상에 관심을 기울일 때 좋은 시가 나온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체 3부로 구성되었는데, 이른바 노동자시인들을 다룬 1부와 삶의 현장에 밀착된 2부, 그리고 기성 시인들의 작품을 통해 시와 문학에대해 풀어내고 있다. 한때 노동현장에서 일했다는 저자는 제1부에서 주로 노동의 문제와 노동자 시인들을 다루고 있다. 물론 몇몇 시인들의 경우, 나 역시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작품 세계를 접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백무산의 시를 인간과 시간 그리고 혁명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으며, 노동자 시인 육봉수의 유고시집을 다루면서는 희망 없는 노동의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패배는 나의 힘’이라며 비루한 노동 현실에 대한 황규관의 서정적 소묘를 설명하고, 여전히 세월호를 비롯한 현실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정환의 작품도 다루고 있다. 이밖에도 언제나 투쟁의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송경동, 그리고 저자와의 개인적 인연을 통해 추억과 시세계를 다루고 있는 박영근에 대한 내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저자는 시인으로서 동료 시인들의 시집과 시 세계에 대한 시평들을 정리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자신이 지도한 칠곡할매들의 진솔한 시 세계를 중심으로, 삶의 터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시인들의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3부에서는 정희성을 비롯한 기성 시인들의 시세계를 통해서 시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결국 작품 속에 자신의 삶과 생각을 얼마나 진술하게 담아내는가 하는 점이 핵심일 것이라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