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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지털 혁명이라고까지 칭해지는 비약적인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든 것이 클릭 몇 번으로 처리되는 세상에서, 이른바 ‘4차 혁명’의 미래에 대해 언론 매체들에서는 장밋빛 전망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연 디지털로 이뤄지는 세상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올 지는 모를 일이다. 제어가 되지 않아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되는 이른바 ‘블랙 아웃 현상’이나, 급작스런 트래픽의 증가로 인해 통신이 마비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했던 사실들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리하게 사용하던 인터넷이 갑자기 먹통이 된다면? 정말 생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것도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이 책은 온통 장밋빛으로 채색되어 전해지는 디지털 세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 장점과 단점들에 대해서 소상하게 다루고 있다. 우리가 애써 보지 못하는 인터넷의 어두운 면들을 소개하면서, 편리함에 취해 우리의 정보 인권마저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안내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조작부터 은밀한 섹스 토이까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서문을 통해 최근에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본문에서 자세히 다뤄지고 있지만, 그에 대해서는 ‘심증’은 분명하지만 ‘물증’은 쉽게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점점 교묘해지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해킹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첫 번째 항목은 ‘권력의 그림자 : 네가 인터넷에서 뭘 하는지 다 알아’라는 제목으로, 국가나 기관에 의해 개인들의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현실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있다. 정보통신에 대한 기초적인 부분부터 논하고 있기에 비전공자로서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디지털 시대의 신뢰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예증을 들어 설명하고 있었다. 즉 현재 인터넷의 기반은 개인들의 편리함을 이용해, 정보의 유출이나 해킹 등의 악용 소지를 전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우연히 열어 본 메일로 인해 랜섬 프로그램에 감염되어, 애써 연구한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 사례들을 지켜보기도 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온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소액 결제를 유도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돈을 지불하게 된 사례도 적지 않다.
개인적 피해도 분명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저자는 국가 혹은 기관들이 개인들을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2부는 ‘해커의 세 얼굴 : 좋은 놈, 나쁜 놈, 어나니머스’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킹의 실상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일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해킹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자는 본질적으로 해커들은 정보를 통제하려는 기관에 맞서 개인들의 정보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이른바 익명이라는 의미의 ‘어나니머스(Anonymous)’의 존재들에 대해 주목한다. 이들을 해커와는 다른 용어로 구별하는 것에서 저자가 이들을 달리 바라보는 시각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내부 고발자’들의 역할과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대규모 감시 시스템을 고발한 에드워드 스노돈의 사례나, 줄리안 어산지에 의해 설립된 위키리크스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 논하고 있다. 처음에는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어 나타났지만, 정보기관의 탄압이 거세지면서 위키리크스의 활동이 모호해졌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 특히 지난 미국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위키리크스의 활동은 전적으로 트럼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의 신뢰를 유지하기 힘들게 된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의 활동에 대해서 혼란스럽게 생각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3부는 ‘다크웹 : 어둠의 경로를 따라서’라는 제목으로, 검색 프로그램에서 검색되지 않는 ‘다크웹’의 의미와 실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 이름에서 풍기는 ‘음산한’ 이미지와는 달리 ‘다크웹’은 검색 프로그램에서 검색되지 않는 사이트를 지칭할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그 중 아주 일부가 악의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개인 정보의 보호를 위해서 검색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상당한 정보와 증거들을 통해, 그동안 부정적으로 언급되던 ‘다크웹’의 실질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정보를 통제하려는 정부 혹은 기관의 의도를 제어하기 위해서, 개인의 정보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어나니머스’의 존재들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우리의 생활이 디지털에 깊숙이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되었지만, 그러한 실상을 알면서 이용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인터넷의 알고리즘을 설명한 부분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으나, 그것을 악용하는 세력들은 언제나 존재하기에 그에 대처하는 개인들이 자각도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저 인터넷이 안겨주는 편리함에 무비판적으로 따르기보다, 나의 정보를 지키기 위한 관심은 스스로가 해야만 할 것이라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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