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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가 전혀 없던 강원도의 대관령 근처에서, 저자가 두 달 동안 살아본 경험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이 책에는 ‘어느 사회학자의 여름 대관령 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 사회학자로서의 관심과 개인적인 경험이 잘 녹아들어 있었다. 방학을 이용한 것이겠지만, 이렇게 두 달 동안 학교를 떠나 지낼 수 있는 저자의 여건이 조금은 부럽게 느껴졌다. 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두 달 정도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연구실을 비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멀리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일들을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있다. 그러나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는 그것을 대신해 불편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일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러한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다.
한동안 ‘한달 살기’가 유행했고, 지금도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딱히 그러한 유행에 따른 것은 아니겠지만, 저자 역시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과 어울리며 사는 것에 대해 시도해 본 것이라 여겨진다. 더욱이 여름철 열대야가 없다는 대관령에서의 생활이라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라 생각된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틈틈이 자신의 유학 생활과 국내외로의 여행 경험들이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나의 첫 직장이 강원도 동해에 소재하고 있어, 그곳을 떠날 때까지 8년 동안 지냈던 경험이 있다. 그곳에 사는 동안 강원도 곳곳을 적지 않게 돌아다녀, 저자가 소개하는 장소들이 때로는 머릿속에서 그려지기도 했다. 강원도는 대관령을 기준으로 해안 쪽의 영동지역과 내륙의 영서지역으로 나뉜다. 지금은 도로와 교통편이 발달해서 영동과 영서를 오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당시에는 고속도로의 대관령 구간이 개통되기 전이라 서로 오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강원도에 사는 기회를 적절히 활용하여 많은 곳을 다녔었다. 하지만 막상 그곳을 떠나고 보니, 그곳에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곳에 있는 동안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
이 책의 목차의 다음 페이지에는 저자가 다녔던 곳을 소개하는 장소가 표기된 지도가 제시되어 있다. 지도의 네 모퉁이에는 모스크바와 몽골 등 저자가 여행했던 곳을 적시하기도 했는데, 대관령에서 생활하면서 처음에는 여행을 다녔던 기분이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회귀한다는 점에서 물론 장기간의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기꺼이, 이방인>이라 붙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방인’으로 시작해서, 그곳의 사람과 문화에 스며들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소개되고 있다. 그렇게 이방인에서 생활인으로 자리를 잡아 가는 것이라 이해된다. 쉽지 않은 결심을 거쳐, 그것에 도전하면서 실천하는 저자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부럽게 느껴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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