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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순간의 고통이 얼마나 깊은 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다정한 조언조차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되고, 모든 문제가 자신의 자책으로 귀결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이별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를 먹으며 ‘이별’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덤덤해졌지만, 까마득한 시절에 겪었던 실연의 아픔만큼은 여전히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아있다. 제목을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이별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리상담사가 전하는 이별 처방전'이라는 부제도 책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특이한 것은 저자로 표시된 '헤이후'가 이별의 시간을 잘 돌파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업이라고 한다. 이별을 겪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 수익을 통해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에 우선 놀랍게 여겨진다. 그만큼 이별을 겪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서라도 그것을 극복하고싶은 이들이 많다는 반증이라고 하겠다. 나아가 이별 상담이라는 직종이 하나의 직업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이 책은 전체 5부로 진행되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각 항목의 제목을 통해서, 기나긴 상담 과정을 저자들이 어떻게 이끌어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별이 고통스러운 것은 그만큼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깊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쿨한 이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쿨한 체’하는 것을 지칭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아니면 이별조차 쿨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사랑이 깊으면 이별 후에 겪는 고통은 그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 항목은 ‘이별이 사랑에 대해 묻다’라는 제목으로, 저자들의 조언이 이뤄진다.
그리고 두 번째 항목에서는 ‘식어버린 사랑을 마주하는 힘’을 기르도록 조언을 던지고 있다. 이별 후에는 늘 ‘미련’이라는 감정이 남기 마련이지만, 식어버린 상대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은 고통을 더욱 배가시킬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별에도 절차가 있다’는 사실을 세 번째 항목에서 주지시키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네 번째 항목의 제목처럼 ‘이별과 나, 그 사이 어디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어느 정도 이별을 극복할 자세가 준비된 것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에게 외로움을 부탁하지 말자!’는 마지막 제목처럼 굳센 다짐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들이 제시한 바대로 실천할 수만 있다면, 고통스러운 이별의 감정을 떨쳐내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방법을 서서히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저자들이 제시한 책의 조언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상담한 내용들을 토대로, 이별에 맞서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들을 제안하는 내용들이다. 한편으로는 이별을 극복한 사람들에게는 저자들의 조언이 충분히 공감될 수 있지만, 이별을 막 겪은 사람이라면 과연 이러한 조언이 얼마나 절실하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실상 이별로 인한 극한의 감정은 그 당시에는 어떤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그저 자신의 감정 속에 침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들처럼 오랜 시간의 상담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이별의 순간을 맞은 이들보다도, 그것을 극복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더 유용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에 제시된 저자들의 조언이 과거의 기억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 조금은 거리를 두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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