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연가’
안화균
나무가 그네를 타다
한참 쉬었다 하는 말
참 덥다
가을 색 무늬마다 엄마 손등 위에서
물거품 파도의 포말을 이루고
떠나는 흰 구름 소금기 없는 하늘
오늘도 비 소식 궁금했지
집게에 물린 속옷 양말 손수건
청바지 그녀의 T-팬티 브래지어 코르셋 그리고
장미를 수놓은 스타킹은
왈츠로 바람을 타고 하늘거린다
빨래가 햇살과 씨름을 할 때면 늘 그랬던 것처럼
그날도 엄마는 손마디 꼭꼭 눌러
시어머니 가시던 날 부르며 당부한
한마디를 되뇐다
꼭꼭
빨래의 마무리요
약속의 지킴이요
숨바꼭질의 묘미다
필녀가 줄넘기로 널뛰면 빨간 양말이
숨었다 웃었다 눈을 속인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규분이네 바깥마당 송아지 음매 소리에
고무줄놀이 아이들이 우르르 집으로
달려간다
저녁을 먹으러
노을 따라 빨래도 손길을 기다린다 잘 말랐겠지
바구니에 각 세운 옷가지가 가지가지다.
◆ 시작노트
삶이란 온갖 살가운 때가 묻어 있는 빨래 같다.
요즘은 세탁기가 건조까지 해주니 꺼내서 마름해 옷장에 넣으면
끝나는 일이지만, 예전에는 날씨 좋은 날 빨래를 했다.
바람과 햇볕을 함께 즐기며 말라가는 옷가지들.
잘 마른 빨래를 걷어 소파에 앉아 양말 손수건 그리고 속옷을 개면서
코끝으로 몰려오는 향긋하고 부드러운 살 내음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온 방 안을 가득 채웠던 신혼 향 그 시절이 떠올라 펜을 들었다.
◆ 안화균 시인 약력
- 시사모 동인, 한국디카시학회 동인
- 동인지 「시의 에스프레소」 공동 참여
출처 : 경남연합일보(http://www.gn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