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전광용)를 읽고(목연)
즐거운 학교에서 펴낸 <현대소설 너를 읽어주마 4권>을 220~245쪽까지 읽으면서, 이 책의 일곱 번째 단편인 전광용의 <사수>를 완독했다.
이 작품은 학창 시절에 읽었던 듯하다. 책장을 넘기면서 마치 옛 친구를 만나듯 줄거리가 조금씩 떠올랐다. 좀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으나, 결말까지 예상을 할 수 있으니 긴장감은 없었다.
줄거리는 간단했다. 나와 B는 학창 시절부터의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그런 나와 B는 여러 번에 걸쳐서 대결 구도 펼쳐지는데, 중요한 것은 다음 세 번이었다.
첫째 대결은 교사에게 벌을 받으면서 이루어졌다. 수업 시간에 장난을 하다가 나와 B는 교사에게 지적을 받는다 그 때 교사로부터 받은 벌이 서로의 뺨을 때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서로의 사정을 봐주면서 적당히 때렸으나 어느 순간부터 때리는 손에 힘이 가해졌다. 둘은 마치 원수라도 되듯 가격했고, 결국 나는 코피가 터졌다. 그 모습을 나와 B의 연인인 경희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 봤다.
둘째 대결은 경희와의 삼각관계로 인해 공기총 시합을 하면서 이루어졌다. 사격 실력에서 진 자는 경희를 양보하기로 하고 시합을 한 것이다. 이 때 나는 B의 오발로 인해 오른쪽 귓볼이 찢어졌다.
셋째 대결은 형장에서 이루어졌다. 이적죄에 연루되어 총살을 당하는 B의 사수로 내가 지명된 것이다. 다섯 명의 사수와 함께 사대에 선 나는 심적 갈등으로 인해 제 때에 격발하지 못하고 기절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나와 약혼 상태였던 경희는 전쟁의 와중에 소식이 끊기고, 결국 B의 아내가 되고 만다. 결국 B가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모든 대결에서 그에게 패배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B와 대결을 원하지 않았으나 사사건건 그와 부딪친다. 이 점에 대해서 이 책의 편자는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인간의 삶에 개입하여 헝클어 버리는 알 수 없는 힘, 즉 운명의 측면으로 이해를 했다. 그러나 나와 B의 대결을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대결하는 국면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 경희는 남북의 주도권이나 민족의 정통성 등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와 같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경희를 뺏기고, 까닭 없이 피해 의식에 잠기는 '나'를 보면서 나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본 것이다.
나는 아무하고도 갈등을 빚지 않으면서 조용히 살고 싶었다. 가능하면 참고, 어느 정도는 양보를 하면서 평화를 유지하는 삶을 소망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충돌을 하였던가. 그 충돌들은 대부분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운명처럼 내게 밀어 닥쳤다.
어느 경우에는 "이 사람과는 절대로 충돌을 하지 말자."라고 다짐을 했고, 그에게 나의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볼썽사납게 부딪친 적도 있었다. 그 와중에서 얼마나 많은 '경희'를 잃거나 포기해야 했던가? 그 때 내가 느낀 배신감과 피해 의식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상대 역시 내게 그런 마음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나와 부딪쳤던 사람들을 용서하거나 이해하는 마음을 느끼고 싶다. 그러나 그 역시 쉽지는 않다. 금강에서 만나서 그렇게 절친하게 동지처럼 지내가다 지금은 원수가 된 사람을 아직은 잊을 수 없고, 당장 교단에서 악연으로 만난 학생에 대해서도 어른으로서 너그러움을 지니기 힘들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작가의 작품 중에 보다 친숙한 것은 <사수>가 아니라, <꺼삐딴 리>일 것이다. 그 책에 등장하는 꺼삐딴 리나 그의 후처, 자식 등의 캐릭터가 아직도 떠오른다. 언제 기회가 닿는다면 그 작품도 읽고 싶다.
[출처] [전광용] 사수|작성자 목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