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2세되신 우리 아버지와
데이트를 했습니다.
86년도에 교회를 나가시면서
술과 담배를 모두 끊으셔서 그러신가
비교적 건강하시더니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고 한해 한해 걸음도
엄청 느려지신 모습을 보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내 걸음으로 빨리는 안간다고 여겨도
뒤돌아 보면 7~8m이상 떨어져 오시는 걸
확인하곤 아차싶어 기다리면 지팡이 짚고
부지런히 걸으시려 애를 쓰시는 모습에
나는 자꾸만 죄송하기만 합니다.
척추압박 골절로 시술하시고 병원에서
치료받으시고는 차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이 딸래미와 일산에서 왕복거리 2시간 반 이상 걸리는 보훈병원 데이트며 대형마트 데이트 쇼핑 가시는걸 즐거움으로 아시고 마지막에 뜨끈한 갈비탕 먹방 데이트로 마무리 하시고 집에 오시면
저는 빵에 과일과 디저트와 좋아하시는 게찌개 등등으로 아버지의 배둘레햄 늘리기 작전에 돌입합니다.
반찬 몇개와 찌개를 끓여서 놓고 설거지로 마무리하교 일산에서 양평 집으로 어둠을 벗삼아 돌아올 때는 잠시의 안도감이 순간적으로 다시 뵐 일주일을 함께 해드리지 못한다는 마음에 죄송스런 마음으로 변해 버리고 맙니다.
며칠 전에는 파리바게트 빵보다 까페 빵이 더 맛있을 것 같아 까페 데이트도 했는데 겉으로 내색 안하시더니 집에 오셔서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몇년만에 간 까페가 고령의 노인으로서는
새롭고 산뜻한 마음이셨을 것 같아 가끔 맛난 빵도 사고 일산의 좋은 까페 데이트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멀지않아 그렇게 드시고 싶어 하시는 대게나
킹크랩 식탁 데이트도 해야지요.
아버지와 가까워진건 5~6년 된 것 같습니다.
과묵하신 모습이 당연하게만 생각되었는데
아버지도 대화하시고 지난날 삶에서 자랑스러우셨던 순간과 열심히 사셨던 시간들을 알아줄 사람이 필요했다는 것을 이제서야 눈치채고 잘 들어 드리면 신이 나셔서 말씀하신답니다.
첨의 어눌한 말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또렷하고도 빠르게 말씀하실 때면 정지된 몸에 혈이 도시면서 기운이 나시고 활력도 찾으시는 모습을 보면 오늘 은근히 아버지 운동시켜 드린 것. 같아 성공~!하며 뿌듯해지기도 하지요.
그나마도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젊어서 몇번을 밀수일당을 잡아서 장관상도 받으시고 당신의 업적도 다른 사람의 공으로 양보도 하시고 밀수 조폭에게 맞으셔서 코뼈가 휘어지는 일도 당하셨던 아버지는 이제 건강을 지키는 것만이 유일한 직업이 되셨습니다.
엄마의 휠체어를 제 suv트렁크 뒤에 몇번이나 싣고 내리려면 전 너무 무거워 어깨며 허리가 아프지만 아버지가 실어주시겠다는 행동을 만류하며 실갱이 하느라 더 진이 빠져도 나는 아버지의 건강이 더 염려가 되어 결국 작은 승리를 의도적으로 쟁취한답니다
음식을 만드려고 할 때나 설거지 할때면 주방에서 비로 닿지는 않아도 엉덩이 싸움이 벌어지곤 한답니다.
아버지 제가 할께요 앉아 계세요라고 내가 막무가내로 떼쓰면 갑자기 얼음이 되셔서 해제 하시기까지 한참을 걸리시는데 속으로 웃음도 나오면서 딸을 돕겠다는 또는 함께 일하고픈 마음이 내게 전달됐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받아주지도 않는 내가 그 즐거움을 막는 못된 우를 범한다는 생각에 또 뒤늦게 죄송해지지요.
올 겨울에는 유난히 더 기온이 낮아 데크를 막아 겨울만 임시 온실이 된 곳이 가득찬 식물들이 얼지 않게 온풍기 돌려가며 온도를 체크하며 식물사랑도 크지만
팔 근육도 다 빠져가시는 아버지에 대한 나의 애뜻한 사랑은 작년보다 더해진.것 같습니다.
나에게 지금 꽃은 아버지라는 생각이 더 커져만
가는 것이 한편 구석에서 마냥 좋아할만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의사가 아무말도 안하던 내게 아버지가 수술 안해 드려서 섭섭하냐며 다른 분보다 훨씬 많이 사셨다고 수술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내 눈의 표정으로 말하는, 환갑도 넘은 나를 혼냈을 때 "아~ 그렇구나" 하며 갑자기 충격을 많이 받았지만 건강이 여기서 더 나빠지시지 않고 딸 곁에 오래 머물러 계셨으면 하는 욕심은 철회를 할 수가 없다고 그래도 말하고 싶군요.^^
아버지 금요일 갈께요 전화 드렸더니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아버지는 참으로 나의 에쁜 꽃입니다. ㅎㅎ
요즘 나와 눈 마주치기에 좋은 키높이로 변해 버리신. 어여삐 핀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꽃 보여 드립니다 ^^
여러분들에게는 별 매력없는 나만의 꽃 ㅋㅋ
계모년 올해 건강하게만 사셔도 여러분은 잘 사시는 겁니다.
회원님 모두에게 복된 한해가 되시길 바라면서
오래만에 긴 글 올립니다. ^^~♡
첫댓글 아름답고 몾지고 아주아주 귀한꽃입니다
며칠전에저도 엄마한테 다녀왔어요
제게도 아직은 아름다운꽃이 계십니다
세이지님 장문의글 잘읽었습니다
말로는 표현못하는게 있어도 눈빛으로 아는게 있잔아요ㅎㅎ
예뿐꽃아버님과 데이트 너무너무 즐거우셨겠어요
아버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사랑해님도 사랑해님만의
제일 아름다운 귀한 꽃이 있으시군요. 우린 말 안해도 다 통하지요~ ^^
사랑해님 어머님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빕니다~~^^
@세이지(양평) ㅎㅎ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o사랑해o신안 네에. 잘하지도 못하는데 마누라 좋아하는 남편두 곁에 있으니 그만하면 기본 행복 깔구 앉아 있는 거죠?ㅎㅎ
사랑해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유쾌, 상쾌, 통쾌한 하루로 지내시길요~♡
글쿠나 이런 멋진 나무를 아직도 가까이 서 계시니 그 얼마나 행운인가
지는 살아 생전 그 이쁜 꽃, 멋진 나무를 못 알아본 멍충이라오
ㅎㅎ 플로라님 가족이 모두 다 넘 예쁜 꽃 든든한 나무여서 그랬겠지요. 넘 알아봐두 슬프다요. ^^~♡
훌륭한 따님을 두신
어른신께서도 참 행복하신 분 이십니다
두분 오래토록 사랑하시고
오래오래 건강과
행복하시길 마음에 담아 기원해봅니다
이궁,훌륭은 아니구요^^
엄마가 효녀란 소리하면 저는 질색팔색합니다. 그냥 별일없이 계셔만 줘두 제게 큰 위로가 되니까요.
아버님 사진으로 뵈니 연세에 비해 엄청 젊으신 것 같습니다
챙겨주는 예쁜 딸이 있어 넘 든든하고 행복하시겠어요
아버님이 건강하셔서 데이트도 많이 하시고 오래 함께하시길 바래요~
글을 읽으면서 울딸 생각도 나고 나이들면 이런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네요
하하~ 엄마 대신 데이트 파트너가 되구 제가 아버지의 발이 되드리구. 나의 애마는 어디든 가게 해주니 좋습니다. 따님도 잘 할거예요. ^^
글을 읽으면서 입가엔 미소를 짖고 있는데 눈에는 촉촉한 눈물이 나네요
세이지님
곱고 아름다운 꽃님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어릴적에 훌쩍 떠나신 아버지의 모습도 가물가물
몇년전에 십여년을 누워계시다 떠나신 엄마
오늘은 몹시 보고싶고 그립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글을 읽고 오늘 아침에 저도 행복합니다
진심으로 칭찬드려요
아버님과 오래도록 행복하세요 ~~~
울 남편과 데이트는 딱 필요한 것만 보구 빨리빨리라 쬐금 맘에 안드는데 아버지와 데이트는 충분히 기다려 주시니 오히려 아버지 생각해서 절제하게 됩니다. 좋은 추억은 노년의 땔감이라는데 땔감 많이 쌓아 놓아야지요. ^^
ㅠㅠ
감동적이에요.
더욱 강건하시길..
오래오래 예쁜꽃으로 함께 해주시길 기도합니다.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 들을 때마다 그건 아닌데~ 하지만 아버지는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더해간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이 갑니다
오래 오래
사랑하며 함께하시길 ~~
나두 늙어가나 봅니다.
기쁘게 해드리구 싶으니 말입니다.
구구절절 공감가는 글로 코끝이 시큰해졌어요.
우리 어머니는 이제 겨우 78세신데,
뇌출혈, 뇌염, 같은 해 봄, 가을 척추골절로 시멘트시술만 2회까지...
50세때의 척추압박골절로 허리는 점점 무너져 굽으시고ㅠ
보행기가 없으면 몇 발자국도 걷지를 못하시지만
허리 수술을 다시 하시면 거의 나무토막으로 사셔야한다니 수술을 권할 수도 없네요.
근 15년간 너무 많이 병원신세를 지셨어요.
이제는 뇌염 후유증으로 생각이 점점 어려지셔서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조절을 못하세요.
엄마가 오래도록 곁에서 지켜주시길 바라지만,
몸도 움직이기 힘들고 돌아가신 엄마,아빠 보고싶다고 아이처럼 우시는 것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매일 하시면 안되는 것을 막무가내로 하시니 못하시게 언성 높여 싸우게 되지만
세이지님 말씀대로 꽃이고 절대적인 사랑입니다.
세이지님 아버님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 계셔 주시기를 바랍니다.
세이지님도 올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저두 잘 싸워요. ㅎㅎ 목이 쉬어서 집으로 돌아올 때도 있죠. 특히 엄마랑. 등이 ㄱ자로 굽으셨어요.
주로 약 때문에 그랬는데 지금은 일하는데 잔소리를 넘 많이 하셔서 저 사춘기 겪고 있어요. 패턴이 식사 너무 맛있게 잘 드시구 나면 더더욱 힘이 나시는지 ㅋㅋ. 이젠 아~ 엄마가 만족하게 잘 드시구 힘이 나시나보구나 한답니다. 그래도 헤어질땐 벌써 가냐며 자구 가라고 떼써요. 그리구 울상이 되시죠. 맘 아파요. 울 남편 웃겨 죽겠데요 ㅎㅎ
@세이지(양평) 이젠 엄마가 아이가 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좀 어렵네요ㅠ
우리 새언니도 제가 엄마랑 한참 목이 쉬게 소리지르고 싸우다가 5분도 안지나 다른 화제거리로 하하호호 하면
시트콤 코메디가 따로 없다고 웃어요ㅎㅎㅎ
세이지님도 화이팅하시고 올해도 이쁜 꽃 많이 보세요^^
@행주농장(고양) 불쌍하고 안쓰럽지요. 그래도 철인같은 힘을 내시는 거 보면 기죽은 거 보다는 백배 낫다고 하면 아버지도 공감하시죠 ㅎㅎ
햇빛이 달라진 느낌이 듭니다. 식물들도 재잘거리며 좋아할 빛이네요. 비 온 후 추워져도 봄은 살금살금 눈치보며 한뼘씩 다가오겠죠. ^^
@세이지(양평) ^^ 맞아요. 기를 살려드려야죠~
가슴이 뭉클합니다. 늘 알면서도 잊고 지내는 부모님의 크신사랑.
세이지님은 실천하고 계시네요.
행복한 시간입니다. ~ ~
노년을 지낸다는 것은 우리의 눈으로 보기에 에너지를 안 쓰는 것 같아도 노화된 육체의 고통도 견뎌내야 하고 멀잖은 시간에 모든 정과 이별도 해야하고 알수없는 세계에 내딛는 두려움과 드러내지 않게 매일 마주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노인들이 존경스럽죠. 그걸 다 알아주려면 나는 넋다운 되니 지금 계신 부모님 5%만 이해하구 삽니다요. 나머지는 부모님이 애쓰시면서 열심히 사시니까요 ^^
@세이지(양평) 못해드려서 미안한 1인 입니다. ~
@나루비(당진) 이궁, 아무리 잘해드려도 언제나 미안한 맘은 한쪽 구석에 자리잡게 마련이지요. 사랑하니까요 ^^
한송이 꽃같은 아버님이시네요
우리도 언젠가는 그렇게 같은 길을 걷겠지만 세이지님같은 딸이 있어셔서 두분 행복하시겠어요
맞아요. 우리도 그 길을 가야기에 더욱 애착이 가지요.
소나기님 맴이나 모두의 맴, 다 똑같이 느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