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가 할 얘기는 목공에 대해서 하겠습니다.
제가 목공을 처음 접하게 된 건 1년 전 겨울방학 때쯤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방학 때마다 심심해있는 저를 위해 먼저 목공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권하셨습니다.
방학 내내 게임만 하고 지루해져있는 상태였고 삼무곡 에서 현곡이랑 개집도 만들어보고 단검도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서 저는 바로 배워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처음 공방에 갔을 때는 약간에 중압감이 느껴졌습니다.
재단하는 톱 돌아가는 소리와 선생님들이 큰 가구를 열심히 만드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런 거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무언가를 배운다고 생각하니 뭔가 마음가짐도 바르게 해야 할거 같아서 긴장이 됐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내가 만든다고 생각하니 긴장도 됐지만 설렜습니다.
처음 시작은 내가 만들고 싶은 가구를 구상하고 설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가로 세로 폭 넓이를 계산하면서
나무 재단할 길이를 계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공방 선생님이 계산하는 법이랑 나무 재질에 대해서도 알려주시고 내가 직접 계산해 보고 나무에 가로 세로 폭 넓이를 구해오라고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 공부는 한 번도 안 해봤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습니다. 막 공책에 계산기 뚜들기고 고민하는 내가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습니다.
계산을 다하고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선생님이 이런 저런대는 여기가 계산이 잘못되었고 이곳을 이렇게 개선을 하면 될 거 같다고 하시고 피드백을 해주셨습니다.
선생님에 손길을 거치고 나온 제 수납장 설계도는 보물지도 같기도 하고 완성이 되면 이런 모습이라는 예시도 보여주시니 더욱 의지가 불탔습니다. 이제 나무 길이를 다 구했으니 재단을 하러 갔습니다. 아직 재단은 내가 하기엔 위험하기도 하고 실수하면 큰 나무를 버리게 돼서 말로만 어떻게 이 기구를 이용하는 건지 배웠습니다.
선생님께서 재단을 다 해주시고 이제는 나무 모서리들을 사포로 갈아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사포질을 학교에서도 해보아서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보이는 쪽은 사포
질을 말고 보이지 않고 나무와 붙는 곳은 사포질을 하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고 하면 안 되는 곳을 분필로 표시해 주시고 사포 잡는 법과 사포질하는 법을 알려주시고 떠나셨습니다.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정신 안 차리고 실수하면 큰일 나는 게 삼무곡에서 하던 돌 깨기 수행 명상과 비슷했습니다. 사포질을 하다 보니 이곳이 온 마음이 집중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팔이 아파서 저려도 힘들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고 첫째 날이 이 정도면 훌륭했지라는 정신승리도 안 하고 아직 옆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나무들을 봐도 언제 다하냐 하는 절망감도 안 들고
너무 열심히 부릅 뜨고 본 탓인지 눈은 충혈됐는지도 모르고 마냥 재밌기만 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전에는 돌 깨기를 하더라고 맨날 꼼수 쓰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온 마음을 다하고 한 번도 최선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내 모습을 보니 너무 즐거웠습니다. 지금도 드는 생각인데 이현주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천직이란 게이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쨌든 다시 돌아와서 시간이 언제 흘렀는지도 모르게 공방이 문을 닫을 때까지 했습니다.
하루 종이 사포질만 한건 아니고 오일도 칠하고 그러다 보니 끝났습니다. 집으로 발걸음이 향하고 있을 때 그냥 너무 행복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뿌듯하기도 하고 성취감도 있고 마냥 휘발성으로 사라지는 재미가 아닌 계속 생각나고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해지는 게 정말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행복이었습니다. 그렇게 사포질과 오일 작업이 끝나고 조립에 들어갔습니다. 클램프로 고정하고 목공 풀을 바르고 목재와 목재가 겹치는 부분을 나사로 뚫고 뼈대를 조립하고 뒤판을 장착하고 경첩을 달고 마지막으로 오일을 바르고 지금 있는 제 수납장이 완성이 됐습니다. 처음 가구를 만들어서 그런가 완성하고 느끼는 그때에 기분은 뿌듯함과 내가 이걸 만들었다고 하는 그 경이로움과 가구를 만들 때 과정에서의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한번 더 느끼고 싶어서 또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고 내가 삼무곡에 있는모든 가구들을 내가 다시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방학 때나 공휴일에는 매번 공방에 찾아가 내가 쓸건 아니지만 엄마가 필요한 가구들을 매번 만들러 갑니다. 이렇게 해서 제가 목공을 다니면서 느꼈던 그때에 기분과 나를 다시금 알게 해준 제 목공 얘기는 이렇게 끝이고 그리고 내가 배운 목공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아까 말했던 내가 만든 가구를 삼무곡에 전부 배치하고 싶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이 아무래도 이 목공인 거 같아서 제가 삼무곡에 두고 싶은 가구들을 보여들이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이재혁 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주걱 하나 뿌숴 먹은 게 아주 그냥 자랑이다 자랑 재혁 오빠의 자랑 거리 하나 생긴 것 같구만 아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