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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심리와 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한 학자로서, 문화의 오류를 파악하기 위해 정신분석학의 원리를 사회학에 적용시켰다. 그는 심리적으로 균형 잡힌 ‘건전한 사회’를 강조했는데, 심리학자인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았으나 그와는 다른 차원에서 심리학을 사회학에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인간 심리에 대한 사회적 요소의 역할을 중시하여, 개인의 인성을 생물학적 조건뿐만 아니라 문화의 산물로 규정하기도 했다. 1933년에 나치 치하의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했는데, 그 때부터 이미 정신분석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다수의 저서와 논문들을 통해, 인간의 근본 욕구를 이해하는 것이 사회와 인간 자체를 탐구할 수 있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았다. 특히 사회체계로 인해 개인의 심리적 욕구와 사회의 욕구가 동시에 충족되기 어렵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의 갈등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를 대중적으로 알리는데 공헌한 〈자유로부터의 도피 Escape from Freedom〉(1941)에서, 프롬은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인간의 자유와 자각의 발전을 도식화하여 제시하였다. 또한 자신의 전공 분야인 정신분석학적 방법을 활용하여, 현대의 해방된 인간이 나치즘 같은 전체주의로의 회귀를 통해 새로운 피난처를 구하려는 경향을 날카롭게 분석하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동료 학자와 함께 에리히 프롬이 살았던 장소를 답사하면서, 그의 삶의 역정과 학문적 성과에 대해서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앞부분에는 그의 학문적 출발지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대학으로부터 프롬이 거쳐갔던 미국과 멕시코 등지의 주요 장소들을 지도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영원히 잠들어 있는 스위스의 마조레 호수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의 역정을 간략하게 제시하였다. 저자는 이 책의 부제를 통해 프롬을 ‘사랑의 혁명을 꿈꾼 휴머니스트’라고 명명하고 있다. 아마도 그의 대표적 저서 가운데 하나인 <사랑의 기술>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고 여겨진다.
모두 8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첫 번째는 그를 대표하는 저서인 <소유냐 존재냐>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프롬이 살았던 곳을 동료와 함께 돌아보면서, 그의 삶의 의미와 주요 저작들의 특징들을 서술하고 있다. 때로는 동료와의 대화를 통해서, 때로는 자신이 연구한 내용들을 통해 상세하게 밝혀주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프롬의 생애에 대해서, 이 책을 읽음으로써 비교적 상세히 알 수 있었다는 것이 나로서는 가장 큰 성과라고 하겠다. 다시 그의 저서들을 하나씩 읽으면서, 이 책을 옆에 두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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