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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차 혁명’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그로 인해 미래 사회의 모습은 지극히 낙관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가 일반적이라고 하겠다. 아마도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변화가 전제되어 있을 터인데,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들의 삶도 그만큼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오히려 기계문명의 미래에 대한 불신을 품고, 자연으로 회귀하여 생활했던 니어링 부부나 소로우의 선택은 무가치했던가 하는 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자칫 기계로 인한 ‘편리함’이 사람들의 ‘편안함’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작금의 현실도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은 어떻게 미래를 독점하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미래의 삶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대중적인 내용으로 과학기술의 발달이 낙관적인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으로 일관하던 몇몇 자연과학자들과 달리, 과학기술과 인간의 삶의 관계에 대해서 밀도 있는 설명을 곁들인 이 책의 내용이 나에게는 더욱 더 신뢰 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인간의 낙관적인 <미래는 오지 않는다>라고 했을 것이라고 짐작을 해 보았다. 실상 자연과학을 전공한 이들 중에, 개인적으로 저자의 한 사람인 홍성욱의 글을 오랫동안 신뢰하고 좋아했다. 더욱이 현재와 미래의 과학기술에 대해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냉철하게 분석을 곁들인 그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과학기술과 미래사회’라는 강의를 통해서 발표했던 원고들을 다듬고 수정하여 펴낸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강연 내용들을 정리하여 책을 엮어낸 것들이 적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책들에 실망을 한 적이 적지 않았다. 대체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적인 내용들을 강연으로 진행하고, 구태여 그 내용을 다시 책을 펴내는 시도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만큼은 저자에 대한 신뢰만큼 내용 또한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큰 만족을 느끼면서 읽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전체 8강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은 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라도, 기본적인 내용부터 시작하여 차츰 진지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안내하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따지며 그 허와 실을 진단하고, 과학사를 통해 성공한 기술과 그렇지 못한 기술들의 실상과 현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예측의 허와 실’이라는 1강에서는 그동안의 과학적 예측들을 토대로, 대부분의 예측을 던진 사람들이 결과가 맞았다고 생각하는 ‘자기충족적 예측’의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실패한 예측은 무시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예측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러한 예측의 결과로 우리는 ‘기술과 유토피아’라는 2강을 통해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기술의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가’라는 3강에서는. 기술이 현실적으로 사용되어 성공한 것으로 확정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다양한 조건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훌륭했지만 사라진 것들이 있는가 하면, 처음에는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판명난 것들에 대해 다채로운 사례를 통해 논하고 있다.
과학사를 전공한 이로서 4강에서는 ‘기술은 언제 실패했는가’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과거의 기술 가운데 경영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시장에서 오랫동안 승자로서의 위치를 지키지 못한 기술들도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기술-미래의 예언자들’이라는 제목의 5강에서는 스티브 잡스를 통해, 미래에 대한 예언이 항상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결과만을 도출하는 것이 아님을 예증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를 약속하는 과학기술’이 때로는 ‘눈부신 약속’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헛된 기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6강의 내용으로 이어진다. 결국 저자들은 ‘누구의 미래인가’(7강)라고 질문을 하고, ‘미래 예측과 미래 담론’(8강)의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독자들이 그 허와 실을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미래 예측과 과학기술의 발전상을 강조하면서,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가리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예컨대 저자는 ‘인공지능이 일자리의 절반을 소멸시킬 수 있는 미래사회에 대한 시나리오 속에, 현재 한국에서 기형적으로 커진 재벌의 불공정 관행 같은 문제에 대한 성찰이나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단언한다. 때문에 ‘미래 예측에 홀리는 대신에 바람직한 미래사회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나’눌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지, 과학기술이 열어주거나 미래학이 예측하는 것은 아니가 때문’이다. 자칫 과학기술의 성과에만 급급하여 인간의 삶을 생각하지 않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인간을 중심에 두고 생각할 것을 권하는 저자들의 관점이 짙게 녹아들어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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