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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혼남의 끝없는 현실 수다’라는 부제가 우선 흥미롭게 다가왔다. 패션사업가 오성호와 연예인 홍석천 그리고 개그맨 윤정수가 이 수다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다. 방송과 대중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 50대 남성들의 수다를 통해서, 각자의 관심사와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이들의 공통점은 50대에 접어든 나이,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 등이다. 이 책은 이들이 만나서 수다를 떠는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각자의 삶과 서로 공감하는 주제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이다.
책에서 이들이 펼쳐내는 수다거리는 참으로 다양하다. 홍석천은 자신의 살아온 과정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던 시절의 얘기로부터 시작한다. 물론 그 결과는 아주 사소한 계기로 그것을 극복했다고 말하면서, ‘자살하려는 사람을 말리는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세 사람의 수다는 시작된다. ‘인생이 대출’이라는 주제에서는 사람이 좋아 보증을 섰다가 빚더미에 오른 윤정수의 사연을 소개하고, ‘건물주’인 홍석천의 상황과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패션에 종사하면서 오랫동안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면서 사업을 하는 오성호의 이야기는 패션에 눈을 뜨게 된 계기와 자신의 사업을 이끌어가는 방식을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간혹 한 공간에 만나서 세 사람이 수다를 떠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정리해서 책을 낸다는 기획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들이 펼치는 수다들 중간중간에는 각자 혼자만의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는데, 그 내용은 자신의 삶의 궤적은 물론 현실에 대한 생각들이 망라되어 있다. 그래서 ‘가볍지만 진지하고, 유머 넘치지만 가슴 찡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와 함께 살았기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는 윤정수의 소망은 너무도 진솔하게 다가왔다. 5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무대에 서고 싶다는 홍석천의 바램이나, 은퇴해서는 고향인 정읍에서 소박하게 쌀가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피력하는 오성호의 발언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도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한 마디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상 누군가와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라고 하겠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말을 마음것 토해내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자세일 것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과는 계속 만나서 대화하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많은 이들은 상대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자신의 말만 떠들어대는 사람과는 다시 만나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 사람이 모여 수다를 떨 수 있는 것도 서로의 마음에 공감되는 바가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여겨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들과 흥겨운 분위기에서 수다를 떠는 내 모습을 떠올려보기도 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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