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인 어떤 힘이 우리의 육체를 지배하는 것입니다(12감각, 2016, 66)."
우리는 정신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믿지 못하고 오히려 보이는 육체를 믿는다. 그동안 인류의 역사는 크게 보아서 보이는 부분(육체)이 진짜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 부분, 정신이 진짜이다. 그러니 제발 '그것을 파악하라'고 간절하게 말한다고 해도 될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신적인 어떤 힘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거의 믿지 않는다 간절하게 의문을 가지고, 간절하게 탐구하면 그때 비로소 아주 조금 파악을 하는데, 이것도 반드시 경험을 해야 한다. 하지만 경험이 끝나면 그것도 곧 사라지고 마는 것이 정신의 속성이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파악할 수가 있을까가 질문이다.
역시 필자의 경험이다. 가끔 가던 미용실에서 문자가 왔다. 머리 끊을 시간이 됐다고. 그런데 가고 싶지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근처 미용실에 들어 가고 말았다. 이상하게 가던 미용실에 가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경우 가만히 자신을 살펴보면 무의식에서 가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올라온다. 처음 가는 미용실이라서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미용사와 손님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미용사가 손님의 이야기를 따박 따박 반박을 해서 처음에는 손님이 무척 까다로운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듣고 보니 미용사가 약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미용사가 한 말이다. 손님이 머리(파마)가 쉽게 풀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하면서 꼬불꼬불하게 하지 말라는 것은 모순된다. 즉 꼬불꼬불하게 안하면 머리가 잘 풀어진다. 또 부드럽게 웨이브가 지게 해달라는 말과 쉽게 풀어지지 않게 해 달라는 말도 모순이다. 부드럽게 웨이브가 질려면 크게 말아야 하고 그러면 쉽게 풀어진다는 것이다. 이 정도 요구는 미용실에서 보통 하는 요구이지 특별히 까다로운 요구는 아니다. 그러면 미용사가 웃으면서 그렇게 보통 말씀하시는데, '그것이 서로 되기가 어려운 사항이다'라고 말하면 될 것을 '짜증난다' 또는 손님이 '어리석다'는 듯 하는 대응이 필자로 하여금 미용사가 오히려 문제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한 것이다. 물론 미용사의 이야기가 맞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은 손님이 하는 말을 수용하지 않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미용사가 '왜 그렇게 되었을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미용사가 그런 상황을 자주 겪다보니 그 상황이 스트레스로 작용, 마음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또 최저임금제로 미용실에서 사람을 쓰지 않고 혼자 영업을 하므로 대화할 상대가 없어서 그것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느껴졌다.
미용사가 '왜 그렇게 되었을까'가 질문이다. 우리가 하는 생각, 느낌은 영혼의 작업이다. 영혼은 아스트랄체에 둘러 쌓여있다. 아스트랄체는 우리 몸 바깥, 몸 안 장기를 구름처럼 둘러 싸고 있다. 짜증이 나면 아스트랄체에 짜증이 쌓인다. 만약 미용사가 이 짜증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미용사의 영혼 주위를 짜증의 감정을 가진 아스트랄체가 구름처럼 둘러 싸는 것이다. 그러면 조금만 거스리는 말을 들어도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그러면 일상 주고 받는 이야기일뿐인데 스트레스가 되고, 이것이 점점 커져서 에테르체의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이것이 깊어져서 병이 되는 것이다. 슈타이너의 주장에 따르면, 육체에 병이 드는 것은 더 이상 육체가 나의 이상(정신)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떄문이라는 것이다. 결과 병이 점점 더 심해지면, 정신이 육체를 버리는 상황이 오고,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죽음이다. 여담으로 그 미용사에게 이야기를 해 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러기에는 그 미용사의 그런 상황이 오래된 듯, 미용사가 많이 경직되어 있어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필자의 몸이 무기력해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순간 필자의 영혼 주위를 살펴보니 무기력한 감정(감정이 에너지이다)의 아스트랄체가 필자의 영혼을 둘러싸고 있었다. 어제 미용실의 상황이 필자에게 닥아온 이유가 '이것이다'란 생각이 순간 머리를 쳤다. 먼저 필자 영혼 주위의 무기력한 기운을 내보내야 한다. 여기서 내 보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무기력한 상황의 영혼을 활기차게 만들면 된다. 간절하게 이상을 원하던지, 아니면 벌떡 일어나 영혼을 활기찬 상태로 바꾸면 된다. 중요한 것은 어제의 상활을 겪지 않았다면, 그냥 무기력한 상태로 살았을 가능성이다.
이것이 정신이 나를 이끄는 예이다. 위 책 『12감각』에 따르면, 내가 만약 윗마을로 간다면, "윗마을로 간다는 계획의 수립과 동시에 이미 나는 윗마을에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윗마을에 존재하는 것은 나의 육체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차원을 말하는 것입니다(위 책, 65)." 그것을 넘어선 차원이 정신이다. 윗마을로 간다는 마음을 먹으면, 정신은 이미 윗마을에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이다.
역시 문제는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에 있는데, 만약 알아차리지 못하면 점점 더 아스트랄체에 그런 감정이 짙어져서 다람쥐 챗바퀴를 도는 것이 아니라 스노우 볼처럼 커지고 무거워진다. 이것도 '정신적인 힘이 육체를 지배하므로 중요하다'. 하지만 나아가 이런 상황이 내게 온 이유도 알아야 한다. 요컨대 그 미용실에 간 것은 그 누군가가 나를 이끈 것이다. '그 누군가가 누굴까'
만약 이런 상태의 영혼을 계속 방치한다면, 나는 나의 이상(꿈)을 실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끄는 존재가 그 누군가이다. 그 존재가 바로 나의 자아인 것이다. 자아가 현실에서는 상속에 들어있지만, 상속에 들어있지 않은 자아가 무의식에 내재하면서 끊임없이 나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자아가 발달, 정신자아가 되어야 한다.
자아가 노력해서 새로운 정신(의식의 진화)을 얻는 것을 인지학에서는 정신자아라고 부른다. 나의 자아가 정신자아가 되면 점점 더 나를 이끄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다. 여기에서 나아가면 나의 정신자아를 이끄는 존재가 나보다 더 높은 정신세계의 존재라는 사실이다. 슈타이너가 말하기를, 언제나 우리를 더 높은 정신존재가 이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런 존재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것을 다르게 말하면 나의 자아는 정신세계에 존재하면서 어떤(?) 정신 존재와 언제나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나의 카르마가 이끌기도 한다. 우리는 무의식에 새겨진 카르마에 따라서 행동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이 상황에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전생의 삶에서 재인식하게 되는 전생의 카르마와 더불어 새로운 관심영역을 개척하여 현재 삶의 카르마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위 책, 80)." 이것이 내가 현실의 삶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이유이다.
나아가는 방법, 먼저 나의 자아를 정신자아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어렵지 않다. 현실에서 정신을 파악하고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면 된다. 여기에서 핵심은 정신을 파악하는 것이다. 정신을 파악하지 못하면 제 자리에서 뱅뱅 맴을 돌기 때문이다. 정신은 즐거운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요컨대 언제나 즐겁게 탐구하는 마음으로 호기심을 갖고 노력하면 된다. 만약 짜증을 내거나 즐겁지 않으면 정신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이 언제나 즐거울수는 없기 때문에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로 필자가 파악한 정신이다. 필자는 문화센터에서 라인댄스를 배운다. 라인댄스는 여러 노래, 다양한 장르의 노래에 안무를 한, 그 안무를 배운다. 안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주면, 수강생은 그것을 보고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동영상의 안무가 노래에 맞지 않다는 사실이나, 또 안무를 하는 사람이 노래의 정서를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조야하게 말하면 좀 오버한다는 느낌이다. 정신은 느낌으로 드러나거나, 창조된 물질로 드러나기 때문에 정신은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쨌든 그런 사항을 알 수가 있다. 물론 정신을 알면 정신을 표현할 수도 있다.
슈타이너의 언어로 말하면 인간의 정신기관, 초감각적 기관이 발달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차크라이다. 인간에게는 총 6-7개의 차크라가 있는데, 미간, 후두, 가슴, 명치, 아래 두 군데이다. 차크라가 발달하면 비로소 정신세계의 문자를 읽을 수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 라인댄스 노래의 안무에서 표현되는 정서라고 생각한다.
정신이 물질을 움직이고, 물질은 그 정신을 드러낸다. 따라서 우리는 물질을 보고 정신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그 정신을 표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많은 일을 하지만, 그 일 이면은 모두가 정신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일을 하면서 정신을 파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