愛育黎首 臣伏戎羌 (애육여수 신복융강) (백우)
【本文】
愛育黎首 臣伏戎羌 애육여수 신복융강
군왕(君王)이 백성을 사랑으로 육성(育成)하니
변방의 융(戎)과 강(羌)도 신하로써 복종(伏從)했다.
【훈음(訓音)】
愛 사랑 애 育 기를 육 黎 검을 여 首 머리 수
臣 신하 신 伏 엎드릴 복 戎 오랑캐 융 羌 오랑캐 강
【해설(解說)】
愛育黎首(애육여수) 군왕(君王)이 백성을 사랑으로 육성(育成)하니 애육(愛育)이란 사랑으로 기른다는 뜻입니다. 여수(黎首)란 인민(人民)을 가리킵니다. 즉 검은머리 백성을 말합니다. 여수(黎首)와 같은 뜻으로 여민(黎民)이란 말이 있습니다. 또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므로 여원(黎元)이란 말도 있습니다. 벼슬하는 사람들은 모두 관(冠)을 쓰는데 반해 뭇 백성들은 관을 쓰지 않기 때문에 검은머리가 그대로 노출되었으므로 이렇게 검을 려(黎)자를 써서 표현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여수(黎首)는 뭇 서민(庶民)을 가리킵니다.
애육여수(愛育黎首)란 백성을 사랑으로 육성(育成)한다는 뜻입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마땅히 군왕(君王)은 백성을 위무(慰撫)하고 그들을 육성해 나가는 것이 군왕의 일입니다. 만약 이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고 잘해 나가면 기반이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전국책(戰國策)>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제나라 왕 건(建)이 어느 날 위후(威侯)에게 사자를 보내 문안을 드리고 동정을 살피게 했다. 이때 위후는 제나라 임금에 관한 이야기는 둘째로 제껴두고 농사가 어떤지 백성들이 어찌 사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사자가 못마땅한 낯으로 짜증을 부렸다.
"무슨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이냐?
무릇 백성이 없으면 무엇으로 임금이 되겠느냐?
어찌 근본을 묻지 않고 끝을 물을 수 있겠느냐?"
결과는 위후가 걱정했던 대로 였다. 제나라 왕 건(建)은 결국 진시황제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臣伏戎羌(신복융강) 변방의 융(戎)과 강(羌)도 신하로써 복종(伏從)했다.
신(臣)이란 신하를 말하는데 신하는 임금을 섬기는 자라 뜻입니다. 그러므로 임금에게 복종한다는 의미도 깃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신복(臣伏)은 신복(臣服)과 같은 뜻입니다.
융강(戎羌)은 서방 오랑캐를 뜻합니다. 융(戎)과 강(羌)은 모두 서방종족(西方種族)입니다. 특히 융(戎)은 티벳트족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강(羌)도 서방종족으로 서융(西戎)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융강(戎羌)이라 했지만 대표적으로 든 것으로 모든 변방족(邊方族)을 가리킨다 할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자기들은 중화(中華)라 하여 천하의 중심이라 자칭하고, 동서남북의 종족은 모두 오랑캐 취급을 하였습니다. 동쪽은 우리민족을 말하는데 동이(東夷)라 하였고, 서쪽은 떼를 지어 몰려 다니는 떼놈이라 하여 서융(西戎)이라 했으며, 남쪽으로 남만(南蠻)이라 하여 미개인으로 취급하였고, 북쪽으로는 북방 오랑캐라 하여 북적(北狄)이라 하였는데 이를 사이(四夷)라 했습니다.
이 중에 서융(西戎)이라 일컫는 오랑캐가 가장 대표적으로 중국의 골치였던 모양입니다. 우리나라는 북쪽 오랑캐와 남쪽 오랑캐가 골치였는데 말입니다.
신복융강(臣伏戎羌)은 융(戎)과 강(羌) 같은 오랑캐도 신하로써 복종했다는 말입니다. 왜 신하로 복종했는냐 하면 애민여수(愛民黎首)했기 때문입니다. 군왕(君王)이 천하를 다스릴 때 백성을 사랑으로 기르고 위무(慰撫)하면 백성은 절로 따르게 마련입니다. 군왕이 이처럼 덕화(德化)로써 백성을 품어 안고 위엄으로 다스리면 그 덕화(德化)가 국경 밖의 이민족(異民族)에게도 미쳐 신하로써 복종해 온다는 이야기이니 군왕은 인(仁)으로써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