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 - 김수영 해설
김수영의 "사령"시 해설입니다.
시인은 부정적인 현실(1960년대의 억압적 정치현실)에 대해 인식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과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는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자조적인 어조로 비판합니다.
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도 저 돌벽 아래 잡초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도
행동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김수영, 「사령(死靈)」
시에서 포인트는
1. 화자의 정서나 태도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한결 같이 자기 자신을 반성하면 자조할 뿐 행동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2. 그렇다고 현실 비판 의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부정적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비웃으며 독자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죠)
3. 벗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드는 것은 벗에 말에 반대하기 따문이 아니라 자신도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기 떄문에 반성하고 있는 것입니다.(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도피하려는 태도는 아닙니다.)
4. 4연의 '그대의 정의'같은 경우 5연의 '그대'와 같은 표기여서 긍정적인 대상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화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것으로 봐서 부정적인 대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