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머리 고교시절~~ 돌맹이도 씹어 먹을 수 있을것
같았던 강철 체력과 주체할 수 없이 용솟음 치는 의욕
을 어찌할 수 없었으며, 늘 고민과 잡념으로 갈팡질팡
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낼 무렵, 우린 민태원님의
그 유명한 (청춘예찬)을 공부했고,푸른 젊음을 불사르
며 청춘을 이야기하고, 굳은 의지와 용기를 가질 수 있
도록 마음을 가라 앉혀가며, 미래에 대한 장미빛 꿈을
키워 갈 수가 있었지요.
그리고, 상급학교에 진학하자 마자, 공부는 늘 뒷전이
었고, 거리로 나가서 데모대에 합류하여, 두주먹 불끈
쥐고, 소리높여 이땅에 쓰러져가는 민주화를 위한답
시고, 허구한날 길거리로 나다녔습니다.
밤이 깊어가고, 모임이 끝날 쯤에는 산울림 김창환씨
의 (청춘) 이란 노래를 자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첫소절이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청춘, 피고
또 지는 꽃잎처럼" 인데, 그때는 왜 그리도 서럽고,
가슴이 짠해 왔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나라의 존망과 미래가 마치 우리 어깨에 달려 있는
것 처럼, 늘 울분과 불만, 의욕과 투지가 하늘을 찌르
고도 남았었지요.
고작, 20대 초반의 나이 밖에 되진 않았을 때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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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둘 연필로 꾹꾹 눌러 쓴 " 할아버지 생신 축하
드려요" 라는 글귀의 손녀 축하카드와 핑크빛 국화
꽃다발을 받아들고 무척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뿔사~~~~ 벌써 그리 되었구나. 헐~~~~
며칠전, 집으로 보내온 푸른색 카드 한장이 생각나
저도 모르게 피식~~웃음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이름하여 < 지공거사 > 만 65세 넘은 사람들에게
발급되는 지하철 무료 승차카드지요. 아직은 조금
쑥스럽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세상 물정도 모르고
하는 소리 겠지요?
문득, 맥아더 원수께서 책상앞에 붙여 놓고, 매일
암송 했다는 (사무엘 울만)이라는 시인의 "청춘"
이라는 시의 몇 구절이 생각납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 가짐을 뜻한다.
청춘이란 장미빛 볼, 붉은 입술
그리고, 유연한 무릎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이다.
(중 략)
때로는 스무살 청년보다, 예순살의 노인이
더 청춘 일 수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누구나 늙는 것은 아니다.
이성을 잃고, 버릴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후 략)
시인이 78세, 비교적 늦은 나이에 쓴 시라고 하는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얘기해 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지공거사> 님들의 인생 여정이,핑크핓 국화꽃처럼
불타는 열정과 강인한 의지,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
으로 가득하여, 늘 푸른 청춘이셨으면 좋겠습니다.
( 36×48cm,황목,수채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