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해석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 해석입니다.
시인은 저녁 무렵 좁다란 방에 혼자 외롭게 앉아 있습니다.
그런 시인 앞 벽으로 자신의 삶과 연관된 것들이 비춰십니다.
(빔프로젝트로 화면을 쏘는 것과 같이 시인의 인생이 흰 바람벽에 투연된다고 보면 됩니다.)
먼저, 어머니 입니다.
가만히 불러만 봐도 눈물나는 그 이름 어머니, 그런데 그냥 어머니가 아닙니다.
가난하고 늙은 어머니입니다.
그런 어머니가 심지어 추운 겨울 배추를 씻는 고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화자의 슬픔은 더 심해집니다.
이번엔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사랑하는 대상이라는 거죠. 심지어 어여픈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애를 낳고 오붓하게 밥을 먹는 모습이 지나갑니다.
시인의 마음은 더욱 슬프죠. 맘이 무너집니다.
무너져ㅠ이후 자신의 쓸쓸한 얼굴이 비춰집니다.
이를 통해 시인은 자신의 현재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자신에 대한 성찰)그리고 그후 자신은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지만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그렇게 만들었다며(시상의 전환) 스스로를 위로하고 시를 마치게 됩니다.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 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 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 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기르고 또 ‘프랑시스 쟘’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1. 시인의 정서변화가 되는 부분을 꼭 유의하길 바랍니다
2. 시인은 슬프고 외롭지만 스스로를 낮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높다고 표현한 부분 주목!)
3. 달다단 따뜻한 감주는 두가지 이상의 감각이 있는 복합감각이지 공감각은 아닙니다.
4. 사랑하는 사람을 언급할 때 '저녁을 먹는다'는 자칫 긍정적인 기억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만
시인의 입장에선 끔찍~쓰한 기억입니다. 정서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시와 소설 수능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