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9일 크랭크인된 영화 "날나리종부뎐" 은 어린시절 어머니를 잃고 부동산투기로 졸부가된 아버지와 살면서 그저 몸치장과 음주가무에만 정신을 팔던 말괄량이가 순천의 뼈대 있는 종가 집으로 시집을 가면서 격는 에피소드 이다.
이 영화를 위해서 감독은 몇년의 세월을 준비 했고 우리팀 엮시 영화 한편 같이 제작 하자는 몇년전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모든 것을 접고 영화를 시작했다.
대부분 영화 촬영을 위해서는 연출부/제작부/촬영팀/조명팀/그립팀(전문적인촬영장비를 지원하는팀)/분장팀/의상팀/미술팀/아트팀/소품팀 이 기본으로 구성되고 필요에 따라서 특효팀(특수효과)/무술팀 등이 추가로 구성되는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이영화에서는 애초부터 그런 것들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인것을 감안하고 팀원들에게도 고생을 각오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려놓은 상태에서 시작을 했다
제작사쪽의 자금 문제로 인해 최소한의 제작비만으로 영화촬영을 감행해야하는터라 그런것들은 이미 시작도 하기전에 예견된 난관들이었지만 그래도 난 그것들을 혜쳐 나갈수 있을거라 자신했다.
그리하여....
소품과미술팀 그리고 중요한 몇개의 팀들을 구성하지도 않고 6월19일 촬영은 강행 되었다..
부산서 한달....
먼 비가 그리 오는지....
하지만 부산촬영은 비가 오는것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건물내의 촬영이 90% 인지라,,낮이든 밤이든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촬영을 할수가 있었다
하지만 얼마안되는 로케이션(야외촬영)에서는 해운대 라는 지명이 말해주듯 그 유명한 해무(바다안개)가 촬영의 발목을 잡는다
무슨 섬이 생긴듯한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며 눈 깜짝 할 사이에 주위가 온통 안개로 가득차버린다..
라이트를 설치해도 불빛이 안개에 산란되서 원하는 노출을 만들어내기가 어렵고 무엇보다 머리아프게 하는건 그 안개속에 담겨져 있는 소금(염분)이었다.
해무가 몰려오기 시작하면 모든 기술팀들은 장비를 비닐로 싸느라 정신이 없고...
그런 방해 공작 덕분에 1주일 5~6회차 촬영이라는 영화 촬영사상 기록을 갱신해가며 부산촬영이 마무리되 갈쯤 전 스탭들의 체력은 이미 60%이상이 소진된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더큰문제는 순천이다..
순천은 반대로 촬영분량의 100%가까이가 로케이션(야외촬영)인데 이놈의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일반적으로 영화촬영은 날씨 관계로 하루를 촬영 못하면 촬영스케즐이 하루 늘어나지만 이영화에서는 그런 원칙이 애초에 존재 하지 않는다..
순천의 주 촬영지인 낙안읍성에서 8월10에 국제 잼버리대회가 시작되는 관계로 8월9일까지는 무슨일이 있어도 촬영을 마쳐야 하는상황....
날씨가 안좋아서 하루를 쉬게 되면 남은 일정에서 쉬는날이 하루 줄어들수 밖에....
그래도 날자가모자라면 그때는 야간 촬영으로 밤샘 촬영을 강행하는 방법밖에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하늘에 구멍이 난듯 퍼 붓던 장마비가 멈추고 햇볕이 들기 시작할때즈음 촬영팀은 또다른 문제때문에 사투를 벌여야 했다,,
무더위...
영상38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습도100% 라는 말도 안되는 날씨가 촬영팀의 발목을 잡는다.
무더위엔 사람만 지치는것이 아니라 장비도 지친다..
고온이나 한파에서는 카메라도 정상작동을 하지 못할때가 있는데 사람은 땡볕에 서 있어도 카메라는 파라솔을 씌우지만 그래도 그 폭염을 막기엔 역부족인듯 한낮엔 카메라가 멈춰 버린다...
하루평균 수면시간 3~4시간..
일주일에 이틀은 밤샘촬영....
촬영 막바지로 가자 한두명씩 병원으로 가는 스탭들이 생겨난다...
그때의 분위기는 정말로 싸늘했다..
칼날보다 더 날카롭게 신경이 곤두서 있는터라 누가 건드리기만해도 폭발할듯....
그렇게 절대 안흘러 갈것같은 시간이 흘러 순천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지칠대로 지친 몸으로 서울로 향한다,,,
마지막 남은 서울 촬영분을 찍기 위해서,,,,
이제 체력이라고는 사실 남아있지도 않고 그저 습관처럼 버티는것 뿐이리라..
그리고 8월22일....
드디어 마지막 촬영이 끝났다...
뒤 돌아보면 마치 꿈을 꾼 듯한 시간들....
한컷트를 찍기 위해 현장에서 모든것들을 만들어내야 했던,,,,그리고 그 일들은 고스란이 우리팀에게 맡겨지고 그 어려움속에서 묵묵히 그 일들을 해내준 우리 팀원들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보인다,
이제서야
우리는 농담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누군가 이번과 똑같은 촬영을 하자고 하면 차라리 이바닥을 떠나겠노라고...
아마도 이번 촬영이 그토록 모질고 힘들었던 탓일게다.
선배들이 예전에 했던말이 기억난다
"영화는 니 이름을 걸고 만드는작품이다.
니가 죽고 나서도 그 영화가 남아있는한은 네 이름 엮시 남아 있는다
그래서 우리는 프로가 되야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라고..
하지만 지금은 내가 똑같은 말을 후배들에게 되풀이 한다..
프로가 되라고...
그리고 어느 현장에서든지 최선을 다 하라고.....
이토록 어렵게 만든 영화가 극장에 개봉이 될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 이고
설혹 개봉이 된다손 치더라도 얼마나 흥행에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불가능한 또 하나의 도전을 이뤄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할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이번 영화를 격은 우리 후배들은 고생하고 힘들었던만큼 자신들도 모르는사이에 더 성장해 있을것이고 그 성장이 원동력이 되어서 다음 다른 작품에서 그 진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기에 일 할수 있는 힘을,,,
그리고 시간은 ...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아래는 촬영현장 사진들입니다,,^^
첫댓글 목사님과 의형제 맺으신 분이신가봐요~ 영화를 즐겨 볼줄만 알았지 만들어지는 과정은 제가 전혀 모르는 세계였는데 캡틴님의 글을 보니 참 힘들고 고된 작업이라는걸 느끼겠어요. 힘든 만큼 얻어지는 보람도 컸으면 좋겠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구요.. 그 세계에서 진정한 프로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
수고 많으시네요.. 영화가 그토록 어렵게 만들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