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에 아지랑이 품안에 잠자고
뒷동산에 흐르는 물 또 다시 흐른다
보호자만 들어 오라며 나가서 기다리란다
예감에 안 좋은 생각이 어 이거 그거 아닐까
말없이 나오는 당신 여보 집에 가자
침묵이 말해 준다고 얼추 알 것 같다
아직 여기서 마치고 싶지 않다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온통 뒤죽박죽이던 머리가 멍 해졌다가 금새 편안해 졌다
가면 되지 뭐
혹여 정토 같은 천국을 꿈 꾸는 걸까
약해 지고 순해 지고
검불 같은 인생 바람에 타버린 재 같은 거라지만
태워도 타지 않게 억지로 라도 가는데 까지 함 가보자
잔잔하게 퍼진 암세포 수술하긴 이미 늦어
한번 맞는데 500만원 한다는 항암주사 그거 하면 좋다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하니
객지에서 맨몸으로 번다는 게
벌어서 버는 게 아니라 안 써서 버는 거라
일하느라 쓰지 않고 모은 돈이 이천 만원이 있지만
효과 없으면 주사 값이 아깝고
효과 있으면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팔아야 되나
어떻게 해야 되나 죽어 가면서 고민을 합니다
여태껏 병원 한번 안가고
꼬박 꼬박 의료보험비 아깝아 죽겠다
돈 버는 기술은 몰라도 건강 만큼은 자신 있다 하더니
막상 그 일이 나에게 닥치고 보니
버티자니 고통이고 맞자니 돈이 앞길을 막습니다
죽을 만큼 아프다면서 그 고통에도 그냥 죽겠다며 곡기 끊고 있으니
정 그런 마음이면 돈 만큼 만 살다 죽어라
우선 사람이 안 아프고 봐야지
당신의 애원이 가여워서인지 떠 넣어 주는 미음을 삼킵니다
범부 중생은 9년 면벽 달마처럼 고단하게 해서 깨친다는 것보다
들봐다 보고 애써주는 사람의 덕택으로 깨우쳐 간다는 말이 맞는가 봅니다
그렇게 곁에 사람 애타게 하더니 마누라 말은 듣는 거보면
끙끙대다가 더 없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주사를 맞습니다
눈을 뜨니 병상에 가족과 친구 의사 간호사 그리고 살아 있는 나
여보 집에 가고 싶다
자식 형제 많은 이웃 있어도 오직 당신 만 눈에 보인다
주사바늘 꽂을 구멍 없어 피멍 든 자리에 또 꼽는다
잠이 온다
하루가 또 죽는다
기분이 좋아졌다 미음으로 아침을 때운다
잡다한 생각이 어지럽힌다
시골 집을 처분해 버릴까
괜찮으면 몇번을 더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그거 팔아 봐야 돈 얼마나 된다고
안 그러면 돈 나올 구멍이 없는데 틈만 나면 돈 걱정이다
복도문을 밀고 밥 냄새가 들어 온다
끼 때를 잊어버린지 오랜데
밥 구르마 소리 구시한 밥 냄새가 참 좋다
아직 살아 있네 냄새를 기억해 내는거 보면
침대를 돌려 일으켜 새운다
베개에 기대어 밥상머리에 발 뻗으면
어여 먹으라며 숫가락에 죽을 떠 맥여준다
삼키는게 힘들다
미스트롯 양지은이 결승전에서 노래를 한다
힘겨운 세월을 버티고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그 설움 어떻게 말할까 이리 오게 고생 많았네
컥 넘어가던 죽이 목구멍에서 멈췄다
무엇이 가슴에 확 꽃힌다 멍하니 노래를 쳐다본다
칠십년 세월 그까짓게 무슨 대수요
잊어버리자 우린 함께 살아야 한다
울컥 가슴이 울컥한다
칠십년이 대수냐 살아야 한다는데 눈가가 촉촉하다
숫가락을 놓는다
감격이다
이리 오게 고생 많았네
아~가슴 아린다 아내의 눈을 피한다
막걸리 잔 기울이다 찾아 온 통증이 위암 3기 넘는다니
그후 2년 어제와 오늘이 이승과 저승이다
수만가지 고뇌를 지고 가는 인생 길이라지만
삶도 어쩌면 한순간 이다
내일이나 글피나 그게 무슨 대수냐
오늘도 벅찬데 오늘이라도 함 살아보자
아무도 아무런 말도 곁에 없는데 나에게 수 없이 최면을 건다
조직검사 내일 나온다는데 일찍부터 조마조마하다
천장 석고보드가 직사각형 똑 같이 드팀없이 빼곡하다
저 끝에서 세번째 못이 비뚤어져 있다
간호사가 언제 왔는지 주사 놓고 갔다
친구가 그러더라 희망의 끈 놓지 마라고 픽 웃음이 난다
안 오면 섭섭하고 오면 귀찮은데 무슨 말이 귀에 들어올까
어떤 말도 위로는 안되지만 그래도 친구가 고맙다
어느 때부터 소주 한잔도 버겁다 싶더니 먹는 것이 싫었다
나 요즘 컨디션이 안좋아
야 뭐어 그래 몸 애끼노 개안타 한잔 만 해라
몸이 거절하면 잔 잡지 말아야지
에이 남자가 까짓거 뭐 그리 오래 살겠다고
차마 친구가 건내는 잔 거절 못하고
이제 와서야 왜 그리 어리석었는지 후회 막급 이다
구례 하동 그 어디
산수유가 개나리만큼 노랗게 핐다는데
잘하면 뒷산 진달래 꽃망울 나오겠다
우물가 살구나무도 울타리에 애애추나무도
미나리꽝 미나리 둘둘감아 초장에 찍어 묵었으면 좋겠다
새총가지 고무줄 탱가서 참새 쫓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퇴원하면 고향집에 가 보고 싶다
호사수구
설마 거기까지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어째서
먼 시간이 지난 유년의 시절이 지금 떠오를까
송기 꺽던 뒷동산 호때기 불던 거랑가
맛대치기 재기차기 땅따묵기 음 또 뭐 있드라
눈 감고 잠든 모습이 편안하다
아마 가장 좋았던 때를 기억해 내고 있겠지
그래 가보자
한차에 우~ 타고 옛날 이야기 해가며 고향에 가보자
돌돌돌 흐르는 진달래 핀 작은 골짜기
그 근처 어디에
여우 머리 눞힐 굴 같은 봐 둘 만한 따뜻한 자리가 있는지
내 죽은 뒤에야 자식에게 달렸겠지
꿉힐지 거기가 북망산이 될지 그거는 모르지만
병동 남쪽 창으로 봄 햇살이 따사롭다
어느 가슴에도 너 나 할 것 없이 다 오는 봄 인데
봄이 와도 봄 온 줄 모르는 사람에겐 슬픈 계절이다
먼산에 아지랑이 품 안에 잠자고
뒷동산에 흐르는 물 또 다시 흐른다
앞산 에는 꽃이 피고 벌 나비는 꽃을 찾는데
옛 동무는 봄이 온 줄 왜 모르시나요
첫댓글 암 투병 환자의 심정을 건강한 사람이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글을 읽으니 삶이 서글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춘래불사춘"입니다. 통증과도 싸워야 되고 돈 걱정도 해야되고...
모두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모두 모두 건강하셔야 합니다.
절절한 사연입니다. 지금은 건강하시죠. 인간사 새옹지마입니다. 교훈 삼아 건강하게 살다 가도록
절제와 운동과 마음 비우기를 실천하는 삶을 통해 가래로도 못 막는 것 호미로 막을 수 있겠지요.
저는 운동을 지도 합니다. 부디 운동들 하시어 건강히 살다 가도록 합시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