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過庭書譜(6)
眞以點畫(점획)爲形質하고 使轉爲情性하며 草以點畫爲情性하고 使轉爲形質하나니 草乖使轉이면 不能成字하고 眞虧點畫이라도 猶可記文하니 廻互雖殊나 大體相涉이로다 故로 亦傍通二篆하고 俯貫八分하며 包栝(括)篇章하고 涵泳飛白할지니 若毫釐不察하면 則胡越殊風者焉이니라 원본19.3~20.5
眞書는 점획을 形質로 하고 使轉을 情性으로 삼으며, 초서는 점획을 성정으로 삼고 사전을 형질로 삼나니, 초서를 쓸 때 사전을 어그러뜨리면 능히 문자를 이루지 못하고, 眞書를 쓰는 데는 점획을 이지러뜨려도 오히려 문자를 기록하는 것이 가능하니 서로 통하는 것이 비록 다르나 大體는 서로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또한 二篆(大篆, 小篆)을 가까이 하여 통하고 내려와서는 (漢)의 八分을 관통하며 篇章을 包括하고 飛白을 涵泳할지니 만약 털끝만치라도 살피지 못함이 있으면 胡(북방 오랑캐) 越(남방 오랑캐)의 풍속이 (멀리 떨어져 있어) 다름과 같이 될 것이다.
* 형질(形質): 형상의 본질.
* 사전(使轉) : 초서의 곡선이나 해서의 轉筆하는 곳의 굽은 곳.
* 성정(情性): 감정. 성정과 같은 뜻으로 書에 표현되는 성격. 감정을 말함.
* 편장(篇章) : 草書의 한가지. 漢나라 때의 史游가 急就篇을 쓴데서 비롯되어 세상에 유행하여 서체가 되었다.
* 함영(涵泳): 무자맥질. 물속에서 팔다리를 놀리며 떴다 잠겼다 하는 짓.
* 비백(飛白): 서체의 하나로 筆勢가 가볍게 나는 것과 같고 線의 속에 흑백이 絲髮과 같이 되어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唐太宗의 「晉祠銘」이 있다.
至如鍾繇隸奇과 張芝草聖하여는 此乃專精一體하여 以致絶倫이나 伯英은 不眞而點畫狼藉하고 元常은 不草使轉縱橫이로되 自玆已降(강)으로 不能兼善者는 有所不逮하니 非專精也라 원본20.5~21.4
장지의 초서의 聖스러움에 이르러서는 이에 한 가지 서체에 정신을 오로지 하여 그 絶倫함에 도달한 것이나, 伯英은 眞書가 아니면서도 點畫이 狼藉하였고, 원상은 초서가 아닌데도 사전이 縱橫하였으나, 이 뒤로부터는 (點畵狼藉와 使轉縱橫을) 겸하여 잘하지 못하는 자는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으니, 專精하지 못한 것이다.
雖篆隸草章이 工用多變하나 濟成厥美는 各有攸宜하니 篆尙婉而通하고 隸欲精而密하고 草貴流而暢하며 章務檢而便이라 원본21.4~22.2
비록 전서, 예서, 초서, 章草가 技藝와 運用의 변화가 많으나 서로 도와 그 아름다움을 이루는 데는 각각 마땅한 바가 있으니, 전서는 婉曲 하고서도 통달한 것을 崇尙하고, 隸書는 정교하면서도 周密하고자 하고, 초서는 流麗하면서도 暢達한 것을 귀하게 여기고 章草는 檢考하고 便利함을 힘쓰는 것이다.
* 공용(工用): 工巧하게 運用하는 것. 技藝와 使用.
* 제성(濟成): 서로 도와서 성공을 재촉하는 것.
* 검(檢): 檢考와 같으니 짜임새가 있어서 放縱하지 않는 것.
然後에 凜之以風神하고 溫之以姸潤하고 鼓之以枯勁하며 和之以閒雅라 故로 可達其情性하여 形其哀樂이라 驗燥濕之殊節이면 千古依然하며 體老壯之異時하면 百齡俄頃이리라 원본22.2~23.1
그러한 연후에 凜凜하게 하는 데는 風神으로 하고, 온화하게 하는 데는 곱고 윤택한 것으로 하고, 鼓舞하는데는 마르고 굳센 것으로 하며, 화평하게 하는 데는 한가하고 雅趣있는 것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히 情性에 도달하여 (가슴속의) 슬픔, 즐거움 등의 감정도 (붓끝에) 形象으로 나타낼 수가 있으리라. 건조하고 습윤함의 각기 다른 계절의 차이를 경험하면 千古에 의연할 것이며, 노년과 장년의 다른 때를 체득하면 백년의 수명도 頃刻으로 느껴질 것이다.
* 름(凜): 가히 공경하여 두려워할 만한 것.
* 풍신(風神): 중국 古代美學用語로 원래는 사람의 풍채와 신운을 가리켰으나 후에는 문예작품 중의 기운을 가리켰음.
* 온(溫): 薀과 通. 積蓄․含蓄과 같음.
* 고(鼓): 振動. 振作. 激發.
* 화(和): 調和. 調適.
* 조습(燥濕): 서법에서 먹물의 농담과 마르고 습한 것을 가리킴.
* 아경(俄頃): 잠깐동안. (=頃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