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율곡중이 강원도 내에서 처음으로 ‘9시 등교제’를 시작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율곡중은 지난 13일부터 ‘9시 등교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기존 등교시간 오전 8시 30분보다 30분 늦은 것이다. 학생들은 9시까지 등교해 9시 5분부터 1교시 수업을 시작한다. 하교는 10분 늦춰졌다.
율곡중은 이번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학부모들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학교 측은 등교시간을 9시로 늦추면 학생들의 수면 시간이 늘어나고 학습의욕이 고취될 수 있다고 보고 의견을 구했다. 조사 결과 학부모 가운데 60% 정도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개인사정 및 가정형편으로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영어회화실, 상담실, 복지실, 도서실 등 4곳을 담당하는 교직원은 오전 8시 20분까지 출근토록 했다. 일반 교직원들의 출근시간은 오전 8시 30분으로 이전 그대로다.
‘9시 등교제’는 율곡중을 시작으로 강원도 전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강원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일선학교들에 ‘9시 등교제’를 적극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9시 등교’의 장점은 학생들의 수면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건강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일 고등학생 가운데 한국 학생의 평균 수면 시간이 가장 적었다. 고교 3학년을 기준으로 미국은 6시간 54분, 일본은 6시간 8분, 한국 5시간 14분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9시 등교제’ 실시로 아침식사를 챙겨 먹을 수 있게 됐고 시간에 쫓겨 통학하지 않아도 된다며 반기고 있다. 이전보다 충분히 잠을 잘 수 있어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반대 의견도 있다. 특히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은 수능시험이 8시 40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이보다 늦은 등교 시간이 수능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걱정한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중에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춘천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9시 등교제가 도입되면 부모 출근시간에 맞춰 일찍 등교해야 하는 아이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9시 등교제를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는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의 합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