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부터 난 '그림책으로 배우는 일본어' 시간으로 설레인다. 먼저 든든한 이웃인 은영님과 생그레한 한별양과 한 차로 가면서 이런 저런 수다를 나눌 수 있어서다. 언제나 가고픈 알모책방에 갈 수 있어서고, 내게는 참좋은, 여태까지도 동심을 잃지 않은 아리센세를 만날 수 있어서, 주옥같은 일본어 그림책을 함께 공부하는 동무들을 볼 수 있어서다.
이번주는 내가 좋아하는 미로코마치코의 그림책이다. 일본에서 살 때 그림책방을 돌아다니다 한 눈에 반했던 그녀의 그림책들 중에 <나와 노랑(オレときいろ)>이다. 미로코마치코의 그림은 대담하고 색감이 무척 독특하다. 보고 있으면 활기찬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동물과 식물 그림을 많이 그리는 편이고 특히 고양이가 주인공인 그림책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던 어느 날, 알모님과 함께 일본 '세타가야문학관'에서 원화전시를 보게 되었다. 원화로 본 미로코마치코의 그림은 정말 대단했다. 대형 화폭에 그려진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절로 "세상에!"를 연발하게 된다. 나도 그녀의 마음속에서 살아난 여러 동물들과 함께 날뛰고 포효하고 춤추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사족이 길었구나!
<나와 노랑>을 보았을 때 나의 느낌은 이랬다. 파랑인 고양이가 처음으로 노랑인 무언가를 만나서 저와 다른 누군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누구든 새로운 세상, 처음 보는 낯설음에 한동안 씨름하지 않는가! 고양이의 몸짓과 표정과 감정들을 보며 내 삶 속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나와 다름을 놓고 안깐힘(이렇게 쓰고 싶다)을 쓰는, 때론 쓸데없이 기싸움을 하는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감정이입이 제대로 들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알모님은 내가 느낀 처음과 낯섬을 '봄'이 아닐까 라며 자신의 느낌을 보탰는데, 그러고보니 정말 그랬다. 나의 추상적인 무엇인가가 봄이란 단어로 명확해졌다. 어려운 것을 알아듣기 쉽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능력이다!
일본어 그림책을 스스로 읽고 싶은 생각에 시작한 수업인데, 복습은 1도 하지 않으며 수업시간 만으로 늘기만을 바라는 불량학생이지만, 조금씩 익숙해진다는 느낌이다. 머리속에 '왜? 왜? 왜? 뭐야? 뭐라구?'하며 별별 화와 싸우고 반항심에 용을 쓰던 초반을 지나 고양이가 사이좋게(なかよく) 노랑과 지내기로 한 딱 그 느낌이 든다. 물론 앞으로도 노랑같은 어려움이 수욱수욱(ぐんぐん)하며 자라고, 눈깜짝할 사이에(あっというまに) 앞지르고, 엄청난(すごい) 속도로(はやさで) 지나쳐 가기도(とおりすぎたりま) 하겠지만 말이다.
아리센세가 도쿄 여행을 다녀 온 후 선물로 사온 쿠키와 과자! 혼또니 오이시이!^^
고치소우사마데시타!
알모가 숨겨둔 찻잔을 용케 찾아 낸 은영선생님! 다음엔 나도 저 찾잔에 마셔야지!
아리센세의 도쿄 여행 후기를 듣고 있는 동무들!
이번주 배울 책 <나와 노랑>
이렇게 웃고 즐거운 이유가 뭐냐하면...
바로 이분의 만담 때문!^^
이때 만큼은 열공!
공부하는 모습도 여러가지다! 알모님의 아리센세를 향한 자부심 가득한 눈빛과 표정!ㅎㅎ
알찬 교재!
첫댓글 신속하고 훌륭한 후기!
좋아하는 것에 대한 편향적인 태도라고나 할까요?!ㅎㅎ
연화향님의 글을 읽으니 마치 저도 일본어그림책공부모임에 같이 그 속에 앉아있는 것 같아요~^^ 미로코마치코의 그림책들 저도 너무 좋아하는데 지금 당장 찾아 읽어보고싶어지네요~
끝까지 봐 주셔서, 이렇게 답글까지 남겨 주셔서, 동감해 주셔서 신나고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