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6(화)
아들 딸과 함께 읽는 소설여행 "모반"(오상원)을 야외에서 읽기로 했다.
그런데 어제 늦은 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새벽엔 천둥소리까지 요란했다.
기다리던 야외강의와
그보다도 더 기다려지는 집밥 나누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래도 한 번 맘 먹은 것이니 다소 쌀쌀하고 비가 좀 오더라도 계획대로 하자고~~
장소는 포충사 안에 있는 뒷뜰 정자.
오랜만에 가보는 포충사
무르익은 가을의 정취 속에서 참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강의를 시작할 땐, 제법 햇빛이 나서 다행이었다.
단풍잎이 잔디밭을 온통 덮어버린 정자 주변의 가을 정취 속에서 우리의 생활의 "모반"을 즐기고 있었다.
열심히 책을 읽고 밑줄을 그으며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눈과 손들을 보시라.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없다. 완벽한 몰입 상태의 눈들, 손들.
허리를 곧게 세우고 집중 또 집중.
드디어 이야기는 모반을 실행하는 쪽으로 가고 있고
민의 입을 통해서
"평범한 인간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사랑해보고 싶어졌다."
"위대한 일 하나의 성공보다는 나는 오히려 소박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더 소중해졌다"는 선언이 나오자
이계양 교수님은 완전 공감이었다.
김정숙 씨, "나도 공감 한 표요"
"그리고 사람이 양심적으로 살아야죠" 역설하는 김정숙 씨.
"양심이 마비된 사람들이 판을 치는 요즘 세상이 큰 문제죠" 라고 분석하는 지연수 씨.
" 사람들 중엔 양심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요?"
" 너무 자주, 오래 양심을 속이다보면 익숙해져서 양심이 감춰져 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요? 라며 진지한 자세로 말씀하시는 미영 씨.
"민이가 억울하게 범인으로 지목된 청년의 여동생과 결혼해서 속죄하면서 살면 어떨까요?" 하고 제안하는 지연수 씨의 말에 모두들 "그래, 그래" 하면서 크게 웃다.
"사람은 모름지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말이여.
내 자식이 비밀 결사에 들어가서 고통 당하면서 못빠져 나오면 어쩔거냔 질문에 난감한 옥숙 씨, 숙희 씨.
"그래도 난 20살 되끼 전까진 간섭하고, 20살 넘으면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줄거예요" 하시는 야무진 숙희 씨.
"맞아요, 사람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기 자신의 양심을 지키며 사는 일은 어렵지만 목숨 걸고 해야할 일이 아닐까요?" 말씀도 야무진 명숙 씨.
"나는 내 아이가 비밀 결사에서 고통 당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 올 것이여..."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순자 씨.
"맞어, 내 아이 문제가 되면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한계인가봐" 라는 옥순 씨의 말에 미영 씨가 화답하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집밥 나누기"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한 가운데 고기 수육은 경은 씨가 준비해 오셨는데 기가 막혀 주는 줄 알았어요. 징허게 만나당께요.
그리고 다들 평소에 먹는 것만 가져오기로 했는데
누구 기죽일 일 있는지 몰라도 너머 맛난 것들을 내놓으니 나, 참 어이 없네.
그래도 맛난디 어쩔 것이여. 어서 먹드라고.
마침 날도 다시 쌀쌀해지고,
너도 나도 젓가락질이 빠르기만 하다.
묵은지도 맛나고, 콩자반, 고들빼기 김치, 마른 새우무침, 깻잎장아찌, 멸치 볶음, 멸치고추볶음, 생배추김치, 호박전,도라지 무침,달걀지짐, 열무김치, 토란대나물, 오이장아찌 등등 아이고 많아라.
먹고, 또 먹고....
이것 좀 먹어 봐요, 저것 좀 먹어보게 이리 줘 보쑈~~
누구 한 사람 솜씨가 빠진 데가 없이 어금버금하구만~~
하여튼 좋네. 응 좋고 말고~~
다 먹었응께, 우리 소녀가 되어 보까?
어쩐가? 나 아직은 괜찮허제?
흐벅하게 쌓인 은행잎 위에서 우린 나이를 넘어 10대가 되었더라우~~
우리도 똑같아우. 10대에 가을 소풍을 마치고 다 같이 한 컷~~
좀더 단정하게 나란허게 서서 다시 한 번 찍어보드라고.
제법 여고생 같은가? 교복이 없어서 쬐까 서운한디, 그래도 그런대로 괜찮네.
아니여, 흠씬 볼만허구만 그랴.
막내 숙희 씨가 단풍길을 배경으로 행복해 하고 있다.
정숙, 명숙, 숙희 씨도 함꼐 가을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움을 그렸다.
가을은 우리 모두에게 세월을 넘어서 양심을 회복하고, 평화를 일깨우며 행복과 아름다움을 먹여주었다.
하하문화센터에서 소설을 읽으면 하늘이 보이고 땅도 보이고,
드디어 땅을 밟고 살아가는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한 사람과의 만남이 소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