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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는 시조와 더불어 우리 전통 시가의 한 갈래이며, 근대를 이어 현대에까지 지속되고 있는 문학 양식이다. 한 행이 4개의 음보로 이루어진 ‘4음보 연속체 시가’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가사는 그러한 형식 외에 내용이나 길이 등에서 너무도 자유로운 문학 양식이다. 짧은 것은 10행 정도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보통 1백행을 전후한 길이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 사신으로 간 기록인 <일동장유갸>는 2천행이 넘는 장편 가사이다. 아울러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 현대 가사가 창작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그러한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가사 작가인 정철의 <성산별곡>의 창작 배경인 담양에 한국가사문학관이 있고, 계간지로 출간되는 <오늘의 가사문학>에는 새롭게 창작된 가사 작품들이 수록되고 있다. 이 책은 가사문학의 현대적 의미를 탐구하고자 하는 한국가사문학관의 연구 총서로 기획되어 출간되었다. 현대 가사가 창작되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가사는 조선시대의 주류적인 시가 갈래임은 분명하다. 아마도 <가사문학의 어제와 내일>이라는 제목은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성격을 탐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대 가사 작품이 새롭게 창작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이해된다.
이 책의 집필에는 모두 13명의 연구자가 참여했으며, 크게 두 항목으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제1부는 ‘가사문학의 정체성과 특징’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7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그 내용 역시 전통 시가인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역사와 유형 그리고 담당층 등 기존의 연구 성과를 충실히 반영하여 소개하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최초의 가사문학 작품을 고려 말의 <서왕가>로 보느냐 혹은 조선 전기의 <상춘곡>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학자들 사이의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가사의 갈래를 어떻게 규정하는가도 다양한 학설만 병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통해서,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가사문학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제2부는 ‘가사문학 작품의 구조와 미학’이라는 제목으로 6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실상 현재까지 전하는 가사 작품이 6천 여수를 상회한다고 하며, 그 가운데 작품 분석이 제대로 이뤄진 것은 많게 잡아도 20%를 넘지 못할 것이라 짐작된다. 따라서 6편의 논문을 통해서 가사문학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온전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에서 양반 사대부들의 미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강호가사’나 유배를 떠난 이들이 남긴 ‘유배가사’ 그리고 여성들이 주로 향유했던 ‘규방가사’ 등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교훈가사의 특징과 개별 작품으로서 경남 남해에 딸린 창선도의 조세저항을 다룬 <심심가> 등에 관한 작품론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창작되고 있는 현대가사에 대한 작품론과 미의식을 다룬 글들까지 이 책의 필진들이 담아내려고 했던 <가사문학의 어제와 내일>의 일단을 엿볼 수가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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