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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당신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검색하게 만드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중독 현상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이 보편적인 기기로 자리를 잡으면서, 그것을 활용해서 자신의 생각을 타인들에게 소개하는 SNS도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 검색을 해서 찾아보고, 또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앱도 개발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2G폰을 사용하는 나를 주위 사람들은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편안함에 익숙한 사람은 조금이라도 불편한 일이 발생하면 견디지 못하지만, 불편한 것에 익숙하면 편안한 상황을 즐기고 금방 다시 불편한 상황에 대해 다시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자신할 수 없지만, 나는 남들이 생각하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려고 한다.
실상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겠다고 나선 것은 과거 특정 게임이나 기기의 사용에 대해 광적으로 매달렸던 경험 때문이다. 저자는 이처럼 게임이나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것도 일종의 중독이며, 그것은 특정 물질에 중독되는 것과 다른 ‘행위 중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만, 중독과 중독이 아닌 것의 경계는 매우 불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매우 심각한 상태의 이른바 중독이라고 할 수 있는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많은 이들은 오히려 건강하게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면, 그러한 행위 중독의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스티브 잡스는 왜 자녀에게 아이패드를 금지시켰나’라는 제목으로,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팔아서 판매액을 극대화해야 하지만, 그것이 지닌 중독성 때문에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아이패드의 사용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물론 ‘중독성’과 ‘중독’은 명백히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특정 시간에 청소년들의 게임을 막는 이른바 ‘게임 셧다운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그것을 둘러싼 찬반의 의견들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을 ‘행위 중독’이라고 명명하고, 그것이 일과 놀이는 물론 기본적인 건강이나 다양한 사회적 교류 등 인생의 중요한 목표를 추구할 수 엇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체의 내용이 3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테크놀로지 시대의 새로운 재앙’이라는 제목으로 디지털 기기에 대한 ‘행위 중독’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우리 모두가 중독자다’라는 내용인데, 저자는 중독에 빠지기 쉬운 성향이란 없으며 그저 지나친 탐닉으로 인해 그렇게 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 항목은 ‘왜 행위에 중독되는가’라는 제목으로, ‘목표 중독’을 비롯한 6개의 행위 중독의 양상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것을 하나씩 들면 ‘목표 중독’과 ‘피드백 중독’, ‘향상 중독’과 ‘난이도 중독’, 그리고 ‘미결 중독’과 ‘관계 중독’ 등이다.
그리고 마지막 항목에서는 ‘어떻게 해독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국 새로운 습관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론적인 논의를 제시할 뿐이다. 또는 이른바 ‘게임이론’처럼 건전한 방식으로 ‘중독을 대치하라’는 것이다. 저자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듯이, 그것이 결국 마땅한 대안일 수 있는지는 고민할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중독의 싹을 자르라’고도 조언을 하고 있지만, 실상 행위 중독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때문에 과연 스스로 중독의 싹을 자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행위 중독 시대의 미래’라는 제목의 에필로그에서, 디지털 기기가 일상화된 현재의 상황 하에 사람들이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다른 이들과의 직접적 소통을 통해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논의를 풀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21세기의 디지털 문화에 탐닉하게 만드는 행위 중독의 사례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디지털 문화의 강렬한 욕구에 빠져드는 것을 중독이냐 혹은 단순히 즐기는 것이냐의 문제로 재단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행위 중독에 빠져들었다면, 이것은 개인들이 처한 개인적 상황이나 사회적 환경의 문제와도 연관시켜 논의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모든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벗어나려는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전제는 아마도 자신이 중독되었다는 자각을 먼저 깨우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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