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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와 5월 운동 이야기’라는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1980년 5월 항쟁을 겪으며 불렸던 노래들을 중심으로 그 의미와 성격을 탐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 민주화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였던 1980년 광주에서 발생한 ‘5월 항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 중에서 특히 당시 항쟁 과정에서 불렸던 노래들을 대상으로, 악보와 창작 동기 그리고 그것의 사회적 의미를 짚어내고 있다.
내 기억에도 1980년대 중반 무렵까지만 해도 시위 현장에서는 대부분 기존의 곡들을 이용하거나, 이른바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라고 하는 기존 노래의 가사를 바꾸어 부르는 정도였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러한 노래들은 원래 노래의 창작 동기나 원곡의 성격이 민주화 항쟁의 성격과 적확하게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위 현장과 그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이러한 노래들이 불렸고, 그에 따라 각각의 노래들의 사회적 성격이 규정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초기적 흐름을 설명하면서, 1980년대 중 후반 무렵부터 각 대학의 노래패들을 중심으로 창작되고 불렸던 노래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기존의 곡들과 더불어 새로이 창작된 노래들이 양산되기 시작하면서, 시위 1990년대에는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방송 등 합법적인 공간에서 불리기 시작했다. 초기 대학 노래패들에서 활동하던 가수들이 이제 대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시대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주로 광주에서 불렸던 노래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딱히 광주가 아니라도 당시 이러한 음악 문화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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