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아주 건조하고 확실한 '이별 통보'가 날아왔다. 김정은은 2026년 3월 2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가장 적대적 국가로 공인하고 철저히 배척·무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어 "우리 공화국을 건드리는 한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무자비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 불퇴"로 굳히며 핵전력을 더욱 확대·진화시키겠다는 선언도 뒤따랐다. 다만 헌법에 '적대적 두 국가'를 명시하는 개정이 이번 회의에서 이뤄졌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확인사살인지 예고탄인지의 차이일 뿐,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 한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겠다는 것이다.
선택적 분노와 외교적 스톡홀름 증후군
이 살벌한 협박 앞에서 마땅히 존재해야 할 거대한 부재(不在)가 관찰된다. 이재명 정권과 자칭 평화 세력들의 '국가적 자존심과 분노의 완벽한 증발'이다. 그들의 선택적 분노 시스템은 기괴하다.
미국의 이란·베네수엘라 개입에는 "주권 침해"라며 광장으로 뛰쳐나간다. 일본 정치인이 헛소리 한마디 하면 온 나라가 뒤집힌 듯 반응한다. 그런데 진짜 머리 위로 핵미사일을 겨누고 국가의 존재 자체를 짓밟는 독재자 앞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침묵한다.
오히려 "우리가 대북 전단을 방치해서 심기를 거슬렀다",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처절한 자아비판을 시작한다. 뺨은 평양에서 맞았는데 화풀이는 서울에게 하는 이 가스라이팅, 이것은 관용이 아니라 외교적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더 주목할 것은, 김정은이 이번 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세계 도처에서 국가 테러와 침략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평양이 대미 협상 채널은 열어두되 한국만을 완전한 타자로 규정했다는 신호다.
이 땅의 자주파·종북 세력이 구사하는 반미 담론이 평양의 언어와 정확히 겹치는 이유를 독자들은 스스로 판단하길 바란다.
김정은이 한국을 버린 진짜 이유
김정은이 '우리 민족끼리' 프레임을 폐기한 이유는 냉혹하게 단순하다. 지금의 한국 정부가 그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목줄을 쥐고 있는 제재 완화·투자 유입·체제 보장을 얻으려면 미국과 유엔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 미국 통제 아래 있는 한국과의 이벤트성 남북 쇼로는 실익이 없다. 더구나 남북 교류가 본격화되면 정보 유입과 시장 확산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남한식 자유와 번영을 체험하게 된다. 이는 김정은 체제에는 치명적인 '체제 침식 리스크'다. 한국은 통로가 아니라 위험한 창문인 셈이다.
2024년 김정은은 "대한민국을 헌법에 불변의 주적으로 명기하라"고 지시했고, 2025년에는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다"고 선언했다. 이번 시정연설은 그 논리적 귀결이다. 이재명 정권의 대북 유화 제스처조차 의도적으로 묵살했다는 사실이, '주는 쪽이 있으면 받는 쪽도 반응한다'는 포용론의 기본 공식이 북한에는 통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30년 대북 해법의 파산
30년간 반복된 주류 대북 정책의 공식은 비핵화 초기 조치 연동 제재 완화, 인도주의 예외, 경협 유인 패키지였다. 그러나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중지, 시설 폐기, 검증 수용 등 실질 조치 없이 제재 완화만 선요구해 왔고, 그 사이 핵 능력은 고도화됐다.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통신선 차단, '적대국' 규정의 반복은 문재인 정부식 포용 모델이 오히려 북한을 핵보유국 지위에 더 가까이 밀어 넣었다는 방증이다. 이재명 정권이 9·19 군사합의 복원과 대화를 운운하는 것은, 이미 차단당한 번호로 꽃다발을 들이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주한미군 북한 분산배치 —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는 칼
알렉산더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 아시아의 지배자로 약속받았듯, 한반도 북핵 문제도 단칼에 자를 해법이 있다. 주한미군(유엔군)을 북한에 분산 배치하는 것이다.
필자는 2021년 한국경제신문 기고와 2024년 FN투데이 칼럼에서 이미 이 구상을 제시했다. 그런데 당시보다 지금 이 아이디어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트럼프 2기의 거래적 외교, 이란 전쟁 이후 미국의 반미 연대 해체 가속, 그리고 바로 이번 김정은의 '적대국' 선언이 배경이다.
기본 구조는 이렇다. 현재 약 2만 8,500명 규모로 경기 북부·평택에 집중 배치된 주한미군 일부를, 정전협정·유엔사·평화협정 기반의 '유엔군·평화유지군' 형태로 북한 일부 지역에 단계적으로 분산 배치하는 것이다. 명분은 유엔군 고유 임무인 정전협정 이행이고, 실질은 투자자·외교공관 보호와 충돌 방지다. 유엔사령관이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직하는 현행 체제 안에서 제도적 기반은 이미 갖춰져 있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 하나가 추가돼야 한다. 외국 투자자들이 북한에 투자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수틀리면 몰수당한다'는 공포다. 주한미군(유엔군)의 북한 주둔은 바로 그 재산권 보호의 물리적 담보가 된다. '북한판 마셜 플랜'의 안전보장 장치로 작동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배치된 미군이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전략적 보증(Strategic Assurance)을 협상 패키지에 명시하는 방식으로 현실성을 높일 수 있다.
관련국 이해득실 분석
▐ 주한미군 북한 분산배치 시 관련국 이해득실 종합
국가 주요 이득 예상 반응
한국 북핵 위협 해제, 항구적 자주평화 구조, 한반도 내수시장 확대, 저출산·고령화 구조적 해법 정상 정부라면 적극 지지. 종북·자주파 세력만 극렬 반발
미국 적은 비용의 동아시아 안정 관리, 북핵 통제권, 新투자시장, 트럼프식 '역사적 딜+최대압박 성과' 병행 비핵화 우선+대화 채널 조건으로 어느 행정부든 검토 가능
북한 제재 해제, 대규모 외자 유입,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성장, 김정은 체제 유지 체제 보장 조건부 수용 가능성 큼. 스위스 유학 출신의 실용적 계산
일본 북핵 위협 해제, 납치자 문제 해결, 북한 재건·자원 개발 신투자시장 경제적 실익 명확. 미국 동조 시 자연스럽게 지지
중국 핵 도발 감소, 대만·남중국해 집중 여력 확보, 북한 개방에 따른 경제 기회 표면상 반대하나 '전략적 보증' 조건으로 협상 카드화 가능. 경제위기 속 대미 레버리지 활용 유인도 존재
러시아 중국 약화 반사이익, 극동 개발·에너지 프로젝트 참여, 아무르강 영토분쟁 관리 용이 겉으로는 반대하나 중국 견제 실익이 커서 적극적 저항은 없을 것
북한의 유인 구조 — 스위스 유학생의 실용적 계산
1984년생 김정은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하며 서방식 번영을 직접 체험한 세대다. 인접한 전체주의 국가 지도자들과 달리, 그는 시장경제의 실체를 눈으로 본 사람이다.
현재 북한의 GDP는 약 400억 달러(2024~2025년 추정, KDI 기준), 1인당 소득은 1,000~1,500달러 수준이다. 8년 만의 최고 성장률(3.1~3.7%)을 기록했다지만, 이는 워낙 낮은 기저에서의 반등일 뿐이다.
주한미군 분산배치로 제재가 해제되고 외자가 유입되면 전혀 다른 차원의 성장이 펼쳐진다. 한국과 언어·문화가 같다는 이점 덕분에 중국의 1978년 개방 모델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특히 북한의 지하자원 잠재가치는 약 7,000조 원으로 남한의 24배에 달한다. 그중 희토류(세계 최대급 매장량 2,000만 톤 추정)는 단순한 광물이 아니라 미국과 서방이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 개방에 적극 동참하게 만들 가장 강력한 외교적 미끼(bait)다.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주도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 유지를 전제로 한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모델이라면, 그도 거부하기 어렵다.
▐ 북한 경제 개방 전망 — 중국식 고성장 모델 시나리오 (현대경제연구원·KDI·KINU 통합 참고 편집)
지표 현재 (2024~2025 추정) 개방 후 단기 (10년 내) 개방 후 중장기 (2050년)
GDP 약 400억 달러
(성장률 최대 3.7%) 1,000억 달러 돌파
(연평균 13~18% 성장) 5,000~5,700억 달러
1인당 소득 1,000~1,500달러 5,000~10,000달러 2만~3만 달러
무역 규모 7억 달러
(중국 의존 95%) 500억~1,000억 달러 5,000억 달러 이상
주요 동인 장마당 위축, 기술 부족, 시장화 미미 제재 해제+남한·일본 투자 유입, 희토류·철광 개발 개시, 개성공단 확대 자원 수출(희토류·마그네사이트·철강), 제조업 부흥, 아시아 10위권 무역국
3단계 로드맵 —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접근
▐ 주한미군 북한 분산배치 3단계 추진 로드맵
단계 핵심 내용 기간
1단계
기반 조성 정전협정 준수 강화·군사 긴장완화, 유엔 차원 평화유지 논의 개시, 미-북 직접 채널 가동('최대압박+정상회담' 병행), 북핵 동결 초기 합의, 전략적 보증 패키지 협상 1~2년
2단계
제한적 배치 개성·해주·원산·나진 등에 유엔군·감시 인력 배치, 민간 투자 보호 기능 개시, 희토류·마그네사이트 개발 우선 착수, 대북 제재 단계적 해제, 한국·일본 기업 진출 2~4년
3단계
본격 분산배치 미군(유엔군) 북한 전면 분산배치, 북핵 동결·감축·관리 패키지 완성,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남북 경제 블록 통합 본격화, 유라시아 허브 구축 개시 4~7년
이 로드맵에서 핵심은 북핵 '완전 폐기'가 아니라 '동결·관리'를 현실적 중간 목표로 설정한다는 점이다. 완전 비핵화라는 이상론에 매달리다 30년을 허비했다. 핵은 미국이 관리하고, 북한은 경제를 얻고, 한국은 전쟁 위협에서 벗어나는 구조적 타협이 실현 가능한 해법이다.
한국이 얻는 것 — 항구적 자주평화와 경제 재도약
주한미군이 남북 양쪽에 걸쳐 주둔하면 남북 모두 함부로 전쟁을 개시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한국이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항구적 자주평화'의 현실적 달성이다.
경제적 효과는 더 크다. 북한의 노동력 2,500만 명이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위기를 구조적으로 보완한다. 교육열이 높고 언어가 통하는 북한 인구는 단순 저임금 노동력이 아니라 우리 산업의 새로운 '젊은 엔진'이다.
북한 광물이 남한 반도체 공장으로 직결되는 순간, 한반도는 거대한 경제 요새가 된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통일준비위원회 등의 통합 시나리오 연구를 바탕으로 한 한국의 경제 도약 전망은 다음과 같다.
▐ 한국 경제 도약 전망 — 분산배치 성공 시 2050년 낙관 시나리오 (현대경제연구원·통준위 통합 참고 편집)
지표 현재 (2025 기준) 분산배치 성공 후 (2050년 전망) 주요 동인
GDP 약 1.8~1.9조 달러
(세계 12위) 5.0~6.9조 달러
(세계 7위권) 북한 시장·자원 활용, 잠재성장률 1~1.5%p 상승
1인당 GDP 약 3.5만 달러 7~11만 달러
(G20 최상위권) 북한 노동력 2,500만 명 추가, 저출산·고령화 구조적 해소
무역 규모 약 1.5조 달러
(세계 8위) 3~4조 달러
(세계 5위권) 북한 희토류·자원 수출, 유라시아 철도·북극항로, 내수 8,000만 시장
경쟁력 순위 IMD 경쟁력 23위
(2025) 세계 10위권 진입 북한 원자재 자립,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독립, 제조업 부흥
종북·자주파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
이재명 정권 내 자주파·종북 세력이 이 구상에 극렬 반발할 것은 자명하다. 표면적으로는 "주권 침해", "제국주의"를 외치겠지만 실질적 공포는 다른 곳에 있다.
주한미군(유엔군)이 북한에도 배치되면 한반도 전역에 국제사회의 감시망이 촘촘히 깔린다. '투명성(Transparency)'이 강제되는 것이다. 폐쇄적으로 유지되던 지하 연계망, 자금 흐름, 조직적 내통이 국제 정보망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이것이 그들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이다.
평양의 '적대국 선언'은 역설적으로 종북 담론 자체의 허구성을 드러낸다. 김정은 본인이 '민족공조'를 폐기한 마당에 그것을 붙들고 있는 세력은 평양보다 더 구식이다.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
이 구상의 성패를 결정하는 열쇠는 한국이 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압박+정상회담' 채널을 병행하며 대북 거래를 모색 중이다. 방위비 분담 압박을 받는 대신, "북한에 미군을 배치하고 한반도 전체를 미국 주도 질서 안으로 편입하는 역사적 딜"을 제안하면 트럼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중국의 반발은 희토류와 자원 개발 우선권, 그리고 '전략적 보증' 패키지로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과 미국이 동의하면 나머지는 따라오게 할 수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며 끌려다녔다. 이제 알렉산더가 칼을 뽑듯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수천 년간 중국과 북방 세력, 일본에 시달려온 지정학적 한계를 뛰어넘게 해 준 것이 미국이다.
그 미국을 최대한 활용해 항구적 자주평화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최종 목표여야 한다. 문제는 이 담대한 구상을 현 정권이 주도할 의지와 능력이 있느냐다. 친중 경사와 종북 연대라는 이재명 정권의 DNA가 바로 가장 큰 실행 장애물이다.
그렇기에 이 칼럼은 현 정권이 아니라 국민에게 묻는다. 이 구상을 국가 전략으로 올릴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는 오직 국민에게 있다.
출처 : 파이낸스투데이(https://www.fntoday.co.kr)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0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