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정도 거실에서 함께 했던 행운목이 생장점 부분부터 갈색으로 서서히 변해 가면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3년 전에 진한 향기로 눈부시게 피어 행복감을 주었던 행운목이어서 그런지 아주 많이 아쉽고 한편으론 미안하고 왠지 뒤 늦게 후회감이 듭니다.
작년에 이사 하면서 2년간이나 꽃도 없고 키만 2미터를 넘어 서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무의 잘못은 일도 없습니다. 키가 대책 없이 자라 천장에 닿고 말은 것은, 성질 급한 내가 질소 비료를 듬뿍 준 것 때문입니다. 웃자란 것입니다. 실내에 있다 보니 웃자라도 바깥바람에 쓰러질 위험도 없고 부쩍 크는 재미도 있고 하다 보니 거실의 제한높이를 넘고 말았습니다. 고민 하다가 작년 이사 하면서 거실보다 한 뼘 정도 높은 베란다로 자리 옮겼습니다.
이번 맹추위는 연하고 부드러운 새잎은 여지없이 얼고 조직을 망가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식물학 개론 정도는 공부하고 비닐하우스 필드 경험도 있어서 행운목 쯤이야 했던 나의 자세와 게으름의 결과 나무도 잃고, 초록의 연한 생명력을 볼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애물단지로 만든 것도, 죽어 가는 나무가 된 것도 나 때문 입니다.
거실에 화분 하나도 이리 맘이 쓰이는데, 저무는 삶의 길 위에 만나고 함께하는 동녘의 벗들과 나의 가족들에게 이제 부터라도 게으름없이 만나고 나누어야겠습니다.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올해는 스스로에게 여럿에게 스며드는 양분처럼 살기를 소원 합니다.
정초에 새 마음 담아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 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