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332) 인사이더, 나도 그들이 되고 싶다 - ① 나만 뒤쳐져 보일 때/ 시인, 한양대 교수 정재찬
인사이더, 나도 그들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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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나만 뒤쳐져 보일 때
대학교수라는 직업이 묘한 게, 제자들은 늘 이십 대이고 저만 혼자 늙어간다는 겁니다.
아무리 해가 바뀌어도 신입생은 늘 스무 살 안팎인 것이지요.
청년 제자들과 호흡을 같이하려면 늘 애를 써야 합니다.
이미 화석이 되어버린 말을 신조어랍시고 써 먹었다간 더 뒤쳐져 보일 뿐.
그래서 최신 유행어도 귀동냥해가며 공부해봅니다만,
그것도 적당히 해야지 남용하면 오히려 역효과, 주책없다는 소리만 듣기 십상입니다.
그러니까 ‘인싸’ 정도만 돼야지 ‘핵인싸’ 흉내를 내서는 곤란하다는 소립니다.
일거수일투족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SNS 속의 ‘인사이더’들 늘 분위기 좋은 곳에서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제집 드나들 듯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들.
그들을 보며 나도 언젠간 저기에 가봐야지 마음먹으며 스크랩까지 해보지만 그 순간만 인싸들과 동일시할 뿐,
그 꿈이 실현된 적은 잘 없습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언제부턴가는 부러움을 넘어 은근히 부아가 올라옵니다.
내 삶은, 아무래도 너무 초라한 것 같습니다.
오랜 준비와 노력 끝에 드디어 어쩌다 그 인싸의 삶 가운데 하나를 겨우 흉내 내어 보는 건데,
그땐 이미 그곳은 더 이상 ‘학플’이 아닙니다.
SNS에는 그새 새로운 인싸의 삶이 가득 올라와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기본이지만 내겐 목표 너머에 있는 그 기준, 그것이 인싸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유행이라는 건 늘 존재해왔지만, SNS 시대에는 유행의 유통기한이 너무 짧아졌습니다. 도대체 누가 만든지도 모르는 유행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느라 우리는 쉴 틈 없이 타인의 삶에 촉각을 세우며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타인의 쇼핑, 타인의 취미, 타인의 여행, 타인의 음식, 심지어 타인의 반려견과 자녀와 손주에 이르기까지 이것저것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는 이 미지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말입니다.
피곤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그 속으로 들어왔더니만,
과시와 엿보기와 모방과 찬양의 부채질에 휘둘리며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들어가버리고 마는 세계인 겁니다.
매일 새롭고 매일 그럴 듯한 ‘셀럽’들과 함께 소통하는 듯해 괜히 신이 나지만,
나도 모르게 어딘가 빠르게 소모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
그곳은 인싸인 듯 인싸 아닌 인싸 같은 묘한 분위기,
거기에 취해 살짝 공중에 들린 듯 살아가는 매트릭스 같습니다.
<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정재찬, 인플루엔셜, 2020)’에서 옮겨 적음. (2022. 7. 1.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332) 인사이더, 나도 그들이 되고 싶다 - ① 나만 뒤쳐져 보일 때/ 시인, 한양대 교수 정재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