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목 - 김남조, 해설, 해석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라는 구절로 유명한 설일을 쓴 작가 김남조 시인의 시 설목입니다.
대상에 대한 굳건한 사랑을 노래한 점이 바로 이 시인의 특징인데요. 김남조 작가의 시 설목
화자는 이미 이별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대를 위한 사랑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누구도 모르는 산등성에 한 그루 설목).
그대와 이별한 그 가을 나는 그대가 나를 미워하더라도 내 옆에 있어주기를 소망합니다.
이별보다는 나를 미워하더라도 내 곁에 있기를 바라는 것이죠.
(화자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되고 나의 마음도 두터운 철문 같은 고요로 가득한 적막 속에 있지만
내 마음 속 설목(그대를 향한 사랑)은 고드름에도 지지 않고 손을 위로 설악에 뻗고 있습니다.
(그대를 향한 사랑을 포기 하지 않음).
나는 외로운 겨울밤에 있다면 당신이라는 불씨가 있다면 이를 머금고 죽어도 좋습니다.
(그만큼 그대를 향한 사랑이 굳건하다는 뜻)
이별한 상황에서도 사랑을 놓지 않고 끝가지 가슴 속에서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네요:)
대상에 대한 굳건한 믿음 예전부터 김남조 작가의 특징이였습니다.
나의 마음 속
누구도 모르는 산등성에
한 그루 설목을 가꾸어 왔습니다
나뭇잎 지고
시냇물마저 여위는 가을을
최후의 계절이라 믿었던 어느 그 날,
사랑하노라 사랑하노라던 사람
떠나고 없음이여
미워하면서 나를 미워하면서
내 옆에 남아줌이 더욱 백 배는
고맙고 복되었을 것을
물방울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두터운 철문 같은 고요 속에
나뭇가지 사철 고드름 달고
소스라쳐 위로 설악(雪岳)에 뻗는
백엽보다도 희고 손 시린 이 나무는
역력히 이 나무를 닮고
역력히 이 마음을 닮은
내 사랑의 표지입니다
붉은 날인과 같은 회상입니다
당신이여
불씨 한 줌 머금고 죽어도 좋을
이 외로운 겨울밤 겨울밤
- 김남조, 「설목(雪木) 」
위 시에서 자주 쓰인 표현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형상화 :
형상화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보이는 대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관념적인 대상을 구체적인 사물로 빗대어 표현하거나, 상징을 사용하거나,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죠.
이 시의 제목인 '설목' 자체가 님을 향한 마음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시각화, 구체화가 있습니다:
2. 공감각적 심상과 복합 심상의 구분:
공감각적 심상은 한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로 전이되는 것을 말합니다. (감각의 전이)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에서 '푸른 종소리'가 공감각적 심상인데
청각(종소리)이 시각(푸른)으로 옮겨지는 것을 볼 수 있죠.
전이의 범위는 "물 소리에 이가 시리다"처럼 청각(물 소리)이 원인이 되어 촉각(시리다)이
생겼을 때까지도 인정됩니다.
이러한 공감각적 심상은 두 심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복합심상은 연관없는 두 감각이 나열되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위 시에서 '백엽보다도 희고(시각) 손 시린(촉각) 나무는'같은 경우는
'백엽보다도 흰 나무'는 혹은 '손 시린 나무는'이라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히 두 개 이상의 감각이 나열되어있을 때 복합감각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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