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 묻어 놓고 덮어 놓고 모른 척하며 눈 가리고 입 닫고 서로 아는 죄를 굳이 들추어내서 무슨 소용이 있으며 그럴 필요 없다고 한다.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으니 우리 모두 쉬쉬하고 지금에 만족해야 한다며 억지라도 웃자며 하얀 미소들을 짓는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 영화를 본다. 마더는 murderer (살인)일 수 있다. 살인만이 아니다. 정신적 영혼의 살인을 포함, 이 시대의 어미와 아비는, 어른은 어떤 존재인가. 그들이 키운 자식이 이제 나이 사십이 넘었고 오십이 되어 가고 그 어미들은 이제 죽음에 임박해 있다. 그 모성애에 박수를 보낼 수 없다.
|
|
|
▲ 영화 '마더'는 이 시대 아버지, 어머니는 어떤 존재인지 묻는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며 모성애라는 것에 마냥 박수를 보낼 수 없다. (사진 제공 박혜숙) |
영화는 본성과 본능에 충실한 모자의 이야기다.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아들의 살인을 알면서 어미는 묻어 버린다. 아들 또한 어미의 살인을 모른 체한다. 자신만 살겠다고 그 어미는 자기 자식과 비슷한 부모 없는 정신박약아를 또 다른 희생양으로 감옥에 가두어 놓고 과거로부터 도망한다. 그리고 그녀는 영혼의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지만 자식을 위해 그 죄를 가슴에 묻고 관광버스 속의 보통의 아줌마들의 미친 춤 속으로 자신을 묻어 버린다. 그 버스 속의 어미들 또한 각자의 비밀들을 간직한 채 주인공의 극단적인 상황은 아닐지라도 크고 작은 죄의 어두움을 가슴에 묻은 채 한순간 잊어 보려는 몸부림이 한없이 약한 인간의 속되고 악한 저속성을 본다.
진정한 모성애는 어디에 있는가? 지금 우리 사회의 어른들의 모습은 매일을 알고 짜고 치는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죄악이다. 어미의 지나친 집착에…가난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아니다. 그 어미의 과거로 다시 돌아가서 들춰 봐야 하는 서클이다. 무책임함의 극치다. 대물림 하는 인과응보의 죄는 어찌할 것인가. 그러나 지금 살아야 한다는 거짓 정당성으로 자신을 변명하며 죽을 때까지 죄책감으로 그 아들과 어미는 죽어 갈 것이다.
그 아들은 정말 모자라는 박약아였을까? 아닐지도, 천재일지도, 모든 것을 알고 한 행위인지도 모를 일, 그냥 그렇게 해 버린 것이다. 무감각의 죄는 오래 묵은 단단한 바위가 되어 아무런 죄책감을 모르는 사이코 패스로 만든다. 아들의 모습은 바로 그 어미의 모습인 것이다. 그 아들 또한 그 어미의 영악함의 희생양이다. 이 영화에서 제일 무서운 인물은 아들이다. 모든 인간의 속된 거짓들을 알고 어쩌면 위장된 바보 행세를 완벽하게 했을 수도. 그리고 그 어미의 희생을 착취한다. 끝내 숨은 억압은 그 어미를 팔아 버리는 착한 무서운 권력을 휘두르며 그 어미를 희롱한다.
어미는 나이고 당신이고 우리이다. 절박한 죽음과 직면하는 지금 murderer이 마더(mother)로 바뀌려면 자신의 양심 앞에 뭘 해야 하는가? 어머니는 사랑이다. 그 사랑의 회복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죄를 낱낱이 들춰 내 자신과 현실 앞에 만인 앞에 돌이키고 죄를 용서받아야 한다. 그 죗값을 치러야 한다. 과거와 만나지 않고는 현재의 변화는 어렵다. 모든 곳에 숨어 있는 춤추는 어미들의 아비들의 용서의 눈물이 있어야 하고 잘못 키운 아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세대교체는 이 용서의 눈물이 없이는 그자식의 미래와 그 손자들의 미래는 없다. 과거로부터의 도망은 더 큰 죄를 키운다. 죄에 대한 면역성이 키워진 채 또 다른 범죄자를 낳고 있다
|
|
|
▲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들을 죄에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과거 없는 현재는 존재할 수 없다. (사진 제공 박혜숙) |
우리는 지금 과거의 역사와 현실 앞에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진통이다. 그냥 갈 수도 없고 과거에서 벗어나려니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고…. 그러나 고무적인 것은 다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의와 어두움과 더러움과 부끄러움을 감수하고서라고 새로워지기를 원한다. 용감한 결단을 하려 한다. 박수를 보낸다. 정치, 종교, 부모… 이 모든 것이 모성애의 진정한 회복으로부터이다. 모성애? '마더', 위대한 사랑이다. 그 사랑이 사라지고 있다. 그 사랑이 위장된 사랑으로 묻혀 있다.
지금의 교회를 돌아본다.
박혜인/프라미스랜드 스텝·연극인, www.promiseland.co.kr
첫댓글 기쁨지기님 ㅎㅎ 가을 소풍은 잘 다녀오셨는지요?
갑자기 쓰는 제 글은 늘 그렇지만 오타도 많고 두서 없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