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고 성실하게 인식의 오솔길을 걸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예술적 또는 다른 어떤 형식으로든 그가 인식의 오솔길에서 발견했다고 믿는 정신생활을 표현하게 됩니다(천체의 음악 인간의 신비, 2021, 182)."
필자는 법륜스님의 여러 강의를 들으면서 늘 궁금하게 생각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인간의 영혼은 없는가'라는 질문에서 법륜스님께서는 '그렇다'라고 대답하셨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분명 인간의 영혼은 있으며,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현상이 발현된다. 그런데 왜 법륜스님께서는 없다고 하실까. 보통 사람이라면 무시하지만, 법륜스님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질문이다.
이에 대한 법륜스님의 대답이다. 자동차 부품을 하나 하나 떼어놓으면 그것은 자동차가 아니다, 그렇지만 자동차 부품을 모두 합쳐놓으면 자동차가 되어서 움직인다. 이처럼 인간의 몸 하나 하나를 합쳐 놓으면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인간에게 있는 영혼을 없다고 생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영혼이 있기에 영혼의 활동이 있을 것이다. 슈타이너가 말하는 인간 영혼의 활동은 사고, 느낌, 행동이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영혼이 있기에 가능한 활동이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그리고 드는 생각이다. 만약 인간에게 영혼이 없다면,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노력할까'란 생각이다. 좋은 자동차 부품을 끼워 놓으면 되는데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는 결국 인간에게 신적 요소를 빼게 되고, 그 결과는 인간이 신으로 가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다. 즉 인간이 신적으로 가고자 해야 다소나마 인간의 발달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신의 영혼을 -스스로- 파악하면 자신의 영혼이 하는 활동을 파악할 수가 있다. 그러면 자신의 영혼 활동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가 있는 것이다.
가만히 보면 법륜스님은 인간이 태어날 때 꿈을 가져야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통상 통념을 가벼이 깬다. 인간은 목적이 있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냥 생물학적 조건이 맞으면 태어난다. 요컨대 태어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태어났는데 나쁜 일을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자유롭게 살아가도 된다. 물론 인간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그로 인해서 삶이 어려워지는 점은 있다. 하지만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법륜스님의 삶을 통해서 우리가 볼수 있다.
요컨대 인간이 태어나는 것을 목적이 없이, 그냥 태어난다는 것은 이제까지 인류가 계획한 인간의 삶의 근간을 흔든다. 그렇다면 어떤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는데 법륜스님의 노력하는 삶, 감히 범인은 흉내조차 낼 수없는 초인적인 힘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필자는 어떤 목적이 없이 태어났다면, 그냥 삶이 이끄는데로 살아갈 듯하다. 따라서 이것은 모순이다. 그냥 살아가는데 초인적인 힘이 나오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기에 중요한 변곡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초인적인 힘은 정신, 인간이 신적 존재가 되었을 때만 가능하다. 인간이 신적 존재가 되는 것은 인간의 자아가 상을 벗었을 때만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인간은 깨어있는 의식 상태에서 인간의 자아는 상속에 있다. 인간의 자아가 상속에 있다는 말은 모든 존재와 내가 따로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인간의 자아가 상을 벗으면 인간은 모든 존재, 삼라만상과 같은 존재, 즉 하나이다. 이 말은 인간이 모든 존재와 하나인 그런 에너지 권안에 있다는 의미이다. 이 에너지가 삼라만상을 키우는 힘으로 인간 역시 이 에너지로 삶을 살아간다. 되풀이 하지만 이 에너지가 신적 존재, 신적 힘이다. 따라서 인간이 이 에너지권 안으로 들어간다는 말은 인간이 신적 존재가 된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통상 깨달음이라고 하는데, 이 에너지권 안으로 들어가면 신적 요소인 지혜도 같이 증득한다. 신적 지혜와 '선정'도 같이 포함해서 깨달음이라고 한다. -물론 법륜스님은 1000년에 한번 태어날까 말까한 깨달은 분이다-.
요약하면 법륜스님께서 하신 말씀, 인간은 영혼이 없다. 자동차부품처럼 인간의 몸이 모여서 인간을 이루므로 태어난 이상 그냥 살면 된다. 하지만 법륜스님의 초인적인 삶은 인간의 정신에서 기인한다. 그러므로 법륜스님의 자아는 모든 존재가 하나이고, 그 존재를 키우는 에너지권 안에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도 인간에게 분명있는 인간의 영혼을 부정하는 것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역시 해답은 슈타이너가 주었다. '개념은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요소를 추출하고 종합하여 얻은 보편적인 관념을 말한다(다음 백과 사전 참조). 슈타이너에 따르면 이러한 개념은 정신적인 요소로서 정신적인 세계에 존재한다. 그런 정신적인 세계가 보편적인 세계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이 세계에 까지 올라가면 보편적인 관념, 개념을 파악한다. 보편적인 관념이 통상 우리가 말하는 정신적인 개념, '모든 존재가 하나이다'와 같은 개념이다. 우리는 이런 정신세계에 닿지 못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개념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정신세계에 올라가면 파악할 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부터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다. 필자는 가끔 명상을 하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법륜스님의 명상을 틀어놓고 따라서 한다. 어느 날도 명상을 하는데 슈타이너의 책에서 읽은 '모든 존재가 하나이다'란 그런 세계로 들어갔다. 아마 짐작하기에 슈타이너의 책에서 읽었기 때문에 그런 세계에 들어간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는 슈타이너가 말한 '개념'을 읽으면서 그런 세계가 있을까하는 생각, 호기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정신세계는 항상 물질세계와 같이 존재하지만, 내가 그 세계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파악하지 못한다. 만약 그 세계를 이해한다면 그 세계에 들어갈 수가 있고, 또 들어갔다는 사실도 파악한다. 여기에서 정신의 속성, 정신세계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도 알 수가 있다.
그 세계를 말하자면, 모든 존재가 하나인 상태에서 모든 존재가 같은 에너지로 움직였다. 만약 거기에 동참한다면 나도 그 에너지를 받을 수가 있다. 그리고 '나'란 존재가 없다. 다만 그 모든 존재가 하나이다. 풀도, 나무도, 새도, 인간 역시 너와 나가 없었다. 그 세계는 모든 존재가 하나인 세계, 그런 보편적인 세계였다. 그 세계에서는 영혼이 없다. 모든 존재가 하나이므로 당연히 개별 영혼이 없는 것이다. 그 세계에 도달했을 때 나란 존재는 아무런 특별하지 않는, 다만 길가에 난 한 포기 풀과 같은 존재이다. 그러므로 그런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내가 할일은 그 존재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존재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들이 나이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법륜스님이 하신 말씀, '인간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란 말씀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란 생각이 머리를 쳤다. 법륜스님이 하시는 모든 일들도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은 정신세계에서의 일이다. 나는 눈만 뜨면 물질세계인 현실세계에 존재한다. 이 간극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법륜스님은 오래 명상을 해서 이 깨달음을 현실세계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라고 생각되었다.
확실한 것은 물질세계의 '모든' 일이 정신세계에 그 뿌리를 둔다는 사실이다. '2024 이효석 문학상 대상, 『끝없는 밤』 ' 수상자인 손보미 작가의 인터뷰 내용이다. "내 소설 속에 온전히 들어갈 때, 좋은 작품 나오죠(매일경제 2024, 08. 05)." 온전히 들어간다는 말은 정신세계, 그 소설의 정신세계 속에 온전히 들어간다는 말이다. 먼저 정신세계에 들어가야 하고 나아가서 온전히 들어가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음악도 마찬가지다.
우리 시대에 특히 음악 천재가 많다. 우리 모두의 복인 듯하다. 임윤찬, 조성진, 임동혁, 선우예권, 손열음 등등 굉장히 많은데, 들었을 때 그 느낌이 다른 것은 각자의 세계, 각자가 들어간 정신세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가 그렇다. 그러므로 비약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정신기관이 자라는 시기에 아이들의 정신기관이 망가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신기관이 온전하게 성장 발달해야 이러한 정신세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정신세계에 들어가야 물질세계에서 온전한 삶을 산다.
첫댓글 "온전히 침묵으로 덮인 개념의 세계 속에서 보편한 인간 정신을 통하여 인간은 서로 결합되어 있습니다(12감각, 2016, 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