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중년의 보살님이 그런대로 경제적으로도 괜찮은 중산층으로 살다가 재테크를 하려고 부동산 관련해서 어떤 투자를 했는데 그만 사기꾼에 걸렸는지
계약에 문제가 생기고 소송이 걸리고.. 일이 무척 복잡하게 꼬였다고 한다. 게다가 주변에 지인이나 친척들까지 투자를 권유했던 터라 온갖 비난과 오해를 받다보니 마음이 너무 괴롭고 피폐해지고..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인근에 어떤 절에 가서 거기 노스님께 하소연을 하였다. "스님, 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이야기를 다 듣고 노스님은 딱 한 마디 하셨다. "절을 하시오." 매일 매일 절을 좀 하라고 하셨다.
마음이 힘들수록 몸을 움직여야 한다. 고민이 있고 우울할 때 집에 가만히 있으면 더 괴로워지니까 나가서 무조건 걷고, 무조건 땀을 흘려야 한다.
보살님도 평소에 절이 여러 가지로 좋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어서 노스님 말을 듣고 바로 법당에 가서 108배를 하였는데 다리가 후둘거렸다. '108배가 이렇게 힘든 거였나?' 그런데 그날 밤에 잠을 아주 푹 잤다, 정말 오랜만에 잠을 잘 자고 나니 기분도 나아지고 해서 다음 날도 108를 하고 내킨 김에 매일 108배를 하였다. 절에서 하거나 아니면 집에서라도.. 그렇게 매일 하다보니 다리에 힘도 오르고 자신감이 생겨서 200배, 300배로 늘여 나갔는데..
어느 날 절에 갔다가 "3000배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고 '그래, 나도 한번 해보자!' 결심을 하고 휴일에 날을 딱 잡고 3000배를 하기 시작했다. 1000배까지는 할 만하였다. '3000배, 별거 아니네. 할 수 있겠는데..' 그런데 1000배를 넘어 다리가 후둘거리더니 2000배를 넘어가니까 정말 죽을 거 같았다. 그래서 300배쯤 더 했나 하고 보면 겨우 100배.. 한 100배 더 했다 하고 보면 겨우 30배.. 하도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겨우 겨우 버텨서 9시간, 10시간만에 드디어 3000배를 마치고 나니까 그 성취감에 가슴이 시원하고 마음이 아주 뿌듯하였다.
보살님은 그날 집에 가서 아주 꿀잠을 잤는데 과연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절을 하면서 마음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처음엔 그저 '부처님, 저 좀 살려주세요! 제가 뭘 그리 잘못했습니까?'
나도 피해자인데 이렇게 사람들한테 비난을 듣는 현실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는데.. 절을 하면 할수록 마음 속에 저 깊은 곳으로부터 이런 생각이 올라왔다. '잘못했습니다, 부처님. 잘못했습니다, 부처님.. 저의 욕심과 어리석음을 참회합니다.' 그동안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하며 남 탓만 했는데 아니었구나.. 내 욕심과 어리석음 때문에 눈이 가려진 나의 선택 때문에 벌어진 일이구나.. 나 때문이구나, 내 탓이구나..
그렇게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하면서 절을 하다가 지혜가 생기더라고 하였다. '그래, 내가 이 집착을 놓아 버리자.' 마음에 꼭 쥐고 놓지 못하던 그 집착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나 양보하고 합의하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부터 일이 하나둘 풀려가기 시작하였다. 물론 재산상의 손실은 보았지만 보살님은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 '어차피 내 돈이 아니었다' 딱 흘려보냈는데 그렇게 집착을 놓을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부처님께 절을 하고 기도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부처님께 기도를 하면서 이런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다. '부처님, 다행입니다. 이만해서 다행입니다. 제 욕심과 어리석음 때문에 큰 손해를 보았지만 이 정도로 끝나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기도를 하면서 그런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순간 마음이 더없이 편안하더라.. 그래서 주변사람들로부터 얼굴이 좋고 편안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하였다.
광우스님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이런 말씀으로 마무리하셨다. "이런 것을 전문용어로 '철 들었다'고 합니다. 부처님이 얼마나 흐믓하실까요? 아마도 이러실 겁니다. '불자여, 그대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훅~ 불면 날아갈 거 같은 '불자'였는데, 이제는 정말 참다운 불자로 되어가고 있구나.' 힘들고 괴로울 때 간절하게 기도하고, 부처님께 의지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