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는 40대 주부인데요, 친정엄마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70넘은 엄마는 화가 나면 소리소리 지르시고, 그래서 무섭습니다.
아직도 성질대로 하고 사시나.. 생각하면 화가 많이 납니다.
어려서도 저를 무섭게 대하셨고, 많이 때리면서 키우셨습니다.
부모님께 감사해야지 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하고 괴롭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편안한 관계를 이루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답
자식이 부모를 원망할 때, 왜 자식이 부모를 원망하겠어요?
사실 낳아주고 키워주신 분은 부모 밖에 없는데, 그런데 고마워하지는 못할지언정 미워해선 안되는데
왜 미워하는가 하면, 바라는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옆집에 쟤는 엄마가 어떻게 해주는데, 쟤는 아빠가 어떻게 해주는데.. 이렇게 비교해서..
또는 같은 식구 중에서도, 오빠한테는, 동생한테는 어떻게 해주면서 왜 나한테는 안 해주나.. 그런 생각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부모가 자식에게 손해끼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 도와주지..
그런데 나는 100을 원하는데 부모가 50밖에 안 해준다고 원망을 하는 겁니다.
자식이 부모를 원망하면 첫째, 도리에 맞지 않고..
은혜를 입고도 그 걸 모르는 사람, 배은망덕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둘째로는, 원망한다는 건 부모가 나쁜 사람이라는 건데, 그러면 나는 그 나쁜 사람의 자식이 되잖아요.
그러면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없어집니다. 생각으론 안 그렇다 해도, 무의식에선 열등감이 생기게 되고
이건 자신을 해치는 행위입니다.
어려서야 몰라서 부모를 미워한다 하더라도 크면서 이해하고 치유가 되는데
지금 이렇게 나이들어서도 아직도 부모를 원망하는 것은, 여전히 바라는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게 재산일 수도 있고.. 질문하시는 분처럼, 말을 좀 살갑게 해달라는 것처럼 정서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려서 맞은 것만도 억울한데 아직도 그 성격을 못 버리고 저러시나.. 하고 말입니다.
사물엔 모두 나름대로의 성질이 있습니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댐을 위에 막고 아래에 살면, 집집마다 저절로 물이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댐 위쪽에 살면 물을 끌어 올려야 하겠죠?
그런 걸 가지고, 저 집은 물이 저절로 나오는데 우리 집은 왜 물을 끌어 올려야 하느냐고 화를 내봐야 소용없습니다.
물의 성질을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그럼 어른의 성질은 어떠한가? 사람은 늙어가면서 몸이든 마음이든 굳어져 갑니다. 잘 바뀌지 않습니다.
이제 늙었으면 좀 살갑게 대해 달라.. 이건 뭐 부모보고 변해라 이 얘기인데,
내가 변할 생각은 안 하고 부모보고 변하라는 건데.. 이건 불가능합니다.
부모가 변하길 바래서 안 되면 결국 내가 괴로워집니다.
이건 부모가 안 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엉뚱한 걸 바라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또, 부모가 성질을 내도 보기 나름입니다.
아직도 저러시나.. 아휴 지겹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옛날 같으면 뺨이라도 한 대 올라왔을 텐데,
이젠 늙으셔서 목소리도 약하고 때리지도 못하시는구나, 안됐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옛날에 자식이 부모한테 종아리를 맞으면서, 그 힘이 약해지셨음을 보고 늙어가시는 걸 마음 아파했다는 말이 있잖아요..
종아리 아픈 게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받아들여도 괜찮은데, 전자로 받아들이면 내가 괴롭고 후자로 받아들이면 내가 편안합니다.
부모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이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뺨때기 좀 때리더라도 그래도 엄마가 키워줬잖아요? 고맙습니다.. 해야 합니다.
이웃사람은 뺨도 안 때렸지만 키워주지도 않았잖아?
부모한테 몇대 맞고 집에서 사는 게 나아요? 아니면 매 안 맞고 고아원에 가서 사는 게 나아요?
그리고 나도 이제 부모돼서 애들 키워보니, 성질 나요 안 나요? 나지..
요즘은 때리지 말라니까 안 때리는 거지, 성질대로 하면 북 패듯이 패주고 싶잖아?
쬐끄만게 말도 안 듣고 그러면 말이예요..
옛날에 맞지 않고 큰 사람 어디 있어요? 다 맞으면서 컸지..
그러니까.. 부모를 이해하는 맘을 내세요. 그러면 내 마음에 자긍심이 생깁니다.
내가 자긍심이 생기고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부모가 성질 내도
그 목소리가 옛날보다 못 한 것을 오히려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을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모와의 관계를 좋게 받아들이면 누구에게 좋아요? (저에게 좋지요)
그러면, 자기한테 좋은 대로 하지, 꼭 자기한테 손해날 짓을 뭣 땜에 해요?
이렇게 좋게 지내다가 돌아가시면 뒤에도 나에게 좋습니다.
그러나 싸우다가 돌아가시면 후회될까 안 될까? 후회되겠죠..
왜 살아 계실 때도 좋고 돌아가시고도 좋고.. 이래 안 하고
살아 계실 때는 싸우고, 돌아가시면 후회하고 울고불고.. 왜들 그래요?
※ 부모, 남편 병수발, 도망가고싶을 정도로 괴로운데.. <법륜스님> http://cafe.daum.net/santam/IQ3h/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