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등 - 김광균 , 해석 / 해설
"군중 속의 외로움"
이란 말은 다들 한번 쯤은 들어왔을 겁니다. 현대인들은 늘 SNS나 메신져로 바쁘게 소통하지만 왠지 공허하고 내가 어딜향해 가고있는가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근대인(30-50년대 사람들)들도 마찬가지였나봅니다. 이 시 속에서 도시는 과거와는 다르게 밤에도 환하고 사람이 돌아나니는 북적북적한 공간이지만 화자는 그 안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방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차단한이란 말은 '차가운'이라는 말인데요. 이 말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시적 허용이라는 기법을 써서 차단한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도시의 불빛을 밝히는 와사등(가스등 - 가스로 킨 전등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을 차갑다고 느끼는 것에서 화자의 도시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후 화자는 묘석, 잡초로 도시를 비유하며 자신의 내면의 말을 하지 못하고 단절된 듯한 느낌표현해 냅니다.
이러한 시인의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된 표현법들을 봐보면요.
1. '시적허용'이 사용되었습니다.
: '시적허용'이란 문법적으로 틀린 것일지라도 시적인 효과를 위해서 틀린 것을 허용하는 표현방법인데요. 위에서 언급한 '차단-한'외에도 '비인', '호올로' 등이 시적허용으로 쓰여서 화자의 의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2. 비유를 통해 정서를 구체화 시켰습니다.
: 화자는 도시라는 공간을 '창백한 묘석', '무성한 잡초'로 비유하여 공간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고있습니다. 이때 직접적으로 정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창백한 묘석'이나 '무성한 잡초'를 통해 공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정서를 구체화 시켰습니다.
: 김광균 시인 자체가 감각적 이미지의 활용으로 특히, 시각화를 잘 시키는 시인으로 유명합니다. 이 시에서도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했는데요.
먼저, 공감각적 이미지의 사용입니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은 '어둠'이라는 눈에 보이는 '시각'을 피부에 스며든다는 '촉각'으로 전이하여 표현함으로써 도시 문명의 어둠에 잠식당하는 화자의 모습을 잘 표현했습니다.
또한, '긴'이라는 단어 이후에 '-'를 붙여 '긴 - '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단어의 의미를 시각적 이미지화 시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이제 전문을 읽은 후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하도록 해봅시다 :)
단 — 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 여름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高層)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니고 왔기에
길 — 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 — 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 김광균, 「와사등」
시와 소설 수능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