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341) 아웃사이더, 바깥에 길이 있다 - ① 자연인이 부러울 때/ 시인, 한양대 교수 정재찬
아웃사이더, 바깥에 길이 있다
티스토리 http://sosohani.tistory.com/112/ 나는 자연인이다 무개념 시청자 보고 느낀점
① 자연인이 부러울 때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 다들 아시죠?
방송국 소개에 따르면 ‘원시의 삶 속 대자연의 품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자연과 동화되어 욕심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라는데,
2012년 8월 첫 방송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솔직히 제 취향과는 맞지 않아서 자주 보는 편은 아닙니다만 묘하게도 보면 볼수록
그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누군가는 건강상의 문제로, 또 누군가는 사업에 실패해서, 누군가는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껴서,
누군가는 그냥 자연이 좋아서 등등 자연인들이 산에 들어가게 된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지금 현재 그들이 누리는 삶의 모습만은 왠지 부럽기 짝이 없으니 말입니다.
이 대리만족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시청자가 느끼는 힐링의 정체는 어디에 기인하는 걸까요?
우리 누구나 삶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우리 누구나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우리 누구나 문명의 혜택에서 벗어나는 데에 불안과 공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인들을 보면 안도가 됩니다.
막상 실천하긴 어렵겠지만, 갈 데가 있구나,
살 길이 있구나 하며 든든히 믿는 구석이 생기는 그런 기분이 드는 겁니다.
자연 속의 삶은 현실도피의 패배감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본디 자연적 존재로서 우리 안에 들어 있는 가능성과 새로운 행복을 발견하게 하는 능동성을 일깨워줍니다.
그러기에 도시의 직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과업과 경쟁에 찌들고 지친 이들,
은퇴를 앞두거나 인생의 황혼을 지나는 이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자연인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합니다.
무엇이 정상이냐고, 무엇이 진짜 행복이냐고, 좋은 공기,
맑은 물, 겸손하고 정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자연을 두고 어디서 헛된 이상향을 찾고 있느냐고.
맞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그것은 로망으로 들립니다.
현실에 매여 이럭저럭 안주하다 보면 벗어나기가 여의치 않죠. 소위 인사이더로 잘 나갈 때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인사이더의 눈에는 자연인의 행복이 아웃사이더, 루저의 정신승리로만 보입니다.
잘나가는 그때가 망가지기 쉬울 때인데 멈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삶의 고비는 위험과 시련일 수도 있고 축복과 은혜일 수도 있는 거겠지요.
<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정재찬, 인플루엔셜, 2020)’에서 옮겨 적음. (2022. 7.27.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341) 아웃사이더, 바깥에 길이 있다 - ① 자연인이 부러울 때/ 시인, 한양대 교수 정재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