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들 위한 통학버스 제도 만들어야”
통학버스 기사 자격증·일탈 행위 규정하는 법도 없어
국토부, 중·고교생들 위한 ‘통학버스 교통안전 확보 방안’ 연구 착수
중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 박모씨(46)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아들을 축구교실에 통학버스를 태워 보내고 있는데 최근 교차로에서 통학버스가 신호를 위반해 승용차와 충돌사고가 나면서 수능을 앞두고 있던 고교생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기 때문. 박 씨는 “매주 아들을 버스에 태워 보낼 때마다 운전기사님에게 안전운전해달라는 당부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과속하는 통학버스를 보거나 혹시 모를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어린이 통학버스 교통사고 건수는 2016년 278건·2017년 764건·2018년 583건이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5명으로 16년과 17년은 각 6명이었지만 지난해 13명으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사고 원인은 안전의무불이행이 932건으로 전체의 57.4%를 차지했으며 그다음으로 신호위반과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로도 한국의 만 14세 이하 어린이 평균 사망자 수는 0.44명인데 OECD 회원국(평균 0.30명) 중에 6번째로 높다.
이에 통학버스 현행법을 강화하고 교통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학버스 기사 자격은 별다른 제한이 없다. 자격증제가 없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신고하는 경우 누구나 통학버스 기사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통학버스 기사들의 음주운전 등 일탈 행위를 규정하는 법도 없다.
이미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선 통학버스 현행법의 규제가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통학버스 기사 시험을 치르고 40시간의 의무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통학버스 면허증을 반드시 소지해야 하며 연방 규정에 따라 약물, 안전 검사도 필수다. 게다가 버스가 전복될 때도 학생들이 외부 충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강화된 철 소재로 통학버스를 제작해야 한다는 법도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통학버스의 사망사고 비율은 1%밖에 안 된다. 캐나다 또한 통학버스 기사 자격증제를 실시할 뿐만 아니라 기사 벌점제를 운용해 벌점 기준을 초과하면 기사 자격을 박탈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통학버스 현행법은 만 13세 미만 어린이들이 타는 버스만 보호자 동승, 안전띠 착용, 하자확인장치 부착 등의 조치를 취한다. 따라서 만 13세 이상 청소년들은 해당하지 않는다. 또 어린이 통학버스사고 관련 통계자료만 있을 뿐 중·고교 통학버스 사고는 실태 파악도 잘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통학버스 현행법은 어린이에게만 허용하기 때문에 중·고교생에 대해선 강제성이 없다 보니 예방을 위한 사전 조치를 하지 않는다. 최근 ‘중·고교생 통학차랑 교통안전 확보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청소년들을 운송하는 통학버스 사고 규모를 파악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대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