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 해석 / 해설 / 분석
오늘은 슬픔이 기쁨에게 내용분석을 하기 전에 『아몬드』라는 소설의 일부분을 한번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심 박사를 찾아간 어느 날이었다.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폭격에 두 다리와 한쪽 귀를 잃은 소년이 울고 있다.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관한 뉴스다.
화면을 보고 있는 심 박사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내 인기척을 느낀 그가 고개를 돌렸다. 나를 보자 다정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내 시선은 미소 띤 박사의 얼굴 뒤로 떠오른 소년에게 향해 있었다.
나 같은 천지도 안다. 그 아이가 아파하고 있다는 걸.
끔찍하고 불행한 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걸.
하지만 묻지 않았다. 왜 웃고 있느냐고.
누군가는 저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등지고 어떻게 당신은 웃을 수 있느냐고.
비슷한 모습을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채널을 무심히 돌리던 엄마나 할멈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멀리 있는 불행은 내 불행이 아니라고, 엄마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래, 그렇다 치자.
그러면 엄마와 할멈을 반히 바라보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던 그날의 사람들은?
그들은 눈앞에서 그 일을 목도했다.
멀리 있는 불행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는 거리였다.
당시 성가대원 중 한 사람이 했던 인터뷰가 뇌리에 떠다녔다.
남자의 기세가 너무 격력해, 무서워서 다가가지 못했다고.
멀면 먼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아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위의 내용과 같이 현대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 앞의 현실에 집중하고 자신의 기쁨에 이기적이게 몰입하기도 합니다.
뭐 이러한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올바른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누구나 배우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올바른 것임을 말이죠.
오늘 분석할 시 '슬픔이 기쁨에게'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슬픔'과 '기쁨'을 하나의 인격으로 형상화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너는 겨울밤 거리에서 귤을 파는 불쌍한 할머니에게,
추위에 의해 죽은 동사자에게,
어둠 속에서 내가 도움을 구할 때 무신경하게 지내며 기쁨 만을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너'는 사람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합니다.
나는 이런 '너'에게 슬픔(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가르쳐 주어 '너'를 바꾸고자 합니다.
그리고 함꼐 공감하는 사회로 걸어가고자합니다.
그렇다면 시인은 이런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표현방법을 사용했을까요?
1. '슬픔'과 '기쁨'을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의미로 쓰는 역설적인 발상을 보였습니다.
- 일반적으로 '슬픔'은 부정적, '기쁨'은 긍정적 의미로 쓰입니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슬픔은 '다른 사람을 공감할 수 있는 힘',
기쁨은 '이기적인 모습'이라는 일반적 인식과 다른 의미로 써서
시인이 표현하려는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 '내(슬픔)'가 '너(기쁨)'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 화자인 '나'와 청자인 '너'가 시의 표면에 제시되어
'나'가 '너'에게 말을 건내는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함으로써 시인이 전달하려는 바를
직접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때 '나'는 '슬픔'을 '너'는 '기쁨'을 의인화하여 형상화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럼 전문을 읽은 후 전문해석을 읽고 학습을 마무리해 봅시다.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시와 소설 수능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