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민담집에 나오는 이야기..
임진왜란 의병장 고경명의 후손 고유(高庾)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경상도 고령에서 남의 집 머슴으로 살고 있었는데
부지런하고 충직해서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같은 동네에 박 좌수(朴座首)라는 이가 살고 있었는데
비록 지역 유지였지만 경제적으로는 매우 가난한 사람이었다.
하루는 고유가 그와 함께 장기를 두다가 내기를 하자고 하면서
자기가 지면 1년간 좌수의 머슴이 될 테니, 자기가 이기면 딸을 달라는 것이었다.
자신은 비록 머슴살이를 하고 있지만 고경명의 후손인 데 비해
좌수는 비록 지역 유지이기는 하지만 명문가도 아니고 가난하기까지 하므로
자신이 좌수의 사위가 되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박좌수는 이 엉뚱한 제안에 몹시 불쾌하고 화가 났다.
아무리 명문가의 후손이라 해도 지금은 하찮은 머슴 아닌가?
"당치도 않아!"라고 고함을 쳤지만 얼마 안 있어 결혼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딸도 고유와 결혼하고 싶다고 하고, 동네 사람들도 적극 지지했기 때문이다.
고유의 가문으로 보나 사람 됨됨이로 보나 앞으로 훌륭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들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고유는 박좌수 딸과 결혼을 했는데
이번에는 신혼 첫날밤에 신부가 고유에게 황당한 제안을 하였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 될 자질이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그렇게 될 수 없으니,
10년간 별거를 하면서 당신은 과거시험을 준비하고 나는 장사를 해서 돈을 벌자"는 것이었다.
고유는 그 제안을 승낙하고 동이 트기 전에 마을을 떠났다.
동네에서는 새신랑이 첫날밤에 도망을 갔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그렇게 고령을 떠난 고유는 정말로 10년 뒤에 대과에 급제했고, 부인은 장사를 해서 거상이 되었다.
고유의 사정을 들은 숙종 임금은 일부러 그에게 고령현감 자리를 주었고
고유와 부인은 10년 만에 감격의 재회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얼마 안 있어 경상도관찰사로 승진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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