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348) 시 합평의 실제 1 - ③ 박영애의 ‘날마다 그대를’/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1
티스토리 http://uuui88.tistory.com/77/ 아침의 문학회 합평회
③ 박영애의 ‘날마다 그대를’
< 원작 >
날마다 그대를/ 박영애
마음에 피고 지는 이야기를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겠어요
어제의 꽃이 오늘도 방긋 웃고 있는데
구름이 모양을 바꾸며 흐르듯
그대를 향한 마음이
얼마나 많은 말을 하게요
흐르고 모으고 다시 흐르고
한 곳에 머물러 허우적대다가
그렁한 눈망울로
소름 돋으며 떨리는 손끝,
오늘도 나는 참을 수 없어서
사랑하는 그대라고 쓰지요
< 합평작 >
날마다/ 박영애
피고 지는 이야기를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겠어요
어제의 꽃이 오늘도 웃고 있는데
구름이 모양을 바꾸며 흐르듯
그대 향한 마음이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는지요
흐르고 모으고 다시 흐르고
한 곳에 머물러 허우적대다가
그렁그렁 떨리는 손끝,
참을 수 없어서
사랑하는 그대라고 쓰지요
< 시작노트 >
어떻게 날마다
시를 쓸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그대에게 말하지요
하루에도 몇 번 웅크리다 바라본
구름, 냇물, 꽃……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에 말을 건네며
마저 하지 못한 말이 샘물처럼 솟아나는 날
흐트러진 마음을
시로 간종거리지요
< 합평노트 >
우선, 제목을 ‘날마다’로 수정합니다.
「날마다 그대를」이라고 제명했을 때보다 의미가 단출하고 명징해졌습니다.
첫 행의 “마음에 피고 지는 이야기를”이라는 표현에서 “마음에”라는 어휘를 삭제합니다.
시인은 ‘마음에’라고 못박아놓지 않으면 ‘들판에 피고 지는 이야기’ 혹은
‘산속에 피고 지는 이야기’로 오해할까봐 걱정이 앞서겠지만, 기우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마음에’라고 한정해놓는 것보다 ‘들판에’, ‘산속에’, ‘바다에’, ‘사막에’, ‘눈밭에’ 등등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랬을 때, 시는 고정화된 사물이 아니라 밀가루 반죽처럼 융통성 있고, 변신 가능한 생명체가 됩니다.
제3연의 “그렁한 눈망울로/ 소름 돋으며 떨리는 손끝”이란 표현은 “그렁그렁 떨리는 손끝”으로 응축합니다.
이때, “그렁그렁”이란 어휘는 “그렁한 눈망울로”를 함축하면서 “떨리는 손끝”을 수식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렁그렁’과 ‘떨리는 손끝’은 조응하지 않는 비문 같지만,
물리적인 함축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결합하면서 응축을 일으킨 것입니다.
마지막 연의 “오늘도 나는 참을 수 없어서”라는 구절은 “참을 수 없어서”로 함축합니다.
“오늘도 나는”을 삭제함으로써 ‘오늘’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폭 넓은
시공간을 활보하는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2. 8. 6.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348) 시 합평의 실제 1 - ③ 박영애의 ‘날마다 그대를’/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