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양지머리를 푹 고은 물로 짓되 쌀은 만경평야 것을 써야 밥알에 윤기가 흐른다.
30여 가지 재료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콩나물인데 수염없는 외뿌리 어린 콩나물을 쓴다.
재료는 계절에 따라 미각을 살리는 야채, 해조류, 조개류를 쓰되,
콩나물과 육회는 언제나 곁들여야 한다.'
이게 뭘까요?
1976년 경향신문에 실린 전주 비빔밥 만드는 법입니다.
1976년이라면 학교에서 돌아와 아무도 없는 집 부엌에 들어가 양푼에 찬밥 덜고
콩나물이나 김치에 참기름 조금 넣어 썩썩 비벼먹는 간이 비빔밥이 흔했을 땐데
-<난쏘공>에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지요?- 신문에 이렇게 호사스러운 요리법을
기사로 실었다는 게 경이롭기도 합니다.
하긴 비빔밥이라는 음식의 스펙트럼은 위와 같은 간이 비빔밥부터, 안동 헛제사밥이나
진주 비빔밥처럼, 명절이나 제사 지내고 남은 음식으로 비벼먹는 비빔밥을 거쳐
궁중음식으로써 호화 비빔밥까지 넓어서 남녀노소 빈부귀천 가릴 것 없는 음식이니
까다로운 레시피가 없고 아무 것이나 넣어도 잘 어우러지는 탕평반(飯)이라 할지라도,
탕평한답시고 권력 주변에서 요설로 자기 주장을 하루 아침에 뒤집어 버리는
간신배들과는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닙니다.
사무실 근방에 몇 년 전 정육점 식당이 생겼는데 오랫만에 점심 먹으러 가니
종로의 어르신이란 어르신들이 여기에 모두 모여 집회하는 것처럼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아마 갈비탕이 양도 많고 양에 비해 저렴해서 인기인 모양인데
낮에 얼마나 많이 팔리는 지 저녁 때는 갈비탕의 갈자도 볼 수 없습니다.
제가 줄서는 걸 싫어해서 손해보는 사람이긴 하지만 '얼마나 맛있길래?'
궁금증이 생겨 점심 때 줄을 서더라도 한번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갈비탕엔 마구리가 아닌 갈비가 정말 많이 들어 있습니다.
반주를 하는 사람에겐 간천엽도 작은 접시로 하나씩 내줘 어르신들 밥상엔
소주병이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사람이 꼬이는 이유가 있었네요.
그런데 갈비탕을 시켜 놓고 보니 동행한 직원이 시킨 비빔밥, 그거 때깔 참 좋습니다.
된장찌개와 함께 양푼 속에는 위 기사처럼 30가지는 안 돼도 어린 싹 채소를 듬뿍 넣고
육회를 한웅큼 올려놓아 날계란 노른자로 멋을 부렸습니다.
소처럼 채소를 먹으면 아니 하루 560 g의 채소를 먹으면
조기사망율이 절반으로 떨어진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700958.html
더구나 이런 기사까지 보니 더 더욱 끌립니다.
다시는 그렇게 줄 서기 망서려지던 차에 사무실 바로 옆 골목에 정육점 식당이
또 하나 생겼습니다
처음 가서는 육개장을 시켰는데 대파와 고사리, 토란 줄기가 주종을 이룬 육개장이 아니라
잡다한 푸성귀들이 들어가고 내 좋아하는 칼칼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아니라 실망했습니다.
그래도 반찬 맛이 깔끔해서 그거에 끌려 다음에 가서 비빔밥을 시켰더니
이게 전에 먹은 식당 것과 비슷하고 야채의 양도 푸짐,
더구나 고추장을 묽게 하기 위해 막걸리 식초를 살짝 넣은 듯한 고추장의 감칠 맛에
호감이 갑니다.
전주(全州)는 전국 평균보다 음식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제가 2006년 전주에 가서 비빔밥을 먹었을 때도 20가지에서
한 두 개 모자라는 반찬이 올라왔으니 당연하겠지요.
지금 전주에서 비빔밥 한 그릇에 얼마 하는가요?
사실 육회에다 나물, 야채에 고추장까지 넣어서 비벼 먹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간이 배어 다른 것 그리 많이 먹게 되지 않으니 반찬 그리 많을 필요 있을까요?
지난 해 말 왼쪽 눈에 황반변성이 생겨 수술하며 동시에 그 눈에 원시로 렌즈를 넣었더니
우측의 고도 근시와 차이가 너무 나 다초점렌즈 낀 사람들이
어지럽다고 호소하는 것처럼, 계단 내려올 때 불안하고 바닥이 고르지 않은 길을
걸을 때엔 헛딛는 현상이 있고 어지럽고 눈에 피로가 금방 옵니다.
그래서 이번 월요일에 오른 쪽 백내장 수술과 동시에 왼쪽과 비슷하게 원시로 만들건데,
안과 수술을 하면 심한 운동과 목욕 심지어 샤워까지도 조심하라는 바람에
지난 번 몸조리 하는 동안 꼼짝 안하고 먹고 늘어져 5 kg이나 몸무게가 늘은 걸 생각하니,
이번엔 비빔밥 같은 야채 위주의 저칼로리 식단으로 장운동이나 실컷 시킬 작정입니다.
몸무게가 늘어나지 않기만 해도 다행이지만 그래도 혹시 이 기회에 감량까지 된다면...
저야 뭐---^^* 꿈깨는 게 좋겠지요?
<허서방네갈비탕 02-741-2031 / 고기나라 02-747-8292>
닥다리 블로그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원장님, 고기든 야채든 먹으면 찝니다
감량 될거란 꿈 깨시고 저처럼 일일 일식 (가끔 2식) 하심이 어떠 하실지 ?
그걸 도닦는다 하지요. 전 세속적인 욕망이 무척 강해서 저것만해도 몸이 자지러질겁니다. ^^
아무리 감량도 좋지만 일일 일식은 좀...
닥터리의 오른쪽 눈마저 잘 고쳐서
밝은 눈으로 더 많은 걸 보여주기 바랍니다
전에 함석헌님께서 일일일식 하셨지요? 그렇지요? 이종훈옹님.
그러고 어찌 마라톤을 뛸까요? 해병대식 하면된다? 이젠 연식이 되시니 이제 그만,
오버호울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오늘 안대 떼고 안경 탈출, 노안 원시로 대신 가까운데서는 돋보기 착용.
이참에 레이번 하나 사서 끼고 시청앞에서 뒷짐지고 사진 한방 박아볼 참.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