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아 디펠리스 글 / 앤드리아 유렌 그림 /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무엇이든 넣기만 하면 두 배가 생기는 요술 솥단지가 눈앞에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걸 넣으실 건가요?
표지에 보이는 깡마른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그런 솥단지가 생겼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가난했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큰 불만 없이 만족하며 살았죠. 마음속으로는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친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러던 어느 날 실수로 할머니가 솥단지에 빠지게 된답니다. 할머니가 두 명이 된거죠. 결국 할아버지도 솥 안으로 들어가 할아버지도 두 명.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배우자이긴 하지만 서로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답니다. 우리도 그렇잖아요. 아기 낳고 키운 이야기 하라고 하면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고 들어 줄 수도 있지만, 남자들 군대 가서 축구한 이야기는 하루 종일 들어줄 수 없죠.
이제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긴 할아버지 할머니는 솥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 놓습니다. 누군가 꼭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도록 말이에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솥단지가 있었네요. 그것도 하나 넣으면 두 개가 생기는 솥단지가 아니라 열 개도 넘게 생기는 그런 솥단지 말이에요. 그림책에 대한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하나, 둘, 셋,......음....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라는데요....
바바라 매클린톡 글·그림 / 문주선 옮김 / 베틀북
뉴욕 타임스는 2006년에 나온 그림책 중에 그림이 가장 뛰어난 책으로 <아델과 사이먼>을 선정했습니다. 마치 칼데콧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며 새로운 고전을 만났다고 평했지요.
볼거리가 참 많은 그림책입니다.
일단, 파리 시내의 모습을 볼 수 있죠.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축물인 사마리텐 백화점, 파리구시가지의 시장 모습, 국립자연사박물관 안에 있는 파리식물원과 고생물학실, 생 미셸 지하철역 풍경, 뤽상부르공원, 프랑스공화국 위병대악단, 루브르 박물관의 전시실, 카도르 라는 이름의 카페, 노트르담 대성당, 로앙의 안뜰.
헉! 어떻게 이렇게 파리에 대해서 잘 아냐구요? 책 뒷부분에 친절하게 다 설명이 되어있답니다.
또 한 가지, 매 장면마다 사이먼이 잃어버리는 물건을 찾아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답니다.
게다가 그림책 전체에 흐르는 가을 분위기가 정말 멋지답니다. 어느새 지나가 버린 가을을 한번 붙잡아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아! 제가 ‘파리 식물원’이 나오는 장면에서 누굴 찾았는지 아세요?
바로 덩굴로 뒤덮인 오래된 기숙사에 사는, 아홉시 반만 되면 어김없이 두 줄 나란히 산책을 나가는 열두 여자아이, 바로 마들린느와 그녀의 친구들을 찾았답니다. 그런데 가만히 세어보니 열 명밖에 안되네요. 두 명은 어디로 간 걸까요?
도은이는 이 그림책을 딱 한마디로 냉정하게 평가하네요. “숨은 그림찾기네.” 어~~춥다 추워.
레인 스미스 글·그림 / 김서정 옮김 / 베틀북
지난 달 우리 집에서 잠옷파티를 했답니다.
아이들 셋을 뉘여 놓고 이 그림책을 읽어줬는데 반응이 정말 뜨거웠죠. 아이들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답니다.
언뜻 보면 쉬운듯 한데 결코 쉽지 않은 그림책입니다.
적어도 세상을 한 7년 정도는 살아봤어야지 알 수 있는, 삶이 녹아있는 그림책입니다.
‘나도 세상을 이렇게 바라봐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이춘희 글 / 김정한 그림 / 언어세상
유난히 질문이 많았던 그림책입니다.
옛날엔 오줌 싸면 정말로 키 쓰고 소금 얻으러 갔냐, 불장난하면 정말로 오줌 싸냐, 엄마도 그런 적 있냐, (그런 적 있다고 고백했더니) 바지는 입고 갔냐, 친구들한테 놀림 당하진 않았냐 등등
그런데 괜히 고백한 것 같아요. 자꾸만 절 놀려 먹어요. 흑흑...
히구치 토모코 글·그림 / 김난주 옮김 / 아이세움
4광년 떨어진 별에 가서 지구를 보면 4년 전 세상을 떠난 엄마가 보일 거란 생각을 하는 아이.
아이는 별에 가서 볼 4년 전의 엄마를 회상합니다. 빨래를 널고 있는 엄마, 식구들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고 있는 엄마, 그 옆에서 입이 귀까지 걸려 웃고 있는 나.
옛날을 볼 수 있는 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딸아이 곁에서 전 그만 울고 말았답니다. 엄마가 되고나서 부터는 이런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눈물부터 나오게 되네요. 내 아이들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알기에 엄마 잃은 아이들을 보면 가슴부터 먹먹해지곤 합니다.
슬픈 이야기지만 절제된 글과 재미있는 그림으로 희망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글 / E. 디틀 그림 / 김경연 옮김 / 비룡소
도은이는 지난 달 프란츠 이야기에 푹 빠졌답니다. 그 중에서도 ‘프란츠의 사랑이야기’를 가장 좋아했죠. 누가 여자아이 아니랄까봐...
사랑에 빠지면 이런 증세가 있답니다. 가슴이 쾅! 터지고, 배가 따끔거리고, 등에 소름이 돋는.
그래서 내가 살짝 물어봤죠. 도은이는 이런 경험 없냐고요. 도은이 말하길 우리 동네에는 그런 멋진 남자애가 없다고 하네요.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글 / 김해생 옮김 / 샘터사
그림책은 아니지만.....
굳이 사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쉽게 읽었던 수필집입니다. 워낙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작가라 그녀의 삶 또한 뭔가 특별한 게 있을 줄 알고 산 책이죠.
그런데 웬 걸? 오스트리아나 대한민국이나 주부는 역시 주부, 남편은 역시 남편, 아이들 또한 아이들이더군요.
<프란츠 이야기>로 나와 딸아이를 숨넘어가게 웃게 만들었던 그녀도 보통의 아줌마였어요. 이걸 반가워해야 하나?
날 가장 웃겼던 대목은 남편이 아이들에게 엄마의 TV드라마 중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어요.
"엄마는 생각하지 않아. 다만 느낄 뿐이야."
슬프기도 하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과 너무 똑같아 외국 작가의 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중간 중간 나오는 오스트리아의 명절이라든가, 요리 이름들로 이 책이 외국작가의 책이라는 걸 잊지 않게 해주죠. 가볍게 한두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책이랍니다.
첫댓글 ㅋ....방장님이 되길 잘했지요? 맛깔스런 수다가 녹슬지 않았네요. 파자마파티, 이제 내년 여름밤이나 돼야 그림책버스에서 하겠구나 생각하니 서운하네요. 거기서 밤새고 나면 영 몸이 말이 아니더구만서래도...
선생님도 도은이처럼 푹 자면 괜찮으실텐데....어림도 없는 얘기죠? 그런데 선생님, 심경에 변화가 있으신지요...(아니더구만서래도...)이런 어투는 선생님표가 아닌 것 같은데...친근하게 느껴져서 저는 좋네요 ㅎㅎㅎ
성미씨, 너무너무 재미 읽어서 단숨에 읽어 버렸네요.
내가 좀 재미있기는 하죠...
카페방 정리를 깔끔하게 잘 하셨네요. 그동안 제가 참 게을렀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요. <아델과 사이먼>처럼 볼 것이 많은 카페가 될 거라 생각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음... 우리 모녀도 "저 별에선 엄마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잠시 읽고 울컥 했답니다.. <아델과 사이먼>도 보고 싶지만 파리에 너무 가고 싶어질까봐 겁나서 못보겠어요.. 아...여행이 너무~~ 가고 싶어요!
일단 저처럼 <파리의 연인>을 다시 한번 보세요. 그럼 좀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답니다.
아델과 사이먼 읽고 싶네요. 아는 분 중에 파리를 여행하고 온 사람이 있어서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거든요. 어떨땐 나도 그곳에 갔다 온것 같아요. 몽마르뜨 언덕이며. 홍합요리가 넘 친근하답니다. 다른 사람의 느낌이 아닌 내 감각으로 꼭 여행하고 싶은 곳이예요. 성미씨의 글은 살강살강 달콤한 마시멜로 같아요.
'살강살강콤한 마시멜로' 이런 표현은 어떻게 생각해 내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