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연평해역은 늘 전운이 감도는 지역이다. 이 지역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경계를 하고 있던 장병들에게 참변이 일어났다. 천안호의 침몰을 보는 국민들 모두 충격 속에서 1주일이 지났다. 바다속에 갇혀있는 장병들의 가족은 모두 가슴이 타들어가고 죽지 못해 살아있는 심정이다. 구조가 지연되면서 희망마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필자는 ‘천안호’라는 이름부터 합리성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함정의 이름은 바다나 항구의 지명을 따거나 공을 세운 장병의 이름을 따는 것이 상례인데 육지 한복판에 있는 지명을 땄다는 것부터 의외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름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건조된지 20년이 넘었으니 폐기하거나 박물관에 가있어야 할 함선을 작전지역에 보낸 것도 잘못이지만 사고당시 구난장비가 전혀 없어 자체구조를 못했다는 것도 앞으로 자식을 군에 보내야 할 부모들까지 불안하게 하고 있다. 사고지역으로 급파된 다른 함정들도 고무보트 하나 없이 지켜만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투함은 늘 승리 할 수만은 없다. 피격당할 수도 있는데 이들 함정들이 한결같이 자체 구조장비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이다. 예인장비도 늦장 출발했고 더 큰 구조함도 모두 먼거리에서 느림보 운항으로 구조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구조대원의 수송도 속도가 늦는 함정을 통해 수송됐다는 지적을 해군이나 당국은 경청해야 한다. 헬리콥터로 수송해서 하루라도 앞당겼다면 귀중한 생명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침몰선체를 찾은 것 또한 민간어선이었다는 사실도 당국의 대처능력을 의심케 하는 증거일 것이다. 이번사건은 관계당국에 대한 신뢰의 침몰이며 피로파괴 현상이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전기를 읽어보면 많은 실수가 도리어 성공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수를 은폐하려 한다면 개선도 발전도 불가능하다. 잘못된 것은 빨리 공개되고 빨리 보완해야 한다. 수장된 장병들이 하루속히 구조되기를 모두 갈망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시신이라도 빨리 찾아 고이 잠들게 해야 한다. 두동강 난 배의 파손 원인도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 예단은 금물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증거도 없이 자칫 잘못 예단하여 그쪽으로 몰고 가면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 상식이 도리어 합리적일 수 있다. 당국은 보통사람들도 이해하고 수궁할 수 있도록 사실대로 말하고 사후대책을 세워 발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