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학당. 자미. 3-32. 신라시조 박혁거세

[백승면]

신라시조 박혁거세

一   然

진한 땅에는 옛날에 여섯 마을이 있었다.

첫째는 알천 양산촌이니, 그 남쪽은 지금의 담엄사이다. 촌장은 알평이니, 처음에 (하늘에서) 표암봉으로 내려왔으니, 이 사람이 급량부 이씨의 조상이 되었다.(弩禮王九年에 部를 두어 及梁部라 했다. 本朝太祖天福五年庚子(940年)에 改名中興部라 波潛‧東山‧彼上‧東村이 여기에 소속된다.)

둘째는 돌산고허촌이니, 촌장은 소벌도리이다. 처음 형산에 내려왔는데, 이 사람이 沙梁部(梁은 讀云道라. 或作涿한데 亦音道라) 鄭氏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은 南山部라 하며, 구량벌・마등오・도북・회덕 등 南村이 이에 속한다.(稱今曰者는 太祖所置也니 下例知라)

셋째는 무산 대수촌이니, 촌장은 俱禮馬(一作 仇)라고 한다. 처음에 伊山(一作 皆比山)에 내려왔는데, 이 사람이 漸梁(一作涿)部 또는 모량부 孫氏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은 장복부라 하며, 박곡촌 등 서촌이 이에 속한다.

넷째는 자산 珍支村(一作賓之요 又賓子요 又氷之라)이니, 촌장은 지백호라 한다. 처음 화산에 내려와서 本彼部로 崔氏의 조상이 되었으며, 지금은 通仙部라고 한다. 시파 등 동남촌이 이에 속한다. 최치원은 이 본피부 사람으로, 지금의 황룡사 남쪽과 미탄사 남쪽에 옛터가 있다. 이것이 최치원이 옛 집이라는 설이 거의 확실하다.

다섯째는 금산 加里村(今金剛山栢栗寺之北山也라)이니, 촌장은 祗沱(一作只他)라고 한다. 처음에 명활산에 내려왔는데, 이 사람이 漢岐部 또는 韓岐部 裵氏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은 가덕부라고 하는데, 상서지, 하서지, 내아 등 東村이 이에 속한다.

여섯째는 명활산 고야촌이니, 촌장은 호진이라고 한다. 처음에 금강산으로 내려왔는데, 이 사람이 습비부 薛氏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은 임천부니, 물이촌・잉구미촌・闕谷(一作葛谷)등 동북촌이 이에 속한다.

위의 글을 살펴보건대, 이 여섯 부의 시조는 모두 하늘에서 내려온 듯하다. 弩禮王(儒理王) 9년(31년)에 처음으로 여섯 부의 명칭을 고쳤고, 또 여섯 성을 주었다. 지금 풍속에 중흥부를 어머니, 장복부를 아버지, 임천부를 아들, 가덕부를 딸로 삼고 있는데 그 실상은 자세하지 않다.

전한 지절 원년 임자년(前69年. 古本云 建虎元年이라하고 又云建元三年等이나 皆誤라) 3월 초하루에 여섯 부의 조상들은 각기 그 자제들을 거느리고 알천 남쪽 언덕에 모여 의논하여 말하기를

“우리들은 위로 군주가 없이 백성들을 다스리기 때문에 백성들이 모두 방자하여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으니, 어찌 덕 있는 사람을 찾아 군주로 삼아 나라를 세우고 도읍을 정하지 않겠는가?”하다.

그 때에 높은 곳으로 올라가 남쪽을 바라보니, 양산 아래 나정 옆에 번갯불과 같은 이상한 기운이 땅에 드리우고 백마 한 마리가 꿇어앉아 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그곳을 찾아가 보니 자주색 알(一云靑大卵)이 하나 있었는데, 말이 사람들을 보더니 길게 울고는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그 알을 깨뜨려 사내아이를 얻었는데, 모습과 거동이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놀랍고 기이하게 여겨 동천(東泉寺在詞腦野北이라)에서 목욕을 시키니, 몸에서 빛이 나고 새와 짐승들이 춤을 추며 천지가 진동하고 해와 달이 淸明해졌다. 그리하여 赫居世王(蓋鄕言也라 或作弗矩內王하고 言光明理世也라 說者云 是西述聖母之所誕也라 故로 中華人讚仙桃聖母, 有娠賢肇邦之語ㅣ 是也라 乃至雞龍現瑞産閼英하여는 又焉知非西述聖母之所現耶아)이라 이름하고 위호는 居瑟邯(或作居西干, 初開口之時, 自稱云 閼智居西干一起, 因其言稱之. 自後爲王者之尊稱)이라고 하였다.

당시 사람들이 다투어 축하하며 말하기를,

“이제 天子가 이미 내려왔으니, 덕이 있는 여인을 찾아 임금의 배필을 삼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날에 사량리 알영정(一作娥利英井) 가에 계룡이 나타나 왼쪽 옆구리에서 여자아이를 낳았다(一云龍現死, 而剖其腹得之). 그녀의 얼굴과 용모는 매우 아름다웠으나, 입술이 닭부리와 같았다. 월성 북천에서 목욕을 시키자 그 부리가 떨어져 나갔으므로 그 시내의 이름을 撥川이라 하였다.

남산 서쪽 기슭(今昌林寺)에 궁궐을 짓고 성스러운 두 아이를 받아 길렀다. 남자아이는 알에서 태어났는데, 그 알이 박처럼 생겼다. 향인들이 바가지를 박이라 했기 때문에 성을 박씨로 하였다. 여자아이는 태어난 우물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

두 성인이 나이 13세가 되는 오봉 원년 갑자에 남자아이를 왕으로 세우고, 여자아이를 왕후로 세웠다.

나라 이름을 서라벌 또는 서벌(今俗訓京字云「徐伐」, 以此故也), 혹은 사라 또는 사로라 하였다.

처음에 왕이 계정에서 태어났으므로 雞林國이라고도 하였으니, 이것은 계룡이 상서로움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일설에는 탈해왕 때에 김알지를 얻자, 숲 속에서 닭이 울었다. 이에 국호를 고쳐 계림이라 하였고, 후세에 이르러 국호가 신라로 정해졌다.

나라를 다스린지 61년에 王이 하늘로 올라갔는데, 7일 후 시신이 땅에 흩어져 떨어지더니, 왕후도 세상을 떠났다. 나라 사람들이 한곳에 장사를 지내려 하였으되, 큰 뱀이 쫓아다니며 이를 방해하였다. 그래서 머리와 사지를 제각기 장사지내 五陵을 만들었다. 이것을 蛇陵이라고도 하니, 曇嚴寺 북쪽의 능이 바로 이것이다. 그 후 태자 南解王이 왕위를 계승하였다.<三國遺事 卷之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