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신경림, '목계장터' 전문)
목계는 충북 충주에 있는 곳으로, 과거에는 남한강 자락에 있는 이곳 나루를 통해 배를 타고 서울에 가곤 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시의 화자는 장돌뱅이로 떠도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이라는 내용으로 보아 목계장은 4일과 9일마다 열리는 5일장이며, 여기에 등장하는 '박가분'은 오늘날에는 파운데이션 같은 여성의 화장품 브랜드이다.
떠도는 생활에 몸을 맡기고 사는 화자에게 하늘은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바람이 되라 한다는 낭만적인 인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구절은 뒤에 다시 '산은 날더러 들꿏이 되라 하고 /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로 바뀌어 표현되고 있다.
과거의 설화에는 갑자기 비가 오는 것을 '청룡과 흑룡'이 서로 싸우는 것으로 표현한 것들이 적지 않은데, 제3행의 표현 역시 이러한 설화를 바틍으로 형상화한 것이라 하겠다.
뱃길로 사흘 거리의 서울을 오가며 살아가는 장돌뱅이의 삶을 이렇게 낭만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여기저기 떠돌다 어느 집의 토방 툇마루에 앉아 잡아 온 민물 새우를 넣고 끓인 솥을 기다리기도 하고, 피곤하면 잠시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로 사는 삶의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 가수 백창우가 곡을 붙여 만든 노래도 한번쯤 들어볼 만하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