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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轉換期)’는 오랫동안 유지되던 기존의 체제에서 새로운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는 시기를 일컫는다. 우리의 경우 조선시대에서 근대로 바뀌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격동기를 ‘근대 전환기’라고 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화기’ 혹은 ‘애국계몽기’라고 일컫기도 했는데, 당연히 전환기에는 전근대와 근대의 문화와 문물들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세기를 거쳐 21세기로 접어든 현재의 시점에서 첨단기기로 무장한 스마트한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날로그적인 삶의 방식이 공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빗대어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 전환과 한국 시가의 대응과 변모’라는 부제의 이 책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창작되어 향유된 전통 국문시가’를 대상으로, 그 현황과 문학사적 위치를 규정하고자 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 시기에 일본을 통해 서양의 문물과 이론들이 물밀듯 들어왔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통적인 양식이 여전히 사람들에게 널리 향유되었던 전형적인 ‘전환기’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존에는 이 시기의 새로운 양상 즉 ‘근대적인 것’의 의미에 집중했던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근대‘와 공존했던 ’전근대‘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전근대‘의 양식 가운데 시조와 가사 등 ’전통 국문시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연구 성과들을 엮은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크게 두 항목으로 구분되는 목차에서는 전통 국문시가 중에서 가장 널리 향유되었던 ‘가사’와 ‘시조’의 전환기적 양상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근대 전환기 가사 문학의 대응과 변모’라는 제목의 제1부에서는 여러 편의 가사들로 구성된 가사집 <초당문답가>과 이른바 계녀가(誡女歌) 계열로 논해지는 ‘복선화음가’를 대상으로, 그 작품들이 20세기 초반 향유되었던 양상들과 의미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조선 후기 가사 속 여성 인물 형상’을 다룬 연구를 통해서, 전근대 시대의 여성이 문학작품에 어떻게 형상화되었는가를 논하고 있다.
이어지는 제2부에서는 ‘근대 전환기 시조 문학의 대응과 변모’라는 제목으로, 전통시가의 주요 갈래 가운데 가장 널리 창작되고 향유되었던 시조 갈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당시에 발행된 신문과 잡지 등에 수록된 시조들을 통해,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녔던 전통 시가의 당대적 의미를 확인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대한민보’와 ‘만세보’ 등의 신문에 고정적으로 수록되었던 시조 작품들을 대상으로 그 성격과 의미를 확인하고, 나아가 1910년대 잡지들에 수록된 ‘시조와 시조비평의 성격과 의미’도 점검하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다뤄진 대상들이 근대 전환기의 전통 시가를 모두 포괄한다고 할 수는 없덲지만,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전통 시가와 전근대 문물에 대한 인식을 하나씩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 개대된다. 나 역시 시가 연구자로서 이 책을 통해서 연구 분야의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음을 절감하게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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