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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을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꾸미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소망을 간직하기만 할 뿐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일단 집을 꾸미려면 기존의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부터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하겠다. 이밖에도 새로운 실행에 방해가 되는 요인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기에, 그저 상상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자기 소유가 아닌 전세나 월세로 살고 있는 경우, 공간을 전면적으로 다시 꾸민다는 것은 더욱 난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자신의 집이 생긴다면, 평소에 생각했던 바를 시도해보겠다는 꿈을 꿔보는 것에 만족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집의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이 점유하는 동안 자신만의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자신이 겪었던 ‘공간 디텍팅’에 대해서 설명하고, 저자만의 노하우들을 이 책을 통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공간디렉터 최고요의 인테리어 노하우북’이라고 붙였을 것이다. 어떤 물건이든지 그 쓸모는 결국 사용하는 사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내가 사용하는 공간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쉽게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저자는 공간을 꾸미기 위해서는 먼저 정리와 정돈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누구나 오랫동안 점유한 공간에는 각종 물건들이 무질서하게 있는 듯 보이지만, 그것을 사용해 온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 그 속에 반영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떤 물건이든지 일단 공간을 차지하게 되면, 그로 인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기존의 공간을 재배치하는 것은 엄청난 의지와 과감한 실천력이 요구된다. 저자도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처음 집에 입주하면서 공간의 활용과 인테리어를 구상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취향’이 잘 드러나도록, 소품들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때로는 직접 전문가들에게 주문을 하여 필요한 물건들을 구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노력이 있기에 ‘공간디렉터’로서의 능력이 갖춰질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나는 독자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상상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저자가 안내하는 방법들을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만의 ‘취향’을 고민하고, 그에 맞추어 인테리어를 계획하고 이전부터 생각해왔던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들’(#6)의 내용들은 전면적인 인테리어 작업이 아니더라도, 낡은 가구를 손질하거나 교체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팁이라고 하겠다. 나 역시 다른 항목들은 그저 저자가 안내하는 ‘상상의 세계’로 치부했지만, 이 부분만큼은 나중에 집을 부분적으로 손봐야 할 때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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